소들이 풀 대신 헌옷을 뜯어 먹는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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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들이 풀 대신 헌옷을 뜯어 먹는다고요?

[미-친-책 365] 본지가 2022년 독서문화 진흥 캠페인 '미-친-책 365'를 진행합니다. 베스트셀러나 신간 도서에 밀려 독자들과 '미처 친해지지 못한 책'을 찾아 소개하고 일독을 권장함으로써 다채로운 독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나아가 다양한 콘텐츠와 온라인 플랫폼이 넘쳐나는 시대에도 책을 찾는 이유를 생각해보고 편독 없이 다양한 주제의 책을 제안해보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편집자 주>

  • 이종은 sailing25@naver.com
  • 등록 202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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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대량 생산과 대량 폐기로 이어지는 패션 산업의 악순환이 환경오염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패션 유행이 기후 위기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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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 기업화되고 거대한 산업으로 변화하면서 기업들은 더 많은 이윤을 원했고 사람들이 옷을 자주 사 입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행이라는 말을 창조했다. 유행의 주기를 1년으로, 4계절로, 빠르게 바꿔 놓은 것으로 빠른 유행 속도는 옷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꿨다.

 

  

1년 간 지구상에서 만들어지는 새 옷은 약 1000억벌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350억벌의 옷이 폐기 처리되고 있는데, 아무도 원치 않는 폐기품은 개발도상국으로 떠 넘겨져 재활용도 되지 않고 쓰레기 산으로 쌓여만 간다. 심지어 여물을 먹어야 하는 소들은 들판에서 풀 대신 헌옷을 뜯어 먹고 있는 실정이다. 

 

물 부족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지구에서 한 사람이 10년 동안 마실 수 있는 식수를 청바지 한 벌과 맞바꾸고 있는 현실로, 이는 이익을 위해 환경보호에 무감한 대형  패션 기업들의 책임이 크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영리 단체인 체인징 마켓 파운데이션에 의하면 일부 유명 패션 브랜드의 실태 조사에서 합성섬유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명확히 밝힌 브랜드는 전무하다. 특히 합성섬유 사용을 줄이겠다고 밝힌 기업조차도 실행에 옮긴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어디에서든 몸에 맞는 옷을 바로 살 수 있는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겠으나 과거에는 직접 옷감을 구하고 손수 바느질을 해서 옷을 만들어 입었다. 몸에 꼭 맞는 옷을 맞춰 입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소요됐고 그러다보니 옷은 반드시 필요할 때만 사 입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기술의 발전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옷도 쉽고 빠르게 생산했으며 가격 역시 저렴해졌는데 패션에도 새로운 전환점이 왔다. 이때부터 옷을 만드는 전문가가 혼자 만들었던 옷을, 공장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패션은 기업화되고 거대한 산업으로 변화했는데 기업들은 더 많은 이윤을 원했고 사람들이 옷을 자주 사 입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행이라는 말을 창조했다. 유행의 주기를 1년으로, 4계절로, 빠르게 바꿔 놓은 것으로 빠른 유행 속도는 옷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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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간 지구상에서 만들어지는 새 옷은 약 1000억벌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350억벌의 옷이 폐기 처리되고 있는데, 아무도 원치 않는 폐기품은 개발도상국으로 떠 넘겨져 재활용도 되지 않고 쓰레기 산으로 쌓여만 간다.

 

 

추위나 재해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것에서 나아가 개성과 욕구를 표현하는 수단이나 소속된 집단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는데 많은 이들이 유행을 따라 살아가게 되자 쇼핑은 일반적인 취미가 돼버렸다.

 

우리가 유행을 따라가며 느끼는 소소한 기쁨을 묻어두고 진실을 마주한다는 것은 두려움이나 불편함일 수 있다. 그러나 기획집단 MOIM의 <패스트 패션>에서는 진실을 마주한다면 티셔츠 한 장을 사려다가도 잠시 멈칫하거나 옷장 속 쌓여 있는 옷 더미들을 보며 심난해 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멈칫하면서도 유혹에 못 이겨 옷을 살지라도 그 멈칫함조차 우린 변화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한 사람만 변한다고 세상이 달라지진 않을지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변화가 모인다면 우리에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큰 힘이 생길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패스트 패션이 앞세운 저렴한 가격으로 최신 유행하는 옷을 빠른 속도로 유통시키는 모습의 뒷면에는 노동자들의 땀과 피가 있다. 아울러 저렴한 가격은 저품질과 대량생산으로 이어져 한 철만 입고 마는 옷들이라는 쓰레기를 만들어냈고 미처 팔리지 않은 옷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쓰레기가 된 옷들은 200년 가까이 썩지 않은 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그대로 묻혀있음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런데도 오는 2030년에는 전 세계 의류 업체들이 지금의 두 배에 달하는 옷을 생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누구나 패스트 패션 매장에 방문하면 매번 신상품이 놓여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1∼2주 단위로 신상품을 내놓다 보니 매장은 연중 내내 신상품 전시장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유행과 저렴한 가격 등 그 이면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실들이 있음을 스스로 알아차려야 한다. 노동력 착취나 환경오염, 소비 만능주의 등 따라붙는 수식어만 봐도 패스트 패션이 초래하는 사회 문제들은 절대 가볍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