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그린노트] 기후위기 시대, 일상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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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그린노트] 기후위기 시대, 일상이 달라졌다

자연스럽고 건강한 일상을 만들고자 하는 이가 늘고 있다. 우리가 망가뜨려온 것과 자연이 주는 회복의 힘 사이에서 고민하며, 도시에서 무해한 일상을 탐구하고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편하고 익숙해서 누려온 것이 가진 함정, 우리가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 등 차곡차곡 쌓아온 경험들을 기록하고 ‘그린라이프 길잡이’로 활용할 만한 책을 연이어 소개한다. 지구를 소중히 여기는 건 곧 나를 돌보는 일이기에, 기꺼이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들을 띄운다. <편집자주>

[지데일리] '죽고 사는 문제에 봉착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선택지는 생태적 전환입니다. 나와주어서 고맙긴 하지만 실험실에서 제조하는 백신은 일이 이미 벌어지고 난 다음에 선택하는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그보다 더 근원적인 백신은 저 자연계로부터 나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우리 인간계로 건너오지 못하게 생태백신(eco-vaccine)을 치는 일입니다. 생태백신을 접종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가 바로 기후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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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기후위기는 인류의 생활방식과 밀접한 문제다. 때문에 자연에 대한 인간중심주의적인 시각이나 기존의 생산·소비 방식을 고수한 채 기후위기 대응을 논할 수는 없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아주 구체적인 위협>은  기후위기에 대한 유네스코의 윤리적 접근을 바탕에 두고 있다. 유네스코가 '기후변화 윤리 원칙 선언'에서 말한 ‘윤리’는 당위적·도덕적 규범만이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성평등, 취약계층에 대한 고려, 각계각층의 참여와 책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이해관계의 조정 등 기후위기 대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제들을 ‘윤리’라는 가치로 접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기후위기의 피해는 공평하지 않은 실정이다. 누군가에게 아직은 단지 조금 이상한 날씨일 뿐인 기후위기가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는 이들에게는 생존과 인권의 문제가 된 것이다. 
 
이에 기후위기 대응은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 뿐만 아니라 대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평등까지 최소화하는 정의로운 전환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기후위기는 주로 환경오염의 문제로 다뤄졌는데, 그 영향으로 많은 이들이 북극곰의 마른 모습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실생활에서는 잘 실감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최근 기후위기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일상을 위협하는지 목도했다. 단 하루 동안 쏟아진 폭우로 인해 세계적인 첨단 도시임을 자부하던 수도 서울은 물바다가 돼 수많은 피해를 남기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기록적인 폭우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게 아님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앞서 지난 2020년 여름은 역대 가장 긴 장마라는 기록을, 2018년 여름은 역대 가장 더운 여름이라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었다. 유럽에선 500년 만의 가뭄으로 강바닥이 노출됐는데, 시민들은 식수조차 구하기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 이처럼 이미 현실이 된 기후위기는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으며, 이는 식량·노동·교육·건강·주거 등 일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향후 이상기후는 더 자주 더 강하게 반복되며 우리의 일상을 위협할 전망이다. 이에 바로 지금 나부터 기후시민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물론 기후시민의 역할은 일상에서 기후친화적인 실천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소비자로서 유권자로서 주권자로서 시장과 국가정책 나아가 국제사회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나아가 무엇이 문제이며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가 처한 현실"이라 강조하며 더 큰 재앙을 피하기 위해선 지금 당장 모든 분야의 해법을 동시에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구조적인 변화 없이 개인의 실천만으로 기후변화를 멈출 수는 없다. 보건정책과 주거정책을 노동자의 권리와 시민의 역할을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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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정책의 ‘수요자’, 정책 결정의 최종 결정자인 ‘주권자’를 넘어, 주택과 도시라는 개인과 사회의 공동의 자산에 대한 선량한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주택은 ‘각자도생의 수단’이 아닌 ‘공동의 노력으로 관리해야 할 사회적 자산’이라는 새로운 시각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먼저 지역별·집단별로 달라지는 건강상의 피해를 근거로 기후위기 대응에서 보건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주택이 각자도생의 수단이 아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사회적 자산이 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 개인의 실천을 넘어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기후시민의 역할이 절심함을 피력한다.
 
이어 노동환경이 악화되고 일자리를 위협받는 이들을 살피며 기후위기가 우리 모두와 연결된 문제임을 드러낸다.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고 서로 배우며 함께 고민하는 기후교육을 제주문한다. 
 
다음으로 국적, 세대, 젠더 차이에 따른 기후불평등을 지적하며,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기후정의를 실현할 방법을 찾는다. 식량 생산·유통 체제가 기후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지구 공동체의 변화를 강하게 요구한다. 
 
주목할 점은 누구나 일상에서 겪을 법한 상황을 통해 장별 주제에 대한 공감을 일으키는 한편 기후위기 시대에 개인이 겪는 딜레마를 나타낸다. 대체육을 찾는 손님 앞에서 평소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던 정육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물론 당사자에겐 생계가 달린 중요한 고민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식량의 생산과 유통 방식에 대한 고찰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이처럼 기후위기 시대의 달라진 일상에서 출발해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지적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제안으로 이어지는 방식을 보여준다. 

오늘날 유네스코는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문화의 역할에 집중하면서 다른 국제기구와 차별화된 고유의 임무를 수행 중이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이 책을 기획한 것도 한국의 상황에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문화적인 변화를 이끌기 위한 것이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후행동부터 모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까지, 기후위기 대응이 왜 필요한지 설득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기후위기라는 복잡한 문제에 대응하는 개인과 기업, 국가와 국제사회의 변화가 모두 절실하기 때문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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