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신] “혀꽃은 뭐고, 대롱꽃은 뭐지?”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신] “혀꽃은 뭐고, 대롱꽃은 뭐지?”

나무 꽃의 비밀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09.18
  • 댓글 0

“혀꽃은 뭐고, 대롱꽃은 뭐지?”


식물 이야기꾼 신영준 교수가 들려주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꽃들의 비밀!


우리는 식물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식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방에서 마주치는 식물을 보며 꽃은 왜 이런 모양인지, 이런 모양이 식물에 어떤 이점을 주는지, 또 이름은 무엇이고 그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는지 등이 궁금할 것이다. 자연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어린 독자라면 더욱 그러하지 않을까? 나무에서 피는 꽃 50종을 다룬 『나무 꽃의 비밀』은 오랫동안 과학 교육에 힘쓰며『야생화 백과사전』 등을 펴낸 저자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의 모양, 이름, 이름의 유래, 생존 방식 등을 210여 컷의 생생한 사진 자료와 함께 어린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엮은 어린이 과학 교양서다. 50가지 꽃에 숨은 중요하고도 흥미로운 비밀들을 들여다보는 동안 어린 독자들은 식물을 더 잘 알고, 더 사랑하며, 신비한 자연의 변화에 눈길을 돌리게 될 것이다.


꽃과 식물을 이해하기 위한

쉽고 재미있는 어린이 과학 교양서


지구에 사는 생물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은 무엇일까? 바로 식물이다. 육상에서 인간은 약 0.1퍼센트, 동물은 약 0.4퍼센트를 차지하는데 식물은 무려 82퍼센트나 된다고 하니 말이다. 이쯤 되면 지구를 ‘식물 행성’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꽃을 생식 기관으로 하는 식물, 곧 현화식물(속씨식물)은 약 1억 4000만 년 전인 중생대에 지구상에 처음 나타났고 전체 식물군의 약 8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꽃은 모양과 색깔이 여러 가지이며 식물의 종류에 따라 각각 특징이 다르지만, 기본 구조는 비슷해서 암술, 수술, 꽃잎, 꽃받침으로 이루어진다.

『나무 꽃의 비밀』은 길가에서, 학교 화단에서, 정원에서 그리고 동네 뒷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 가운데 나무에서 피는 50종의 나무 꽃 모양과 이름, 이름의 유래, 생존 방식 등을 다루고 있다. 오랫동안 초중고 과학책을 집필하며 생물학자이자 식물 이야기꾼으로 자리매김해 온 저자는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고마운 식물과 우리 인간이 공존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책을 완성했다.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어린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과학적 사실에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 전반에 걸쳐 ‘비밀’이란 개념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꽃이 피는 시기별로 각각의 종을 ‘비밀의 주인공’으로 차례차례 소개하고, 어린이들이 관찰하고 비교하고 생각하고 알아보았으면 하는 부분을 해당 종마다 ‘비밀 속으로’란 꼭지를 두어 짚었으며, 그에 대한 설명을 책 뒤쪽의 ‘비밀 들여다보기’에서 핵심적으로 풀어냈다. 미리 알고 보면 좋을 기초적인 정보들은 책 앞쪽에 두었는데 예를 들어 풀과 나무는 서로 다르지만 풀에서 피는 꽃과 나무에서 피는 꽃은 번식 수단으로서 근본적인 차이는 없으며, 해바라기나 코스모스처럼 한 송이처럼 보이는 꽃도 알고 보면 가장자리의 혀꽃(설상화)과 중심부의 대롱꽃(관상화)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관련 용어를 통해 설명하고, 꽃이 달리는 꽃차례 등을 세세한 그림과 함께 나타냈다.


나무에서 피는 꽃의 비밀을 찾아

즐거운 식물 탐험에 나서다


『나무 꽃의 비밀』에 소개된 꽃은 우리 주변에서 함께 살아가는 나무에서 피는 꽃들이 그 주인공이다. 봄의 전령 매실나무(매화나무)에서 8~9월에 꽃이 피는 누리장나무까지 50종에 이른다. 나무 꽃이 달리는 식물은 겨울이 지나도 육상에 줄기 부분이 남아 있고, 여러 해를 거듭하면서 생장하며, 나이테가 생긴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나무 꽃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식물 이야기꾼답게 저자는 먼저 모양과 이름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비밀에 접근한다. 흰 쌀이 다닥다닥 붙은 모양에서 흰 쌀을 뜻하는 ‘이밥’이 이팝이 되었다는 이팝나무, 열매 모양이 부채처럼 생겼다고 하여 미선나무, 잎이 7장으로 보인다는 칠엽수, 가지에 화살의 날개처럼 생긴 것이 있다 하여 화살나무, 잎과 줄기에서 생강 냄새가 난다 하여 생강나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열매의 기름을 동백기름처럼 짜서 사용하느라 동백꽃이라고도 불리는, 그래서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의 주인공은 동백꽃이 아닌 생강나무라는 사실 등은 뜻밖의 비밀이다.

저자는 또 나무 꽃의 생존 방식을 통해서도 비밀에 접근한다. 개나리는 암술이 수술보다 긴 꽃과 수술이 암술보다 긴 꽃이 따로 피는데 이처럼 형태를 달리하는 것은 근친 교배를 억제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물이라는 것, 박태기나무는 뿌리혹박테리아와 공생하며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게 되었다는 것, 사철나무처럼 겨울에도 푸른 잎이 달리는 식물에는 잎을 얼지 않게 하는 부동액 성분이 있다는 것, 쥐똥나무 꽃잎의 흰색은 색소 물질을 만들지 않아서 나타나는 것인데 색소 물질을 만드느라 에너지를 쓰기보다 꽃송이를 만드는 데 에너지를 쏟는 전략 때문이라는 것 등 식물을 좀 더 쉽고 친근감 있게 알려준다.


나태주 시인은 「풀꽃」이란 시에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라고 하였다. 식물을 자세히 그리고 오래 보다 보면 식물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뜻이리라. 이 책을 읽는 어린 독자들이 꽃에 숨은 비밀을 하나둘씩 풀면서 식물의 속사정을 알고 나면 식물의 아름다움이 다시 보일 것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무심코 지나쳤던 식물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식물의 눈높이에서 식물을 들여다보며 꽃의 신비와 식물을 접하는 기쁨을 직접 느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