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에 관심있는 분들, 비건식당 함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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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에 관심있는 분들, 비건식당 함께 가요"

[이주의 BOOK돋움]
'채식이라는 가치'와 청춘의 열정, 새로운 비건 영역 개척
아무도 해치지 않는 음식에 보낸 응원.. 비건 의미 재평가

  • 이종은 sailing25@naver.com
  • 등록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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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비건은 채식 지향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나를 둘러싼 환경,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하고 실천하는 라이프스타일까지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재료 본연의 맛을 극대화하고, 조리법과 간의 궁합을 잘 맞춘 레시피라면 어떤 음식이건 맛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비건은 재료의 제약이 많으며 조리법도 여전히 한정적이라 무얼 먹을지에 대한 고민이 무척 크다. 이제 막 비건을 시작할까 고민하는 초보들부터 비건을 유지하고 싶은 고수들까지 모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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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채식주의가 운동에서 문화로 자리잡고는 있지만 전 메뉴 비건 식당은 찾아보기 힘들던 2019년 9월 대학을 졸업하지도 않은 세 청년이 대학 앞에 비건 식당을 차렸다. 팝업 식당 모집 공고를 보고, 3일 만에 계획서를 내고, 친한 사람들을 모으고, 공모에 당선되면서, 이 모든 일은 갑자기 진행됐다. 

 

전 메뉴 비건 음식을 파는 팝업 식당으로 알려지면서 정식 오픈을 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베지베어'라는 이름을 짓고 매장까지 차렸고, 그곳은 이대 앞 맛집이 되기에 이르렀다. 독특하고 아이디어가 채식 메뉴를 개발해 두 번이나 장관상을 받으면서 3년이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큰 성과를 내기도 했다.

 

비건 식당을 차린다는 계획을 들은 사람들은 머나먼 나라로 떠난다는 듯 낯설어했지만, 결국 베지베어는 육식 천국 사이에 작지만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았다. 그렇게 잘되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주춤하기도 했다. <우리, 비건 식당 할까?>는 채식이라는 가치와 청춘의 열정을 무기 삼아 베지베어라는 새로운 비건 영역을 찾아낸 이들의 여정이다.

 

채식주의에 관한 생각부터 인생관까지 이들의 성향은 아주 다르지만 이런 차이와 갈등을 숨기지 않았다. 베지베어는 겉만 보면 불협화음은 듯 보이지만 믿음과 이해라는 양념 덕에 단단한 하나가 됐다.

 

성주는 ‘무식한 용자’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용감하고 이상적인 인물이다. 의견을 서슴없이 드러내고 정확히 지적하는 ‘인간 자기계발서’ 다현은 성주의 이상을 현실에 뿌리내리게 적극적으로 돕니다. 은하는 둘의 갈등을 조절하고 셋이 하나가 되는 중재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일이 두렵지 않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서 미칠 것 같다는 세 사람. 속도는 느려도 쓰러지지 않고 앞으로 꾸준히 나가는 세발자전거처럼 베지베어는 앞으로 나아간다. 비건 대륙이라는 믿음과 이해의 영역을 더 넓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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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들의 여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소스를 빼먹거나 굽지 않은 생채소만 넣고 포장하는 등 주문 실수를 하거나, 칼질하다가 다쳐서 응급실에 실려가거나, ‘너희 다 노동청에 신고할 거야’라며 으르렁댈 정도로 노동 강도는 매서웠다. 

 

그러나 손님들은 베지베어가 유지되는 가장 큰 에너지였다. '아무도 해치지 않는 음식'이라는 가치에 공감한 손님들은 선물과 편지를 전해주고 단골이 됐다. 이에 코로나19 위기에도 망하지 않고 꾸준히 새 메뉴도 선보였다. 

 

주방 동선과 단가, 냉장고 자리 등에 맞는 합리적인 메뉴를 찾고 레시피를 개발하느라 가족들에게 ‘똥 케이크나 만든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렇지만 비건식에 눈뜨는 사람들을 보면 에너지가 솟았다. ‘이게 정말 비건식이야?’라는 놀람과 ‘비건 음식에 편견이 깨지는 맛있는 맛’이라는 찬사는 덤이었다.

 

새 메뉴를 개발하느라 처음에는 컨설팅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자본의 논리에 바탕하는 컨설팅에서 벗어난 영역을 찾아내고 성공시키기에 이르렀다. 현장 경험이 쌓이면서 아이디어를 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더 풍부해졌다. 그렇게 탄생한 새 메뉴는 한정 판매해 반응을 살핀 뒤 정식 메뉴가 되는 데 성공했다. 

 

베지베어는 이제 제로웨이스트 식당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다양한 비건 디저트도 개발하면서 지구에 도움 되는 식당으로 오래오래 남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불투명한 미래로 여전히 불안하고 서투르지만, 정직하고 성실하게 그 도정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