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그린노트] 프로불편러로 거듭난 쓰레기 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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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그린노트] 프로불편러로 거듭난 쓰레기 덕후들

자연스럽고 건강한 일상을 만들고자 하는 이가 늘고 있다. 우리가 망가뜨려온 것과 자연이 주는 회복의 힘 사이에서 고민하며, 도시에서 무해한 일상을 탐구하고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편하고 익숙해서 누려온 것이 가진 함정, 우리가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 등 차곡차곡 쌓아온 경험들을 기록하고 ‘그린라이프 길잡이’로 활용할 만한 책을 연이어 소개한다. 지구를 소중히 여기는 건 곧 나를 돌보는 일이기에, 기꺼이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들을 띄운다. <편집자주>

[지데일리] 살충제 성분의 유독성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미국의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이 생을 마감한 지도 벌써 58년이 경과했다. 그가 이야기한 봄이 와도 생명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미래인 ‘침묵의 봄’은 우리를 두렵게 하는 재앙 가운데 하나로 이미 많은 부분 현실이 됐다. 

 

인류는 자연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1800년대 두 차례의 산업혁명을 지나며 서서히 지구상에서 주인이 될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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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플라스틱 조각은 재생 고형물 형태로 농지에 뿌려지거나, 바다로 흘러들어 물고기 몸속에 저장되기도 한다. 결국에는 동물과 인간의 몸으로 흘러들어온다.  ⓒpixabay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과 같은 원소나 에너지를 발견하면서부터였다. 사람들은 이 중요한 자원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몰랐으며 그만큼 무분별하게 썼다. 자연을 통제하고 지구를 정복하겠다는 커다란 꿈을 꾸며 철도망을 늘리는가 하면 각종 기기를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인류의 삶은 편리해졌고 빠른 속도로 성장했으나 그만큼 유독 물질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오늘날 시점에서 환경오염의 원인을 찾아보면 토지와 물, 대기 등 어떤 부문에서든 인류의 이런 잘못된 의식을 접할 수 있다.

 

거의 날마다 사용하는 개인 위생용품의 항균 성분을 비롯해 농업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뿌리는 화학비료, 화재 발생을 낮춘다는 명목으로 갖가지 소비재에 들어가는 난연제, 생분해 정책의 실패를 방증하는 플라스틱 등 이 물질들이 세월을 거듭하면서 인류에게 어떤 피해를 가져왔는지 추적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 모든 오염 물질은 먹이사슬을 통해 결국 인간의 몸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롤프 할든의 <오늘도 플라스틱을 먹었습니다>는 인간이 삶의 편의를 위해 개발한 다양한 화학 물질이 어떤 방식으로 지구와 인간의 몸을 오염시키는지 그 과정을 탐구하고 있다. 

 

롤프 할든 박사 연구팀이 잔류 독성 화합물의 탄생과 변화를 좇는 이유는 오염 과정을 정확히 알아야 우리 삶의 지속 가능성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어서다. 

 

지구 오염과 기후 위기 문제는 아직까지 해결된 것이 거의 없고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나 사회적 수준에서 지속 가능성을 생각하는 일이 바로 지구라는 거대한 환경의 생존과 맞닿아 있음을 상기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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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은 인간의 외부적 조건이 아닌 함께 호흡하고 마시고 입고 창조하는 모든 것에 해당한다. 잔류 독성 물질은 우리가 먹고 입고 바르고 만들어 낸 모든 물질에 실려 순환의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이 지속적으로 자연을 오염시키는 현실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안경 대신 편리하게 사용하고 자기 전에 빼 둔 콘택트렌즈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변기나 하수구로 흘러들어간다. 결과적으로 이 렌즈는 알갱이 형태로 으스러진 일명 미세 플라스틱 조각으로 바뀌어 환경으로 순환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세 플라스틱 조각은 재생 고형물 형태로 농지에 뿌려지거나, 바다로 흘러들어 물고기 몸속에 저장되기도 한다. 결국에는 동물과 인간의 몸으로 흘러들어온다.

 

이렇듯 환경과학에 입각한 연구 설계와 데이터 분석, 그에 따른 결과를 좇으며 독성 물질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일은 과학의 놀라움을 체감할 수 있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입고 창조하는 모든 것들이 결국 먹이사슬을 통해 우리 몸속으로 되돌아온다. 항균 제품 외에도 사람들이 위험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의식주와 관련한 다양한 소비재가 문제로 지목된다. 


저자가 전 세계가 직면한 지구 오염 문제의 역사를 찾아 나서게 된 이유는 학자로서 무엇을 연구해야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와 같은 실존적 의문였다. 하지만 지금은 오염 문제의 과거와 현재를 바르게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일이 바로 지속 가능한 환경 대책을 만들 유일한 해법임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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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쓰고 버리도록 계산된 쓰레기 사회. 지금도 처치가 곤란한 플라스틱들이 그저 쌓여간다. 그간 우리는 열심히 플라스틱을 분리 배출해왔지만, 그렇게 하면 다 재활용되는 줄 알았지만 결과적으로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10초마다 버려지는 24만 개의 비닐봉지, 500년간 썩지 않는 플라스틱, 그 가운데 일부는 미세플라스틱이 돼 식품과 합성섬유 옷에서도 발견된다. 너무 쉽게 쓰고 버린 대가가 독이 돼 우리 삶과 지구를 괴롭힌다. 


전 세계가 플라스틱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고금숙의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는 환경단체에서 유해물질 담당 활동가로 일하며 쓰레기 덕후로 거듭난 경험을 바탕으로 그가 이룬 선한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구매한 물품 포장재를 돌려주는 퍼포먼스를 하고,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실태를 모니터링함으로써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금지를 견인하는 등 개인들이 힘을 합쳐 생산과 소비 시스템을 제어하는 활동을 해왔다.


지난 2018년 4월 일부 재활용 업체들의 폐플라스틱 수거 거부로 인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을 맞고서야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 우리가 버린 폐플라스틱이 소각장과 매립지에 처박히거나 중국으로 수출됐다는 소식이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자기 집 분리수거함에서 압도적인 양을 차지한 플라스틱과 비닐봉지에 관심을 갖고 바로 플라스틱 자질 검사에 돌입했다. 청색 탄산수 페트병을 종전과 같이 분리수거함에 넣을지 종량제봉투에 버릴지, 10년 간 환경운동을 해온 그에게도 분리 배출은 쉽지 않은 현실이었다.


문제의식은 일절 일회용품 사용을 불편하게 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데 도달한다. 바로 지금 일회용 플라스틱부터 줄여보자고 나섰고 사회관계망 창구로 쓰레기 문제를 생각하는 이들과 머리를 맞댔다.


쉽게 쓰고 버리는 일회용 플라스틱에 열 받아 프로불편러로 거듭난 쓰레기 덕후들의 활동은 생각보다 그리 무겁지 않았다. 그들에게 ‘플라스틱 프리’는 환경호르몬을 피하는 수단인 동시에 미세플라스틱의 원천을 줄이는 고행이 아닌 일상을 바꾸는 취미였다.


저자는 최대한 많은 쓰레기를 만들고 최대한 빠른 소비를 부추기며 최소한의 관계를 맺게 하는 오늘날 생활문화를 분석하고, 일하는 사람을 지워버린 채 더 많은 물건을 쉽게 사서 더 많은 쓰레기를 버리게 하는 시스템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다른 방식의 삶을 제안한다. 바로 플라스틱 프리다.


플라스틱을 거절하는 행동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조금 멀어지는 기회이자 일상을 다르게 주조해내려는 삶의 기술이고, 플라스틱을 덜어낸 삶이 곧 미니멀 라이프라는 지침은 쓰레기 사회 속 우리를 위한 메시지다. 

 

이 시대 새로운 사회운동 방식이다. 각각의 개인이 어떻게 하나가 되어 생산과 소비 시스템을 바꿔나가는지, 상상하고 실현하고 연대하는 기술이 흥미롭다. 이들의 활동이 의미 있는 것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덕질’로 사회적 변화를 이끌었다는 점일 것이다.


저자는 플라스틱 프리 생활은 플라스틱의 특징과 반대의 방향으로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지점을 사회문화적 맥락으로 풀어낸다. 자신과 주변을 천천히 음미할 시간을 비롯해 아날로그와 핸드메이드를 몸으로 배우고 익히는 문화, 소유한 물건이 아니라 관계와 가치를 중시하는 태도, 성별에 상관없이 맞살림으로 서로서로 돌보는 생활. 이런 행동은 한 번 쓰고 버리는 삶의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일상에서 플라스틱이 왜 문제이고 무엇을 덜어내야 할지, 개인적 실천부터 느슨한 연결망을 조직해 사회 시스템을 바꾸어 나간 연대의 기술까지 쓰레기 덕후들의 재기 발랄한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한다. 나아가 플라스틱이 채운 일상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제로 웨이스트를 향한 의식주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법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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