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BOOK돋움] 과거로부터 오늘을 깨닫다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날마다 BOOK돋움] 과거로부터 오늘을 깨닫다

  • 한주연 82blue@hanmail.net
  • 등록 2022.10.05
  • 댓글 0
time-g463f4e38f_640.jpg
ⓒpixabay

 

진격의 10년, 1960년대

김경집 지음, 동아시아 펴냄


‘과거의 역사에서 너무 많은 교훈을 기대하는 건 금물이다. 상황과 조건 그리고 인과관계를 배제한 채 사건의 결과인 기록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 위험하고 어리석다. 역사를 외면하는 시민과 지도자는 위험하지만, 역사책만 들여다보는 시민과 지도자 또한 바람직하지 않은 건 그 때문이다.’


현대사에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1960년대가 지닌 독특한 매력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1960년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현대사적 사건들을 촘촘하게 들여다보며 그 매력의 이유를 찾아낸다. 


인류는 최대의 비극이었던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참혹한 세계를 재건하며 이전과는 다른 체제와 질서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20세기 초반까지 득세했던 전체주의는 점차 힘을 잃었고, 자유로운 개인과 인권이라는 보편적인 가치가 싹을 틔우기 시작했으며, 두 차례 전쟁을 통해 획득한 기술력과 미국의 자본을 토대로 경제적 풍요가 시동을 걸었다. 


1960년대는 잠재해 있던 변화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가시화하는 시점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정치체제와 국제질서가 재정립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유와 경제라는 패러다임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올리는 시점이었고, 그 가속도는 폭발적이었으며, 연쇄적이었기에 한달음에 2020년대에까지 이르게 됐다.


<진격의 10년, 1960년대>는 급격한 변동으로 몸살을 앓던 1960년대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던 변화의 움직임을 포착하며 구체적인 사건에 집중한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가능성을 예고한 4·19혁명을 시작으로 1960년대를 가로지른 17개의 주제를 꺼내 든다.


구체제의 억압을 물리친 식민지들의 투쟁과 해방, 전후 일본의 회복과 청년 세대의 투쟁, 마오쩌둥의 부활과 문화대혁명, 체 게바라의 쿠바 혁명을 마주한 미국의 반응과 풍운아 케네디의 등장, 소련의 개혁의 물꼬를 연 흐루쇼프의 개혁, 미국에게 악몽을 선사했던 베트남 민중의 치열했던 항쟁, 인종차별과 여성차별에 대한 인식 변화와 투쟁, 프랑스의 68혁명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서 불었던 자유의 바람, 새로운 대중문화의 문을 연 비틀스의 예술성, 궁극의 해방을 외쳤던 히피들, 우드스톡에서 폭발한 청년의 에너지, 인류사의 한 획을 그은 인류의 달 착륙 등 1960년대를 대표하는 굵직한 이야기들을 무대 위에 올리며, 시대가 전환하는 변곡점이었으며, 현대 세계를 가름하는 기준점이었던 1960년대를 소개한다.


저자는 1960년대를 가리켜, 자유와 저항, 혁명과 열정이 충만했던, 사랑과 청년의 시대였다고 말하며, 2020년대의 시대정신을 발견하기 위해 1960년대의 시대정신을 돌아보라고 제안한다. 


60년이 지난 현재에 1960년대가 지닌 역사적 의미를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마주한 뉴노멀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기후변화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닥뜨린 현실, 그리고 시스템을 뛰어넘는 악당과 영웅의 등장으로 새로운 질서를 경험하고 있는 2020년대 역시 1960년대 못지않은 역사적 변곡점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역사상 인간이 가장 인간다웠던 시대였던 1960년대를 기억하며, 2020년대의 새로운 시대정신을 발견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 책은 여느 젊은이 못지않게 진취적인 82세의 원로 정치인 버니 샌더스를 언급하며 시작한다. 저자는 현존하는 정치인 중 빌런이 아닌 유일한 ‘히어로’로 샌더스를 손꼽았다. 


청년시절 순수하고 진보적이었지만 돈과 권력의 유혹에 넘어가 변절하고야 마는 여느 정치인들과는 다르게 그가 히어로로 남을 수 있었던 건, 20대 청춘의 열정으로 1960년대를 건너며 그 시대가 하사한 열정과 진정성의 세례를 온몸으로 받았기 때문이며, 1960년대를 직접 이끌었던 청춘의 일원으로 지금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켜온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1963년 마틴 루서 킹의 워싱턴행진에 동참한 뜨거운 청년이었으며, 뉴 레프트에 시동을 건 동지들 중 하나였으며, 2010년 오바마 정부의 부자감세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8시간 37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했을 정도로 강건한, 1960년대의 ‘젊음’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정치인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인물은, 비록 여든 가까이에 1960년대를 맞이했지만, 그 누구보다 1960년대의 정열로 살았던, 어쩌면 최초의 히피, 스콧 니어링이다. 그는 정치권에 발을 들인 적 없었지만, 삶은 온전히 정치적이었다. 그는 두 번이나 대학에서 쫓겨났고, 국가로부터 위험인물로 분류됐으며, 심지어 스파이 혐의로 기소되기까지 했지만, 그는 끝까지 선구자의 면모를 잃지 않고 시대정신을 읽어냈다. 


저자는 그의 논문과 저서를 언급하며 1910년대부터 이미 1960년대의 미래를 내다본 그의 선견지명에 경탄한다. 그의 저서와 연관된 주제를 다루는 몇몇 원고 첫 부분에 니어링의 예언자적 면모를 부표나 비컨처럼 보여준다. 마흔다섯의 나이에 세속의 욕망 대신 자발적 가난과 영혼의 자유로움을 선택한 니어링은, 동반자 헬렌 니어링과 버몬트주의 어느 숲속으로 귀농해 단풍사탕시럽 생산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소박한 삶을 이어가던 1954년 <조화로운 삶>을 출판하며 1960년대의 히피 정신을 예견했다.

 

1.jpg

 

저자가 1960년대를 말하면서 20세기를 수놓은 수많은 히어로를 놔두고 샌더스와 니어링을 소환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의 변화를 방관자가 아닌 참여자로서 겪어내는 열정과 미래를 내다보며 시대정신을 발견하는 선연함, 그리고 끝까지 신념을 이어가는 순수함과 선명성, 끝으로 자유로운 인간의 진정성을 마지막까지 신뢰하는 인류애를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1960년대를 특정해 ‘진격의 10년’이라고 명명하는 이유는 바로 본격적인 의미의 시대정신이 탄생한 시기라는 점 때문이다. 어느 시대라고 시대정신이 없었겠느냐 물을 수 있겠다. 그렇다면 2020년대의 시선으로 시대정신을 특정할 수 있는 시기라고 대답한다면 어떨까? 


현재의 시선으로 1960년대를 돌아보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인류사에 끼친 비극적 고통을 극복하고 경제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시기였으며, 정치적으로 과거 체제가 흔들리고 재편되는 역동적인 시기였고, 이념적으로 전체주의와 국가주의에서 개인주의와 자본주의로 주도권이 이행하는 시기였다. 


무엇보다 본격적인 세계화가 시작된, 비로소 현대성이 발현하는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1960년대는 근대와 현대를 가르는 변곡점이었고, 현대사회가 만들어진 시작점이었다.


시대정신이라는 건 뛰어난 어떤 선각자 한두 사람이 주장한다고 세워지는 게 아니다. 어젠다를 나열한다고 시대정신이 되는 게 아니다. 어젠다 아래로 흐르는 동시대인들의 공통된 인식이 시대정신의 본류다. 그 흐름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역사적 상황과 시대적 현상을 꿰뚫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외친 체코슬로바키아 둡체크의 시대정신은 68혁명의 동지들이 공유했던 시대정신과 다르지 않으며, 바다 건너 미국의 샌더스와 그의 동지들이 지녔던, 나아가 우드스톡페스티벌에 모인 히피들이 느꼈던 시대정신과 같은 것이다. 


동시대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그려지는 어떤 가치와 신념으로서의 시대정신이라야 비로소 시대전환을 이룰 수 있다. 1960년대는 시대정신의 시대였다. 세계화의 시작을 알린 시대였으며, 어젠다 아래로 흐르는 인식이 공유되기 시작한 시대였다.


2020년대에 1960년대를 지금 다시 이야기하는 이유는 인류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 깨어있고자 노력하는 동시대인들이 공유해야 할 오늘날 시대정신의 방향성 때문이다. 1960년대의 시대정신 속에 지금 우리가 읽어내야 할 방향성이 깃들어 있다. 


둡체크와 샌더스, 니어링이 공유했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바로 자유로운 개인의 개성과 휴머니즘이다. 1960년대 이전 시대의 전체주의적 폭압을 뚫고 일어섰던 자유로운 개인과 인간성을 상실했던 두 번의 큰 전쟁의 참혹함을 뚫고 피워냈던 휴머니즘이다. 1960년대는 그 어느 시대보다 인간이 가장 인간다웠던 시기였다.


저자는 1960년대의 특징을 자유와 저항, 그리고 혁명과 사랑이라 말한다. 자유와 저항, 혁명과 사랑은 한 마디로 ‘청년’의 속성이다. 1960년대는 자유로운 상상과 열정의 심장을 지닌 청년시대였다. 순수함을 순수함 그대로 빈정댐 없이 칭송했던, 자유의 봄이었고 사랑의 여름이었던, 혁명조차 낭만적이었던 청년의 시절이었다. 


이 책은 그 시절 영웅이든 악당이든 그 시대를 거닐었던 ‘불세출의 청년’들을 호명한다. 케네디, 비틀스, 흐루쇼프, 만델라, 호찌민, 드골, 체 게바라, 마틴 루서 킹, 요한23세… 이 ‘불세출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청년의 열정으로 역사의 무대 위에 올라섰으며, 시대의 주인공이 됐다.


이와 같은 ‘휴머니즘’과 ‘청년’의 속성에서 기반한 역동성이야말로 저자가 1960년대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이유다. 1960년대를 ‘진격’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세계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전개되었던 1960년대, 아직까지 한국은 세계의 변방이었고, 미처 연결되어 있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사회가 1960년대의 조류가 만들어낸 흐름에서 낙오되었는가? 물론 아니다. 비틀스가, 체 게바라가, 만델라가 일으킨 흐름은 세계의 변두리까지 닿아 현대 사회를 만들었다. 이 역동성과 변화 또한 1960년대의 시대정신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인종차별, 전쟁과 폭력, 여성주의, 자유와 평화…, 현대사회의 기준점이 되는 수많은 어젠다가 1960년대에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당연히 그 흐름은 아직까지도 요동치고 있다. 우리가 1960년대를 돌아보는 이유는 그 “낭만적이었던 시대”를 추억하고, 기념하고, 박제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 헤아릴 수 없이 폭발적이었던 에너지가 여전히 시대를 추동하는 힘으로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흐름을 읽고 더 나은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몫이다. 


2.jpg


세상을 뒤흔든 50가지 범죄사건

김형민 지음, 믹스커피 펴냄


‘대담하게도 박물관에 걸린 <모나리자>를 벽에서 떼어내 태연하게 들고 나간 사람은 따로 있었다. ‘빈센초 페루자’라는 이름의 이탈리아인이었다. 기실 이탈리아인들도 <모나리자>에 그렇게 큰 관심은 없었다.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이나 영국의 영국 박물관에 있는 이탈리아 예술품이 어디 한두 점이었겠는가. 그런데 <모나리자>를 프랑스로 가져간 나폴레옹에게 복수하고 (이건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 <모나리자>를 고향으로 되돌리려 했다는 맹랑한 절도범의 범행 동기는 통일 왕국을 이룬 지 수십 년밖에 안 되는 ‘초보 이탈리아 국민’을 열광시켰다.‘


영화, 드라마, 소설 또는 시사교양의 영역이었던 범죄 이야기가 예능과 결합한 형태로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안정적인 화제성, 검증된 정보, 깊이 있는 해석, 흥미로운 이야기 등을 다채롭게 내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도무지 이해할 수 없거니와 영화나 소설을 훨씬 뛰어넘는 범죄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어 현실에서 범죄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세계와 한국을 막론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벌어지고 나타나는 ‘범죄’라는 사회적 거울을 통해 우리의 현재 그리고 인류 역사의 단면을 엿보고 범죄에 대처하는 자세를 가다듬어 보고자 했다. 범죄와 범죄자들의 사연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충분히 유의미할 것이다.


일련의 범죄사건을 들여다보면 어느덧 흥미로운 지점에 도달한다. 자신도 모르게 역사를 완전히 바꿔 버린 범죄자의 얼굴이 보이고, 자신도 모르게 괴물이 되어 처참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보인다. 그런가 하면, 범죄의 야만적인 모습과 범죄에 가려진 정의의 모습도 보인다. 이 책으로 범죄를 재발견하고 재구성해 이면의 진짜 풍경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할리우드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로도 유명한 미국 대공황 시대 커플갱 ‘보니 앤 클라이드’, 그들은 강도짓을 하고 살인을 일삼다가 처참하게 죽었다. 저자는 그들을 “동조할 수 없으나 공감할 순 있다”라고 한다. 그들을 고단하게 하는 세상이 지속적으로 존재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악마 같은 사람들이었지만 악마는 지옥에서 활개를 치게 마련이지 않은가.


제비족 이야기도 흥미롭다. 1970년대 오일 쇼크 때의 중동 건설붐, 남편과 생이별한 아내를 노리고 ‘제비족’이 독버섯처럼 파고들어 유혹하고 돈을 우려냈다. 차마 정면으로 들여다보기 힘든 막막한 사연들이 무수히 많을 것이다. 


사소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범죄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을 때 중요하지 않은 ‘범죄’는 없다. 모든 범죄는 세상을 뒤흔들기에 충분하니 말이다.


이 책은 총 2부 8장으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세계사 속 범죄자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1장은 역사를 바꾼 범죄 이야기다. 제1차 세계대전의 불씨가 된 ‘프란츠 페르디난트 암살 사건’, 인권 존중의 전범이 된 ‘미란다 원칙’ 등이다. 2장은 만들어진 괴물의 사연을 전한다. 목적 없는 범죄를 일으킨 연쇄살인범 ‘헨리 하워드 홈스’, 900여 명의 동반자살을 이끈 사이비 교주 ‘짐 존스’ 등의 이야기다. 


3장에선 야만적인 범죄자를 들여다본다. 노동자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았던 철강왕 ‘카네기’, 황당무계한 면죄 조건의 면죄부를 팔았던 종교사기꾼 ‘요한 테첼’ 등이 그들이다. 4장은 정의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죄 없는 마을 주민들을 몰살시킨 ‘미라이 학살’ 관련자들, 아내 살해 누명을 쓰고 12년간 옥살이를 한 의사 ‘샘 셰퍼드’ 등의 이야기가 날이 서 있다.


2부는 한국사를 뒤흔든 범죄를 재구성해본다. 1장은 나쁜 놈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복싱 세계 챔피언 타이틀전에 가짜 복서를 데려오는 파렴치한 짓을 벌인 이들, 중동 건설붐 때 생이별의 틈을 독버섯처럼 파고든 제비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2장에선 시대가 낳은 범죄자를 재발견해본다. 일제 강점기 때 민족차별의 모멸감에 정신줄을 놓고 무차별로 살인했던 ‘이판능’, 각박하고 혹독했던 한국 현대사에 빈번하게 등장했던 ‘고려장’ 사건 등은 다시 볼 필요가 있다. 


3장은 범죄를 통해 한국사의 풍경을 되짚어본다. 밀수꾼, 도굴꾼, 보물찾기, 보험 살인, 스토킹 등 다양한 범죄가 들끓었다. 4장은 무겁고도 무서운 이름인 간첩 이야기다. 남파 간첩, 고정간첩, 이중간첩 그리고 간첩을 ‘만든’ 애국적 버러지들의 이야기가 영화를 감상하듯 펼쳐진다.



당신이 관심 가질 만한 이야기

G-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