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BOOK돋움] 지속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새로운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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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BOOK돋움] 지속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새로운 관점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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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쓰레기 1제로  

캐서린 켈로그 지음, 박여진 옮김, 현대지성 펴냄


‘제로 웨이스트로 가려면 시스템을 재정립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지구에서 자원을 가져다가 잠깐 사용한 뒤, 지상의 거대한 구덩이에 버리는 선형 경제 구조 속에 살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의 목적은 선형 경제에서 벗어나 자원을 절약하고 재활용함으로써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 체제인 순환 경제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순환적 구조는 자연을 닮았다. 자원을 매립지에 버리는 대신 모든 자원이 재사용되도록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제로 웨이스트의 목표는 쓰레기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기후위기가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 지난여름 좁은 한반도 안에서 가뭄과 폭우, 폭염이 한날 동시에 일어났다. 기후 위기를 경고라도 하듯 역대급 슈퍼 태풍이 한반도 남쪽을 할퀴고 지나갔다. 


지구촌 곳곳에서도 위기의 징후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어쩌면 지구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엔드게임’에 진입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지구를 보며 너도나도 친환경을 실천해야 한다고 외친 지 오래다. 


오늘도 쓰레기를 왕창 만들어낸 자기 자신을 보며 가책을 느낀다. 하지만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제품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나 하나 쓰레기를 줄인다고 뭐가 달라질까 회의가 든다. 괜히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했다가 작심삼일로 실패하면 어쩌나 고민하다가 시작조차 못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저자 캐서린 켈로그는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제로 웨이스트는 쓰레기나 탄소를 ‘제로(0)’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완벽함 추구가 아닌 그저 쓰레기를 줄여나가려는 노력 자체가 중요하다. 


실패해도 괜찮다.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선택을 하면 그만이다. 저자는 거창한 환경 운동가가 아니라 우리와 같은 평범한 시민이다. 그저 일상에서 조금씩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주변 사람들과 유익한 정보를 나누다 보니, 그의 블로그에는 어느새 매년 전 세계 700만 명의 사람이 방문하고 있다. 


그는 생활 속에서 크든 작든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 스스로 실천하고 검증한 현실적인 비법을 이 책에 모두 담았다.


이 책에는 매일 하루에 하나씩 시도해볼 수 있도록 제로 웨이스트 101가지 챌린지를 주방, 욕실, 청소, 쇼핑, 외출, 여행 등 10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구성했다. 챌린지마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할 때 필요한 재료나 준비물을 친절하게 정리해놓았고, 저자가 깨달은 특별한 비법도 중간중간 ‘tip’ 코너에 담았다. 


좀 더 알아두면 유용한 국내 사례나 환경 정책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독자 스스로 잘 실천하고 있는지 ‘제로 웨이스트 101 챌린지’ 체크리스트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101가지 방법을 하루하루 실천하다 보면 어느새 변화하고 있는 자신과 주변 환경을 발견하며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다.


2022년 4월, 기후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단체로 파업하고 대규모 시위대에 합류했다. 기후 과학은 이미 기후 위기를 충분히 증명했는데, 이에 대응하는 어떠한 정책도 수립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자 반란(Scientists Rebellion)’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현재 전 세계 1,0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거대한 과학자들의 움직임이다. 본래 가치중립적인 태도로 증명을 통해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데 익숙한 과학자들을 생각하면,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바는 확실하다. 지금의 기후 위기가 정말로 재앙이 될 거라는 사실은 이미 충분히 증명됐기에 곧바로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 이대로라면 지구는 정말 ‘엔드게임’에 진입할 것이라고 그들은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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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미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있다. 단지 당장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으니 ‘아직은’ 괜찮다고 합리화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더 이상 눈 가리며 모른 척할 시기는 지났다. 기후 위기가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


지난여름 좁은 한반도 안에서 가뭄과 폭우, 폭염이 한날 동시에 일어났다. 기후 위기를 경고라도 하듯 슈퍼 태풍이 한반도 남쪽을 할퀴고 지나갔다. 지구촌 곳곳에서도 위기 징후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해수면이 높아져 국토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고 반대편에서는 가뭄에 타들어가고 있다. 독일에서는 중부 유럽에서 가뭄이 들었을 때 선조들이 “내가 보이면 울어라”라는 문구를 새긴 바위 ‘헝거스톤’이 발견됐다고 한다. 


인류 모두가 다 같이 통곡할 때가 도래한 듯싶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울고 있을 수만은 없다. 뿌린 씨앗은 스스로 거두어야 한다.


이 책은 매일 쓰레기를 만들어내면서도 환경을 걱정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제로 웨이스트 실천서다. 저자 캐서린 켈로그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이 정말로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전 세계에서 유명한 제로 웨이스터로 손꼽히며,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 ‘고잉제로웨이스트’에는 매년 700만 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다. 지금도 매일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며 친환경 일상을 공유하고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그는 대단한 환경 전문가가 아니다. 그저 환경을 걱정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 다른 점이 있다면 ‘용기’를 가지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변화시키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것이다. 하루하루의 실천이 쌓여 여러 뉴스에 소개되고,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플라스틱 없는 삶’을 주제로 강연까지 하게 됐다. 그리고 일상에서 직접 실천하고 검증한 방법들을 모두 모아 이 책에 담았다.


우리는 제로 웨이스트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일회용품은 편리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보통’의 삶을 살게 하는 가장 빠른 수단이다.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손에는 쓰레기가 들려 있다. 


그럼에도 절대다수가 고수하는 생활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이런 삶을 닮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안성맞춤 실천서다. 


거창한 목표보다는 지속 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101가지 제로 웨이스트 챌린지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변화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제로 웨이스트의 ‘제로’라는 단어에 부담스러워하지만 여기서 ‘제로’란 쓰레기를 0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 0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으로 이해하면 좋다. 저자도 현대사회의 선형적 구조 속에서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는 불가능에 가까우며,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이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 매일 굳게 다짐하지만 늘 실패하는 사람들에게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시한다.


저자는 매일 하루 하나씩 시도해볼 수 있도록 ‘제로 웨이스트 101가지 챌린지’를 주방, 욕실, 청소, 쇼핑, 외출, 여행 등 10개 영역으로 나누어 구성했다. 


챌린지마다 실천 시 필요한 재료나 준비물을 정리해놓았고, 저자가 깨달은 특별한 비법도 중간중간 팁 코너에 담았다. (한국 독자들에게 유용한 국내 사례나 환경 정책은 별도로 정리해 소개했다.) 


독자 스스로 잘 실천하고 있는지 제로 웨이스트 ‘101 챌린지’ 체크리스트로 확인할 수 있다. 책에서 제안하는 101가지 방법을 하루하루 실천하다 보면 어느새 달라지고 있는 자신과 주변 환경을 발견하며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실천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저 간단한 습관에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삶의 많은 부분이 바뀐다.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데 도움을 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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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2023 : 과시적 비소비 

김용섭 지음, 부키 펴냄


‘검색어의 트래픽으로 관심도 추이를 살펴볼 수 있는 구글 트렌드와 네이버 트렌드에서 2022년 7월 말 시점에 '무(無)지출 챌린지' 검색어를 확인해 봤다. 이 말은 7월 들어 뉴스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신조어다. 그 이전까지는 이런 말을 쓰지 않았다. 어떤 키워드에 '챌린지'가 붙는다는 것은 2030세대가 반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챌린지는 소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서로 공유하고 비교하고 함께 노는 문화다. 그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욕망이라는 의미다. 일상을 드러내는 것이 보편적인 2030세대에게는 돈 쓰는 것이 욕망이었지, 절대 돈을 안 쓰는 게 욕망이지는 않았다. 도대체 무엇이 2030세대가 가진 욕망의 방향을 바꾼 것일까?’


2019년의 라이프 트렌드는 기존의 관성과 선입견이라는 경계를 허무는 사람들을, 2020년에는 전통적 가치관과 경계를 확장하는 사람들을 주목했다. 


또 2021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대봉쇄 등 물리적 경계 안에서 뉴 노멀을 구축하는 사람들을, 2022년에는 또 다른 일상과 더 나은 일상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주목했다. 이제 2023년에는 어떤 키워드와 사람들을 주목해야 할까.


2022년 7월 말 기준, 구글 트렌드와 네이버 트렌드 검색 결과 ‘무지출’ 키워드에 대한 관심도가 ‘욜로’를 넘어섰다. 그동안 욜로 트렌드는 너무 흔해졌고 너무 많이 소비되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인해 욜로를 실천할 돈도 없다.


이에  욜로를 대신해 우리의 취향과 선택을 과시할 수단으로 비소비와 무지출이 대두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이 지정되는가 하면(우리나라의 경우 녹색연합에 의해 매년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이다), 미니멀리즘 트렌드가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무지출, 비소비 트렌드는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매년 1월 한 달간 채식을 하는 비건 리셋 챌린지, 월요일마다 고기를 먹지 않는 ‘고기 없는 월요일’ 캠페인은 육류에 대한 일종의 비소비다.


소식 먹방의 유행은 무분별한 음식 낭비를 줄이고 절제해야 한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리셀과 명품 컬래버레이션의 열풍이 잦아들고 중고 시장, 리퍼브 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것도 불필요한 지출을 끊으려는 소비자들의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2016년 한 사람이 온라인 경매로 1968년에 제작된 오메가 시계를 5600달러(약 670만 원)에 낙찰받았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니 그 시계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랠프 엘리슨의 것이었다. 

 

결국 이 시계는 2021년 12월, 한 경매에서 66만 7800달러(약 8억 원)에 다시 팔렸다. 이 ‘중고’ 시계의 가치(가격)가 높아진 것은 바로 유명 작가의 소유물이었다는 특별함 때문이다.


새 제품을 사지 않으면서도 희소성으로 차별화를 과시할 수 있는 빈티지 제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시계, 자동차, 가구, 음반 등 다양한 품목들이 취급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빈티지 거래 플랫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점유율 1위 암호 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소유한 기업 두나무가 런칭한 중고 명품 시계 거래 플랫폼 ‘바이버’가 대표적이며 이 외에도 무신사, 현대백화점,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 등 다양한 기업이 빈티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개성, 취향, 특별함, 차별화에 대한 욕망은 스포츠에서도 계속된다. 2030세대 여성을 중심으로 대세는 골프에서 테니스로 이동하고 있다. 골프를 치는 것이 흔해진 시대에 오히려 테니스를 치는 것이 훨씬 희소하다. 개성을 드러내고 차별화를 보여 주는 데 테니스가 효과적이다.


BC카드가 2022년 헬스케어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테니스 매출은 2019년과 비교했을 때 440%나 증가했지만 골프는 57%에 그쳤는데, 테니스의 성장세를 주도한 것은 2030세대 여성 소비자였다. 


골프장은 도심이 아닌 외곽에 있고, 라운딩을 하려면 4명이 필요하며, 비용도 비싸고, 새로 골프장을 건설하거나 잔디를 관리할 때 종종 환경 문제가 대두된다. 

 

테니스는 골프에 비해 비용, 시간, 접근성, 편의성 모두 유리하다. 즉, 테니스는 골프에 비해 덜 지출하면서도 충분히 과시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스포츠인 것이다. 그러므로 테니스의 위상과 시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푸른 바다나 산속 수풀이 내다보이는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의 자유분방한 모습은 어느 특별한 디지털 노마드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내외 대기업을 중심으로, 여행지나 휴가지에서 휴식을 하면서 동시에 원격 근무를 하는 워케이션 제도가 점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근무, 원격 근무를 경험한 직장인과 기업들은 워케이션 제도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휴양지에서 일하는 자기 모습을 SNS에 공유하는 직장인들, 대외적으로 사내 복지를 홍보하는 기업들에게 워케이션은 과시의 수단이다.


워케이션 제도의 또 다른 수혜자는 지방 자치 단체다. 호텔, 리조트 등의 관광업계도 수혜를 받겠지만 궁극적으로 지자체가 지역 경제 활성화, 새로운 인구 유입 등의 측면에서 이득을 얻는다.


실제로 강원도, 제주, 경상남도, 전라남도,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털사를 비롯한 70여 개 도시, 일본의 자그마한 섬들 등 전 세계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워케이션 인구를 유치하고 있다. 워케이션 관련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워케이션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휴식이 아닌 업무의 효율성에 있다. 효율과 성과가 나온다면 어디서 일해도 상관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효율과 성과가 나온다면 주 5일이 아닌 4일만 일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실제로 벨기에,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미국, 칠레, 일본, 아랍에미리트 등 세계 많은 나라가 이미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거나 실험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주 4일제 논의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주 4일제를 시행하면 경제가 망가지고 나라가 망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의 연간 평균 노동 시간은 OECD 국가 중 최상위다. 


2020년 기준 OECD 국가 평균 노동 시간은 1687시간인데 우리나라는 1908시간이다. 하지만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OECD 38개국 중 27위다. 우리나가의 GDP 순위가 8위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낮다. 


노동 생산성을 높이지 않고서는 결코 GDP를 높일 수 없다. 과도한 노동 시간으로 떠받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주 4일 근무제는 하루 더 쉬자는 복지 차원이 아니라 경영과 경제적 관점, 효율성과 생산성의 문제로 바라보고 논의되어야 한다.


디지털 노마드, 워케이션, 주 4일 근무제가 확산되면 더불어 세컨드 하우스에 대한 수요도 증가한다. 평일에는 도시에서 생활하다가 주말이 되면 자신의 세컨드 하우스를 찾아 휴식하고 여가를 즐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컨드 하우스는 일상 공간의 확장이자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된다.


또 워케이션 제도와 마찬가지로 세컨드 하우스 트렌드도 지방 자치 단체와 사업가들에게 큰 기회다. 국내의 경우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전역에 방치된 빈집이 많다. 전라도만 해도 약 2만 채에 이른다. 영국, 캐나다 밴쿠버, 일본 도쿄도 빈집 문제를 겪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빈집세를 도입했다.


세컨드 하우스 유치는 빈집세의 대안이 된다. 대도시를 탈출하려는 사람들, 대도시의 기업에서 일하지만 원격 근무가 가능한 사람들, 5도 2촌과 4도 3촌을 하며 도시와 농어촌의 삶을 병행하려는 사람들을 유치하면 지방 소멸 방지, 지역 경제 활성화, 빈집 재활용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21년 11월 한국경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청년들이 느끼는 체감 경제 고통 지수는 역대 최악이었다. 2022년 7월에 발표한 2022년 1분기 국민 고통 지수 또한 역대 최고치였다. 팬데믹,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자산 가치 하락 등으로 이러한 수치는 2023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 결과 안타깝지만 남의 불행을 목격할 일이 많아지고, 남의 불행에서 위안을 얻는 이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독일어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는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 된다는 아주 못된 단어다. 그런데 우리말에도 이와 비슷한 말이 있다. ‘잘코사니’는 미운 사람의 불행을 고소하게 여길 때 내는 감탄사다. 


샤덴프로이데와 잘코사니를 느끼는 건 내가 사악하거나 못나서가 아니다. 치열한 경쟁과 승자 독식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만큼 여유가 없고 불안해서가 아닐까. 이런 불안감과 위기의식은 정부와 지자체에게는 해결 과제가 될 것이고, 기업에게는 활용해야 할 소비 욕구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위기가 증폭될수록 불안과 위안을 대상으로 한 산업은 커질 수밖에 없다.


2010년 설립된 스타트업 프론티어 펀드는 2021년에 944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으며 역사상 가장 비싼 유니콘이 되었다. 그런데 프런티어 펀드는 탄소 제거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즉 클린 테크(Clean tech) 기업을 지원하는 펀드다.(253쪽) 그만큼 기후 위기 대응이 시급하고, 이를 위해 탄소 제거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며, 클린 테크는 강력한 비즈니스 기회인 것이다.


클린 테크는 에너지 및 자원의 소비와 오염 물질 발생을 줄이고, 탄소 감축과 제거 등을 하는 환경 기술이다. 생산과 소비를 중단하는 것, 육식을 끊고 비건을 실천하는 것, 중고와 빈티지 제품을 애용하여 자원 낭비를 막고 자원 순환(재활용)을 촉진하는 것은 개인 차원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클린 테크는 지구적 스케일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는 노력이다. 게다가 전 세계의 산업과 비즈니스가 지속 가능 경영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클린 테크는 전방위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 에너지, 저전력, 탄소 포집, 폐기물 처리, 배터리와 전기차 분야뿐 아니라 로봇 산업, 농업, 축산업, 식품 산업, 건축업, 유통업 등 일상의 거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IT가 모든 산업을 주도하며 세계의 돈을 빨아들였던 것처럼, 클린 테크도 강력한 주도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성세대는 어안이 벙벙하겠지만 지인의 결혼식이나 돌잔치에 축의금을 내지 않겠다는 미혼 2030이 늘고 있다. 현금 부조가 부담이 되고 무엇보다 혼인율과 출산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주고 못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상호 부조라는 낡은 유산과 단절하겠다는 명분이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비소비 태도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느슨한 연대와 극단적 개인주의는 더 심화되었다. 불필요한 관계를 끊어 내고 자신과 본질에 더 집중하면서 자발적으로 고립되고 아싸가 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고 무리의 중심에 선 인싸가 과시의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SNS를 중심으로 자신의 아싸 기질을 과시하듯 드러낸다.


축소와 절제 지향은 인간관계를 넘어 가정, 직장, 소비 등 일상의 모든 영역으로 확대된다. 카페, 술집, 직장의 회의실에서 커피, 한 잔의 술, 회의라는 본질에 집중하도록 스탠딩 문화가 강조되고 있다. 또 무알코올 맥주와 제로 콜라 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등 관성적인 소비문화와의 단절이 이루어지고 있다. 


취향 소비는 한국인의 중요한 트렌드로서 오래도록 이어져 왔다. 이제 취향의 상향 평준화 속에서 차별화되고 과시할 수 있는 건 디테일의 차이다. 


자신만의 취향 디테일을 보여 줄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미술품 소유다. 2022년 9월 열린 아트 페어 프리즈(FRIEZE)와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에는 약 7만 명이 다녀갔고 수천억 원대 미술품이 거래되었는데, 방문객 중 절반을 2030세대가 차지했다. 취향 소비에 민감한 이들이 명품 가방 대신 미술품을 구매하고 이를 과시하는 것이다.


취향의 디테일은 우리의 여가와 의식주 등 광범위한 영역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제 여행은 단순히 휴식을 넘어, 남들은 모르는 곳이나 희소하고 특별한 경험을 과시하는 수단이 되었다. 그래서 잘 알려지지 않은 소도시가 많은 전라남도와 경상북도가 새로운 휴가지로 떠오르고 있다. 


혼밥과 혼술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이에 최적화된 식당, 카페, 술집이 늘어나고,(351쪽)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대신 ‘꾸꾸(꾸미고 꾸민)’ 패션이 유행하면서 과시 욕구를 부추긴다. 결국 같은 취향이더라도 디테일에서 강한 쪽이 선택받고 살아남을 것이며 더 강력하게 소비될 것으로 보인다.


1899년 미국의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부자들은 편리성이 아니라 과시적인 가치가 있는 옷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는 남들보다 돋보이거나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명품이나 고가의 수입차 등 사치품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이를 ‘베블런 효과’라 하는데, 초고가 전략과 마케팅이 이를 활용한 것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정의한 ‘파노플리 효과’도 이와 유사하다. 특정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이 그 특정 계층에 속한다는 사실을 과시하는 것인데, VIP 전략이나 멤버십 마케팅이 이를 활용한 것이다.


반대로 미국의 경제학자 하비 라이벤스타인이 발표한 ‘스놉 효과’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소비하는 상품을, 자신은 오히려 줄이거나 소비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차별성을 과시하고 싶은 욕망이 소비 중단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소비 욕망을 베블런 효과, 파노플리 효과, 스놉 효과 등으로 설명해 왔다. 기업의 마케팅도, 소비 트렌드의 방향성도 이 이론들이 바탕이 됐다. 그리고 이 이론들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과시’다. 


그런데 예전보다 더 영리해지고 자기중심적이며 자기 주도적인 소비자들은 더 이상 베블런 효과, 스놉 효과, 파노플리 효과의 힘에 속수무책 휘둘리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소비가 과시의 가장 좋은 도구였지만 이제 비소비가 새로운 도구로 부상한 것이다.


비소비 트렌드가 대두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인플레이션, 기후 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불안정한 국제 관계 등의 영향 때문이다. 우리는 팬데믹을 겪으며 대인 관계를 절제해야 했고,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불안정한 국제 관계로 인한 경기 침체, 고용 불안, 자산 가치 하락 속에서 소비 다이어트가 필요해졌다. 또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과 소비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과시적 비소비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이다. 단순히 소비를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니까. 그저 돈이 많으면 얼마든지 가능했던 과시적 소비와 달리, 과시적 비소비는 얼마나 더 희소하고 유니크한 경험인지가 중요하다. 

 

플라스틱 프리와 친환경 소비, 모피 반대와 동물 윤리, 젠더 뉴트럴과 공정, 돈쭐 내기 같은 미닝 아웃도 과시의 수단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시적 비소비는 취향의 확장이자 진화인 셈이다.


과시적 소비와 과시적 비소비는 서로 반대말이 아니다. 과시의 욕망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졌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반대말로 보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말이다. 

 

이에 기업과 소비자는 과시적 비소비를 전혀 다른 관점으로 볼 수밖에 없고, 대응도 달라야 한다. 여기서 비롯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