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BOOK돋움] 하루 세 번 복용이 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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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BOOK돋움] 하루 세 번 복용이 아니라고요?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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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 

박한슬 지음, 북트리거 펴냄


‘종합병원의 병동 간호사 1명이 하루에 담당하는 환자의 수는 대략 10.1명입니다(2019년 기준). 이렇게만 보면 적은 숫자인지 많은 숫자인지 잘 가늠이 되지 않는 게 당연한데, 해외의 간호사 1인당 환자 수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 가늠할 수가 있습니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많은 주에서 간호사 : 환자 비율을 법으로 정해 놓고 있는데요, 뉴욕주는 일반적인 내과 병동에서 간호사 1인당 환자 4명 정도, 캘리포니아주는 간호사 1인당 환자 5명 정도를 보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수간호사와 같은 관리 인력은 제외하고 실제 근무를 서는 인력만으로 잡은 것이니, 한국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죠.’


저자는 한국에서 의사 1명이 하루에 평균 58.3명의 환자를 진료한다는 통계 분석을 처음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진료를 받으려고 대기할 때 느끼는 체감으로 따져 봐도 이건 그리 놀라운 수치가 아니다. 이처럼 우리는 이 상황에 아주 익숙해졌기 때문에 지금 의료의 기이한 구조를 제대로 보기가 어렵다. 


저자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와 경제 규모가 크게 다르지 않은 주요 선진국들에서 이 수치는 단 8.1명으로 드라마틱하게 내려간다. 


한국이 무려 5~6배 많다는 얘기다. 저자의 비유를 빌리자면 지금 우리는 10인승 엘리베이터에 60명을 태우고 하강하고 있는 셈이며, 어떻게 보면 그보다 더 위험하다. 단순히 무게가 아니라 환자의 ‘목숨 값’이 5~6배나 더 가벼워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국에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를 알기 위해선 한국의 의료 제도 및 정책을 살펴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직까지는 이러한 왜곡된 구조도 나름의 기능을 하고 있지만, 이 ‘기이한 평형 상태’는 당연히 오래갈 수 없다. 


그리고 한국이 과거 예상보다 더욱 급속도로 ‘늙어 가고’ 있기 때문에 그 ‘붕괴’는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2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미국, 영국, 일본 등 다른 선진국보다도 훨씬 빠르며 이 추세라면 당장 2025년부터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고령사회에서 한 단계 높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데 단 7년밖에 걸리지 않는 셈이고 이 또한 세계 최고 수치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의 의료 정책은 당연히 젊은 인구에 기대어 가까스로 평형이 맞춰진 상태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직 겨우겨우 돌아가고 있지만, 현재의 장년층이 의료 서비스 주요 이용 계층인 ‘노인’이 될 때쯤에는 인구구조 자체가 지금과는 판이해진다는 것이다. 


경제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보다 노령인구가 더 많아지는 역삼각형 구조가 자리 잡게 되는데, 그러면 지금과 같은 의료 서비스 이용은 더는 가능하지 않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그러니 현재 ‘생산가능인구’의 주요 일원으로 속해 있으며 이 의료 붕괴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게 될 우리가 “의료 정책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갖추고 적극적 의사 표명을 하는 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 시점은 인구구조가 바뀌어 가는 바로 지금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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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멋진 의사 역 배우들로 늘 화제가 되는 의학 드라마들의 배경은 대부분 ‘종합병원’이다. 그래서인지 일반인들이 ‘병원’이나 ‘의료’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곳도 동네 작은 의원보다는 종합병원인 경우가 많다. 


저자는 “공교롭게도 한국 의료의 문제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공간 역시 종합병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처음으로 “겉보기에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최첨단 종합병원의 그늘”에서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태움’, 기피과, 진료보조인력, 점점 짧아지는 진료와 늘어나는 검사 시간 등의 문제를 상세히 파헤쳐 나간다.


아울러 의료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공급자는 공급자대로 개인으로서 지극히 ‘합리적인’ 의료 선택들을 내린 결과 초래된, 누구도 의도치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들을 구조적으로 짚어 본다. 


다른 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세끼 약 포장’ 방식으로 대표되는 한국 약국의 복약지도 생략, 내가 가고 싶은 병원을 ‘골라서’ 내가 가고 싶은 때마다 가는 ‘병원 선택’의 권리가 변질된 ‘의료 쇼핑’, 다른 모든 업종과 마찬가지로 서울의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의료인들의 지방 기피와 그에 따른 지방 의료의 위기 등을 살펴본다.


내용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결국 한국 사회 전체의 안전 불감증을 떠받치는 비용 효율성의 문제, 그리고 한편으로는 ‘제대로 진료하면 적자가 나는’ 불합리한 의료 제도의 문제이다. 


또한 이러한 딜레마들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평가 기준 등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쌓여 온 ‘의료계 vs 정부’ 갈등이 코로나19를 지렛대 삼아 폭발한 의사 파업 사태를 심층적으로 다룬다. 또한 초고령 사회 진입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그려 볼 수 있는 미래 한국 의료의 시나리오와 몇 가지 실현 가능한 해법들을 모색하며 마무리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대부분 의료 소비자이자 비전문가인 우리를 어엿한 ‘의료 주체’로 호명하고 함께 고민하는 장을 마련한다는 점이다. 


어느 업계나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있고 그와 일반인의 지식 및 역량 차이가 현저하기 때문에, 우리는 생활하면서 대부분의 경우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게 가장 낫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건 대체로 합당한 판단이지만 이 책의 주제인 의료 문제는 그렇게 놓아두기 어렵고, 그래선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논지이다. 우리 모두는 반드시 노화하기에 질병과 죽음의 문제를 스스로 사유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점점 더 그 주제를 다루는 책이나 미디어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질병과 죽음에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병원과 의료의 문제에 대해서도 좀 더 면밀히 살펴보고 그렇게 이해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해 볼 이유가 충분하다.


이 책의 저자인 박한슬 작가는 대학병원 약사 출신으로 지금은 통계학을 전공하며 사회적인 글쓰기를 하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렇게 의료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의 입장에 놓여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폭넓고 균형적인 시각이 돋보일 뿐 아니라, 두 번째 전공인 통계학을 십분 활용해 철저한 자료 수집과 고난도의 분석, 그리고 무엇보다 ‘전문 자료를 쉽게 풀어내 읽어 주기’가 가능했다.


저자는 “그간 국내에서 의료 정책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특정한 자신만의 해법을 상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현실 일부만을 잘라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소규모 마을 공동체 내에 의사가 함께 거주하는 의료를 추구하자는 몽상적 진보주의, 현재 국내 의료의 근간인 건강보험제도를 폐지하고 모든 의료를 시장에 맡기자는 우파적 극단주의 등”을 경계하자고 말한다. 


“각자가 지향하는 이념과 방향성이 다르게 보인다면 귀를 닫는 일이 워낙 흔해진” 상황 속에서도, 적어도 현재 한국 의료가 이렇게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음을 공유하고 우리 모두의 ‘숙제’라는 점을 환기하고자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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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건강한 섹스를 권장합니다 

한완수 지음, 라온북 펴냄


‘사랑은 서로의 취향과 개성을 인정하는 평등한 관계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사람은 누군가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의논하며 위로를 받는다.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을 믿어주는 한 사람만 있다면 견딜 만하다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그러므로 사람에게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행복의 요소가 된다.’


열심히 사랑하며 살고 있는데도, 왜 나는 공허하고 외로울까? 사랑이 무서워서 시작하지 못하는 당신, 사랑의 열정이 식어버린 당신 그리고 서로가 당연한 존재가 되어버린 커플, 다시 뜨겁고 열정적인 사랑을 하고 싶은 커플, 이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미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말은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인식되어 있다. 이 속에 담긴 의미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가 주체인 삶을 살아가자’일 것이다. 그리고 연애가 필수인 만큼 결국 사랑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와는 다르게 누군가와 함께 맞추고 소통하며 살아가는 것보다 혼자 지내는 것이 차라리 속 편하다는 분위기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망설임을 느낀다. 


더불어 상대에게 서운함을 느끼거나, 상처받을까 봐 두렵거나, 지금의 관계에 자신이 없거나, 내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등 남녀 관계와 감정은 정답이 없어 더욱 어렵다. 이는 오래된 연인, 중년 부부들도 마찬가지다. 10년을 만나고, 30년을 함께 살면서도 마음의 틈을 메우지 못하는 커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이 책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양성 평등한 사회 속에서 사랑 한번 제대로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남녀의 균형, 정서적으로 필요한 공감의 기술부터 성적 커뮤니케이션 비법과 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성 가치관 확립 방법까지 담고 있다. 


또한 ‘남자는 이렇게, 여자는 이렇게’라는 일반화의 오류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서로 공존하면서 행복한 사랑을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한다.


세상이 빠르게 그리고 많이 변했다. 산업의 발전이 빨라지면서 비즈니스 시장이 변했고, 이에 따라 부와 직업에 관한 시선이 달라졌다. 이에 따라 1인 가구, 퍼스널 브랜딩, 워라밸, 자기 계발 등 일상과 꿈을 이루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취향과 콘텐츠를 자유롭게 표현하기 시작했고, 특히 연인과 부부간에 사랑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에 대해 여성도 자유롭게 주도하고 표현하는 시대가 됐다. 


저자는 결혼하고 동두천에 자리 잡아 살면서 미군 범죄와 성폭력 등을 목격하고 자연스럽게 시민운동에 뛰어들었고, 이후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가족부 젠더폭력 통합강사로 오랫동안 성 상담과 성교육, 성 치료와 양성평등 교육을 해왔다. 


또한 서로가 만족하는 양성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행복한 커플 라이프, 행복한 인간관계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인간이 태어나 궁극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과 만족도는 관계에서 오는 사랑이라고 이야기한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가 함께하며 사랑할 수 있을 때 비소로 가장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저자가 다양한 사랑과 성 상담 사례를 통해 알게 된 일과 사랑, 부부생활 등 복잡하게 얽힌 감정 문제를 해결하고 나 자신을 사랑하며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고 관계를 개선하는 방법을 담고 있다. 


또한 젠더 감수성에 기반한 대화와 소통법, 남녀 모두가 만족하는 평등한 사랑법을 알려준다. 행복한 부모에게서 행복한 아이가 자라듯,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커플이 되고, 행복한 커플이 행복한 삶도, 미래도 누릴 수 있다.


먼저 사랑과 성에 관한 성 심리학적 관점에서 남녀의 사랑은 당연히 행복해야 하는데도 왜 밋밋하고 행복하지 않은지,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다원화 시대 속에서 다양성을 이해하며 살아가는 우리인데, 이런저런 사랑 이야기가 왜 그리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지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더불어 왜 우리에게 사랑과 성에 대한 리부트가 왜 필요한지 여러 상담 사례를 통해 원인과 대처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생물학적 관점에서 생애주기에 따른 사랑의 기술과 꼭 필요한 정보들을 담았다.


마지막으로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젠더가 중요한 이유 그리고 젠더 감수성을 왜 업그레이드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성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통해 뜨겁게 사랑하고 쿨하게 헤어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아름다운 사랑은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멋지게 살고 싶다면 삶 속에서 지혜로운 도전, 즉 ‘사랑과 성’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하고 정체된 감정을 끌어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