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그린노트] 도시문제 해결사, 숲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디터의 그린노트] 도시문제 해결사, 숲

자연스럽고 건강한 일상을 만들고자 하는 이가 늘고 있다. 우리가 망가뜨려온 것과 자연이 주는 회복의 힘 사이에서 고민하며, 도시에서 무해한 일상을 탐구하고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편하고 익숙해서 누려온 것이 가진 함정, 우리가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 등 차곡차곡 쌓아온 경험들을 기록하고 ‘그린라이프 길잡이’로 활용할 만한 책을 연이어 소개한다. 지구를 소중히 여기는 건 곧 나를 돌보는 일이기에, 기꺼이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들을 띄운다.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12.05
  • 댓글 0

[지데일리] ‘도시의 세기(Urban Century)’로 불리는 21세기, 인류는 그 절반이 도시에서 나서 도시에서 삶을 마치는 시대를 맞았다. 특히 우리나라는 90%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다. 

 

1.jpg

ⓒpixabay


이제 도시는 자연생태의 경작지를 중심으로 한 농촌, 그 농촌의 재화와 물자들이 몰려서 교환되고 소비되던 도시의 시대를 거쳐, 이제 도시 자체가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인 생태공간으로 확장되고 진화했다. 


<숲의 도시>(제종길 지음, 각)의 저자는 안산시에서 36년째 살고 있다. ‘안산’은 환경적으로 악명 높았던 도시이기도 하다. 1980년대 구로공단의 과밀 해소와 서울시 인구 유입을 완화시키기 위해, 전국 최초로 조성된 신공업도시다. 


반월공업단지를 배후로 조성 초기 임해공업단지와 전원도시의 공존을 꿈꾸는 도시계획으로 시작되었지만, 시행상의 오류(?)와 외국의 도시를 모델로 삼은 실현가능성의 문제 등으로 도시조성 초기사는 흑역사가 되고 말았다. 

 

특히 도시기반시설의 미비로 공단과 도시의 오폐수가 시화호로 흘려들어 ‘죽음의 호수’로 불려지면서 생태환경적으로 최악의 도시로 이름을 알리면서 실패한 도시조성의 역사를 지닌 곳이기도 하다. 


또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강력범죄의 뉴스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았던 ‘안산’의 명성(?)이 이 도시를 최악의 도시로 각인시키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그런 도시에서 붙박이로 한 세대 주기인 30여 년 이상을 살아 온 것이다. 


그렇기에 도시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할 것이다. 실제 쾌적한 삶의 조건으로는 최악인 도시에서 살면서 만났던 도시의 문제들은 결국 저자를 도시생태 시민활동가로 이끌게 된다. 


안산21 실행위원장, 새만금 공동조사단, 생태관광협회, (사)도시인숲,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등의 활동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도시에 대한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도시에 살고 있으면서도 도시에 관해 제대로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스스로 너무나 놀랐다.”는 그의 고백처럼 도시에 대해 부족한 자신을 발견한 그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시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그로부터 15년 그가 도시 공부를 통해 도달한 도시의 모습은 결국 ‘숲의 도시’였다. 하지만, 숲의 도시는 결코 쉬운 답이 아니다.


녹지공간을 늘리고 숲을 조성하여 기능적으로 자연생태계와 가깝게 하자는 것이다. 도시는 자원을 훼손하는 곳이 아니라 자연공간이 되어야 하며, 쉼터로서 역할을 하면서 공기ㆍ물ㆍ정신을 정화하는 기능을 맡아야 한다. 


이런 지속가능한 도시인 숲의 도시에서 시민들이 심리적 안정과 함께 첨단기술의 건조함과 빠른 사회변화에 지친 시민들이 힐링을 하고 가족 안정과 공동체 평화를 통해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는 그린 어바니즘을 추구해야 한다.

 

2.jpg


즉 많은 문제들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도시, 하지만 숙명적으로 그 도시에서 살아야만 하는 인간들에게 도시의 최선은 공기ㆍ물ㆍ정신을 정화하는 기능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가 도심 속의 숲에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살고 싶은 도시는 그 개념이 점차 확대되고 다양해지고 있다. 좋은 도시의 조건은 문화와 경제 그리고 사회적 응집력으로 도시의 회복력을 강화하고 도시를 작동하는데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책에서 열거한 ‘숲의 도시’들이 공동으로 취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숲’을 강조하는 것은 자연과의 소통, 즉 자연의 보강인데 ‘숲’이 그 상징인 것이다. 도시 쇠퇴의 경험을 가진 도시들인 경우 숲의 도시는 좋은 치유 방안이자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이 되어 방문객 증가가 도시 혁신의 성공 지표가 되기도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한번 둘러보자. 도시에서 과감한 도전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그 시작은 도시숲을 만드는 일이다. 거기에 문화와 첨단기술 역량까지 융합하며, 도시민의 삶을 행복하고 보람있게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숲이 기후변화가 촉발한 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는 것을 세계의 여러 도시들이 보여줬다. 이제 실행만 남았다.


도시는 자연생태계의 구성원인 인류에게 있어 새로운 ‘자연’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이 책에는 지구별 위에 아직까지 인간이 구축한 다양한 도시와 그 도시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3.jpg


<어쩌다 숲>(피터 S. 알레고나 지음, 이케이북)은 존재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한 도시 생태계에 관한 이야기다. 


도시가 야생동물을 끌어들이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전에 사람들이 전혀 다른 이유로 내린 결정들 때문에 풍요로운 야생동물의 서식지, 심지어는 기묘한 야생동물들의 피신처가 됐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도시들에서 최근에 야생동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자연보호가 시작된 이래 최고의 생태적 성공담 중 하나지만, 이것은 사실상 우연히 일어났다.


이 책은 조류, 포유류, 어류, 몇몇 파충류 같은 척추동물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우리에게 덜 익숙한 흰머리수리, 흑곰, 바다사자 같은 동물, 즉 50년이나 100년쯤 전에는 도시 환경에서 번성할 거라고는 거의 예상하지 못했던 크고 카리스마 넘치는 동물종들이다. 


현대 미국 도시 일부에서 이들의 존재는 우리에게 수십 년 전에 우리가 그들에 관해서 얼마나 아는 게 없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아직도 배워야 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상기시켜준다. 

 

환경사학적인 저자는 역사적・과학적 기록을 도시설계・환경・사회 등 전방위적 관점과 연결하여 미국의 도시가 어떻게 야생동물로 가득 차게 되었는지 의미를 짚어낸다. 


도시가 다양한 생물 군집들이 사는 풍요로운 생태계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를 돕는다. 그리고 우리 인간이 잊지 말아야 할 메시지를 던진다.


“이 동물들을 다시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부분이다. 어려운 부분, 우리 앞에 놓인 진정한 과제는 이미 여기에 있는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세계의 대부분 지역에서 야생동물이 사라지고 있는 와중에 어째서 지구의 모든 생태계 중에서 가장 인공적이고 인간으로 가득한 도시에 야생동물이 늘어나는 것일까? 그리고 이 역설이 도시와 인간, 야생동물, 점점 도시화되어가는 우리 지구의 자연에 대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우리는 도시 생태계에 실제로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그리고 인간과 야생동물이 21세기의 도시에서 공존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지금 도시에서 살고 있는 미국인의 80퍼센트 이상이 드문 기회를 얻은 셈이다. 자연보호 역사에서 가장 큰 승리 중 하나는 거의 우연히 이루어졌다. 18세기와 19세기에 거의 절멸했던 야생동물이 20세기와 21세기에 수많은 신참과 함께 도시 지역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수십 년 전에, 전혀 다른 이유로 내린 결정 덕분이었다. 현재 대부분의 미국인은 전보다 훨씬 더 사람과 야생동물이 모두 많아진 도시에서 살고 있다. 어떤 면에서 이 도시들은 스스로 ‘재야생화’된 셈이다. 


야생동물과 함께 사는 데는 해결할 문제가 많이 따라오지만, 엄청난 혜택도 생긴다. 이제 우리는 이것을 선물로 받아들이고, 도시 생활의 모든 면에서 야생동물에 대한 배려를 통합하기 시작한 생태학과 자연보호, 환경과학, 도시계획, 그 외 다른 분야의 선구자들을 따라야 한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과학을 바탕으로 한 정책을 도입하고, 공동체의 개입과 지지로 이를 시행하고, 믿을 만한 공공투자로 이를 유지하고, 우리 중 가장 궁핍하고 취약한 사람들을 위해 신중하게 설계한다면 언젠가 우리 모두가 다양성과 공존으로 정의되는 더 깨끗하고 더 푸르고 더 건강하고 더 공정하고 더 지속 가능한 사회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대도시들은 생물다양성이 자연적으로 아주 높은 지역에 지나치리만큼 몰려 있다. 2020년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 50개 중 14개가 “아주 높은” 생물다양성을 가진 지역을 점유하고 있었다. 


이런 지역들이 미국 토지에서 2퍼센트도 안 되는 넓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지역들은 그 지역 동물들의 거처일 뿐만 아니라 여행하는 동물들의 쉼터이기도 하다. 많은 철새가 이동 경로라고 알려진 길을 따라 이동하는데, 이 경로는 산맥과 평행하거나 강 계곡이나 해안선을 따라간다.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 50개 중에서 최소한 40개가 좁은 띠 모양인 북아메리카의 주요 철새 이동 경로 일곱 개 안에 위치한다. 예를 들어 260종 이상의 철새들이 맨해튼을 지나가는 덕에 센트럴파크는 의외로 훌륭한 조류 관찰지가 되었다.


이런 패턴은 미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나타난다. 어떤 지역은 다른 곳들보다 좀 덜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대도시는 자국의 전체 생물다양성에서 그 면적에 비해서 지나치게 큰 몫을 차지한다. 


도시 생태계가 가장 상세하게 연구된 대륙인 유럽에서 도시는 그 면적이 국토의 30퍼센트 이상을 넘어가는 일이 드물지만, 각국의 생물종 중 최소한 50퍼센트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패턴은 대부분의 열대지방 국가에서는 지켜지지 않지만, 그런 지역들도 생물다양성과 도시화 사이의 놀라운 중첩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중앙 멕시코와 브라질의 대서양 연안의 숲 같은 곳들이다.


지리도 중요하다. 안전한 해안선, 배가 다닐 수 있는 강, 마실 수 있는 민물, 다양한 서식지, 그리고 원자재 같은 특성은 종종 생물다양성과 생산성이 높은 지역에서 발견된다. 이런 특징은 다수의 야생동물이 살아가게 만들어줬고, 자생 문화가 번성하는 자원의 기반을 공급해주었으며, 유럽인들을 끌어들여 정착지를 만들게 했다. 그중 몇 개는 큰 도시로 자라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