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어린이 환경책] 자연스러움으로 지구를 지키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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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어린이 환경책] 자연스러움으로 지구를 지키는 법

환경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그에 관련한 환경 도서가 출간돼 왔다. 그러나 그간 환경 도서들은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지식만 담아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아이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주의 어린이 환경책'은 이러한 아쉬움에서 출발한다.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관심을 기울이고 알아야 할 다양한 환경 지식을 깊고도 풍요롭게 설명한 도서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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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어제 먹은 음식을 한번 떠올려 보면 돼지고기, 소고기, 또는 닭고기로 만든 음식이 있었을 것이다. 어떠한 이유로든 하루 한 번은 우리 밥상 위에 고기가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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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아니더라도 생선이나 달걀, 우유나 치즈를 먹기도 한다. 고기가 없는 밥상은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들거나, 채소는 맛없다는 편견 때문에 편식을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고기를 먹는 게 잘못된 행동은 아니다. 하지만 대량의 고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공장식 축산은 동물들과 지구 생태계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사람이나 동물, 지구를 위한 선택이 아닌 기업의 이익만을 생각한 결과다. 또한 식용으로 키워지는 동물들의 먹이를 위해 무분별하게 땅과 숲을 파헤치기도 한다. 수천 년 동안 만들어진 열대 우림이 사람이 먹을 고기를 위해 단 몇십 년 만에 파괴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만약 우리가 고기를 먹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채식하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채식을 선택했을까. 고기를 먹지 않고 채소만 먹는 게 채식일까. 

 

<나도 채식을 할 수 있을까?>(민마루 지음, 썬더키즈 펴냄)이 책과 함께 지구를 사랑하는 방식 중 하나인 채식의 다양한 방법을 알고, 생명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채식이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고, 물 부족을 해결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고기를 먹는 일이 생물 다양성을 해치기도 하며, 기아 문제의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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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채식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채식을 하는 사람이 더 나은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 세상에는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채식을 하지 않지만, 우리의 먹거리를 통해서 세상을 좀 더 이롭게 만드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아낌없이 베푼 지구에게 인간들이 어떤 고통을 줬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를 보여 준다. 우리가 먹는 고기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선택한 사람들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채식의 긍정적인 면을 깨달을 수 있다. 또한 생활 속에서 만나는 채식 이야기에는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채식 요리와 직접 따라 할 수 있는 채식 활동을 담았다.


지구를 지키는 일은 생각보다 거창한 일이 아니다. 관심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면 생각보다 아주 쉬운 방법들도 많을 것이다. 밥상을 조금만 바꿔도 우리는 지구와 함께 조금 더 건강해질 수 있다. 오늘부터 지구와 오래오래 더불어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열두 달 토끼 밥상>(김정현 지음, 보리 펴냄)에 글을 쓴 저자는 도시에 살던 부모를 따라 열한 살 때 무주 산골로 이사했다. 학교에 가지 않고 자연을 학교삼아 들과 산에서 놀면서 저절로 나고 자라는 풀과 열매 맛을 알았다. 


저자는 아토피가 있어서 다른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나 청량음료도 마음껏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들에서 기른 채소나 곡식을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까 이렇게 저렇게 해 보다가 요리하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끼게 됐다. 


밭에서 기른 유기농 재료와 집에서 만든 효소나 식초, 간장, 천일염 같은 천연 양념을 써서 요리를 해 먹으면서 몸도 건강해졌다. 요즘같이 절기나 계절에 따른 삶이 무너진 사회에서 계절마다 산과 들에 무엇이 나고 자라는지, 더군다나 그것을 어떻게 요리해 먹는지는 관심 밖의 일이 됐다. 패스트푸드와 화학조미료에 입맛이 길들고 편식이 익숙한 아이들은 음식에 대한 관심이나 흥미가 없다.


이 책은 일 년 열두 달 제철에 나는 풀이나 곡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이야기다. 그날그날 식탁에 오르는 음식은 지금 밭에 무엇이 나는지, 장독에 무엇이 있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자기 몸에 맞는 음식 재료를 골라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은 하루 일과 가운데 아주 중요하고 재미있는 일이다. 새로운 상상을 붙여서 재미있는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어른이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내용이 아니라 어린이 스스로 음식을 만들면서 대안적인 먹을거리와 삶의 방식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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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길러지는 재료들의 특징을 잘 이해하게 될 뿐 아니라 통합적으로 식생활 문화에 대해 올바른 생각을 세우게 되길 기대한다.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요리책이다. 아이들이 책을 보면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요리마다 요리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만화와 요리법을 자세히 적은 레시피로 구성했다. 아이들 책이라도 어른들이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책이 대부분인데 이 책은 십대인 저자가 스스로 요리를 해 먹으면서 자기 동무나 동생에게 알려 준다고 생각하고 썼다.


이 책은 단순히 요리만 따라 해 볼 수 있도록 만든 책이 아니다. 이 책의 좋은 점 가운데 하나는 먹을거리에 대한 바른 인식을 길러준다는 것이다.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지금 내가 먹고 있는 것이 어디에서 자라서 내 입에 들어오는지’ 알려 준다. 


마트에 가면 철에 관계없이 매끈하게 포장된 채소나 과일을 쉽게 살 수 있어서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까지도 철에 대한 감이 없다. 이 책은 열두 달, 산과 들에는 어떤 먹을거리가 나는지, 어떻게 하면 재료 맛과 영양을 살려서 요리를 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이 책에서는 몸에 좋지 않는 조리법(튀기거나 볶는 것)으로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 또 화학조미료는 쓰지 않았다. 설탕 대신 집에서 담근 효소를 쓰고, 정제된 소금 대신 천일염을 쓰고, 물엿 대신 조청을 썼다. 


고기를 아예 안 먹지는 않지만 산골에서 나는 먹을거리로 밥상을 차리다 보니 고기가 들어간 요리는 자연스럽게 안 하게 됐다. 저자가 아토피가 있기 때문에 밀가사나 우유 같은 것을 재료로 쓸 때도 되도록 쓰지 않거나, 대안적인 것을 고민한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다.


만화와 레시피로 구성된 이 책의 내용은 어느 누군가가 머리로만 생각해서 만들어 낸 이야기가 아니다. 도시에서 살던 아이가 산골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식탁의 변화를 경험한 체험글이다. 먹을거리에 대한 믿음이 깨져가는 현실에서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아낸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아이가 어른 주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어 몸으로 배워가는 일기 같은 요리책이다.


우리 조상들은 절기마다 때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새해에는 떡국을 먹고, 동지에는 팥죽, 꽃이 필 때는 화전 같이 꽃을 써서 요리를 했고, 여름에는 오히려 뜨거운 것을 먹고 여름을 났다. 


이 책은 제철 재료로 음식을 만들다보니 자연스럽게 절기에 맞는 요리를 한다. 2월에는 떡국과 묵은 김치를 먹고, 3월에는 봄나물, 4월에는 도시락, 8월에는 시원한 국물, 12월에는 무나 땅콩 같은 뿌리 채소 요리를 해 먹는다.


내용이 열두 달로 나뉘어 있는데, 각 달마다 제철 재료로 만든 세 가지 요리를 선보인다. 한 요리가 만화와 요리 설명으로 구성된다. 만화에서는 요리에 얽힌 이야기를 재미있게 보여주고, 요리법을 설명한 부분에서는 글과 그림만 보고도 따라할 수 있도록 요리 방법을 설명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산골에 사는 맹물이네 식구다. 농사짓는 아빠 엄마와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하는 맹물이 맹랑이 자매 이야기다. 맹물이는 아토피가 있어서 음식을 까다롭게 먹어야 하지만 어려운 요리도 척척 잘 해낸다. 맹랑이는 축구를 좋아하는 말괄량이인데, 먹는 걸 좋아한다.


매달 요리마다 요리에 얽힌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아토피, 편식, 벌레 먹은 채소 같이 아이들이 겪는 문제들이 다뤄진다. 또 착한 언니가 되길 강요받으면서 받은 상처, 좋아하는 또래 이성 친구에 대한 마음, 이웃에 사는 친구들과 나누는 우정 같이 아이들의 일상이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