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BOOK돋움] '말의 전쟁'에서 평화를 찾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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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BOOK돋움] '말의 전쟁'에서 평화를 찾는 법

본지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심신을 회복하기 위해 독서로써 마음을 힐링하는 '책 읽는 힘, BOOK돋움'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일상생활이 멈춘 상황에서 마음의 양식을 얻을 수 있는 독서 생활이 최고의 기회라 여겨집니다. 독서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취하고 부모와 자녀 세대가 소통하는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며, 책 읽는 분위기가 잔잔한 물결처럼 번져 코로나 블루가 슬기롭게 극복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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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 

강원국 지음, 더클 펴냄


‘말하기에 관해 궁리하고 탐구했다. 이제 비로소 ‘말 같은 말’을 하게 됐고, 거기에 머물지 않고 ‘글 같은 말’을 향해 전진 중이다. 말도 글처럼 문제점은 없애고 장점을 발전시키면 나날이 성장할 수 있다. 나아가 글쓰기에 고충을 겪는 사람이 ‘말 같은 글’을 씀으로써 글쓰기의 어려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말 이 글을 닮고, 글이 말을 닮을수록 당신의 말과 글은 정갈해진다. 글은 자연스럽게 자주 내뱉고, 말은 신중하게 꾹꾹 눌러 쓰자.‘


말을 잘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쉽고, 간단하고 명료한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가 전하는 ‘말 잘하는 법’ 중 가장 먼저 소개해주고 싶은 방법은 바로 ‘반복’이다. 


고민할 것도, 따질 것도 없이 그저 되풀이하는 것이다. 저자는 필요한 말은 반복해야 한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매번 처음 하는 말처럼 반복, 또 반복하다 보면 각인 효과는 물론, 그 말을 믿게 만드는 효과도 나타난다. 


말은 씨가 되기 마련이고, 씨앗은 열매를 맺는다. 마음속에 있는 목표를 꺼내 말하고, 내가 되고자 하는 모습을 말한다면 그 일은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는 지금 ‘말의 전쟁’ 시대에 살고 있다. 영업이나 마케팅, 발표와 제안, 회의나 토론 등에서 인정받는 말을 해야 살아남는다. 저자는 이러한 ‘말의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 또한 제시한다. 


첫째, 빨라야 한다. 남보다 앞서 메시지를 선점하는 것이다. 둘째, 달라야 한다. 누구나 하는 말은 의미 없다. 나만 할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 셋째, 강해야 한다. 강조해야 한다는 뜻이다. 앞서 말한 ‘반복’이 바로 이때 진짜 힘을 발휘한다. 


그 누구라도 오늘 당장 이 세 가지 방법을 시작할 수 있다. 연습을 시작하면, 이 연습은 나만의 습관이 되고, 이 습관이 나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된다.


말을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먼저 주어와 서술어를 명확히 말한다. 한자어보다는 우리말을 쓰려고 한다. 예를 들어 ‘영토’보다는 땅, ‘전신’보다는 ‘온몸’, ‘하여간’보다는 어쨌든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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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잘하는 사람은 속담이나 숙어도 많이 알고 있다. 또한 단어의 뉘앙스 차이를 중요하게 여긴다. 단 한 음절만 달라져도 전하려는 의도와 듣는 이가 받아들이는 내용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말 잘하는 사람은 서술어도 다양하게 쓴다. 그래야 듣는 사람도 지루하지 않다. 한 문장 안에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쓰지 않는다. 이러한 몇 가지 방법만 유념하고 있어도, 얼마든지 말하기 실력이 늘고, 성장할 수 있다.


첫마디를 꺼내야 하는데 막막해지고, 머릿속이 하얘지는 때가 있다. 저자는 이런 떨림과 두려움을 이겨 내고 운을 떼는 것이 말하기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나를 드러내고, 나와 대면하는 용기는 그 어떤 기술보다 중요한 요소일지 모른다. 


나의 비겁함을 마주하는 용기,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용기, 질문하는 용기,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부딪히는 용기. 그리고 대세에 따르지 않고, 외톨이가 되는 걸 감수하는 용기까지. ‘말하기’에 앞서 또는 말하면서 더 단단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용기’를 실행해야 한다. 


누구든 삶에 대한 두려움, 갈등에 대해 불안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당신이 용기를 내어 첫마디를 시작하고, 솔직하고 담백하게 나만의 이야기하고, 말을 이어 나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나 자신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 또한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말을 배우고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말을 많이 해보는 것이다. 말은 자라난다. 말이 자라나는 만큼 나 또한 성장한다.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것, 이보다 더 큰 기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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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 작은 집 창가에  

전혜진 지음, 현암사 펴냄


‘이 그림책을 선물로 가져다준 사람은 “내용만 보면 그냥 사과계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인데, 우리 조카를 보니까 정말 이 책을 씹어 먹을 듯이 좋아했다.”라고 했다. SF를 쓰는 사람의 관점에서는 이 이야기가 외계인과 지구인의 근접 조우, “지구에 온 사과 형태의 외계인이 지구 생물들에게 사과 취급당하며 싹 잡아먹히고는 나중에 우주선 껍데기까지 비를 피하는 용도로 털리는 비극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릴 때 좋아했던 그림책을 기억하는가?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끌어안고, 접고, 찢고, 낙서하고, 씹어 먹으려 들면서 수십 수백 번을 반복해서 읽는다. 아이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수많은 그림책과 함께 성장한다. 


그림책은 까꿍 놀이부터 시작해 옷 입는 법, 사과하는 법 같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전달하고, 잠들지 못할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 그림책은 거름이 되어 어른이 된 뒤에도 추억 속에 남아 삶을 지탱시킨다.


이 책은 어린 시절 그림책을 사랑했지만 자연스레 멀어졌던 작가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다시금 그림책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그 세계를 탐험한 기록이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줄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좀 더 즐거운 독서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책에 나온 장소를 아이와 함께 찾아가보고, 구연산과 베이킹 소다로 폭발놀이를 하고, 그림책 주인공들을 그려 여기저기 전시해놓는다. 그렇게 수많은 그림책을 온몸으로 읽으면서 아이들은 책과 함께 커가고 엄마 또한 같이 성장해간다. 


이 책은 한 양육자의 독서 에세이인 동시에, 그림책을 아이들과 어떻게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독서 가이드다.


저자가 아이는 새벽이면 엄마를 깨워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조르고, 잠에서 깬 엄마는 다시 잠들지 못해 아침까지 글을 쓰다가 출근한다. 


그런 저자에게 아이가 잠자리에서 끝없이 질문을 퍼붓는 ‘엄마, 자?’는 호러 스토리다. 저자는 아이가 휘두른 ‘사과가 쿵!’ 보드북에 몇 번 얻어맞고는 “책을 흉악한 물건이라고 부르다니 아이를 낳기 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한탄한다. 


하지만 결국 ‘엄마, 자?’는 인내를 통해 아이에게 사랑을 전달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이야기가 됐고, ‘사과가 쿵!’으로는 아이와 함께 몸놀이를 하며 노는 방법을 찾아냈다.


저자는 아이들과 그림책을 보면서 그 이면의 세상을 읽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책을 보여주어야 할지 고민한다. 책을 읽고 난 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알지 못했던 것을 깨닫기도 한다. 


어릴 적 할머니가 남동생에게만 불러주던 노래를 내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어져 관련된 책을 찾고, 호랑이 역할극을 하다가 ‘금강산 호랑이’를 좋아했던 것이 딸로서 받은 편견에 대한 서러움과 반발심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처럼 그림책은 어른에게도 위로를 주고 자신의 세계와 시야를 넓혀준다.


저자는 그림책을 단순히 읽는 데서 멈추지 않고 몸으로 놀고, 노래로 부르고, 그림으로 그리고, 물건을 만들고, 여행을 떠나며 다른 활동으로 확장시킨다. 이런 시도는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엄마의 교육인 동시에 이미 책과 깊이 얽혀 살아가는 작가의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사과가 쿵!’을 “지구에 온 사과 형태의 외계인이 지구 생물들에게 사과 취급당하며 싹 잡아먹히”는 이야기라고 받아들이는 저자의 독특한 해석은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고 놀 때 그 빛을 발한다. 


책은 곧 삶이고 세계이고 놀이다. 아이들에게는 취향이 만들어지는 시작점이고, 어른에게는 추억을 떠올릴 계기가 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그림책 중에는 어느 집에나 있을 베스트셀러도, 도서관에서 빌려야 하는 책도, 전집으로만 살 수 있는 책도 있다. 


꼭 소개된 책들을 다 챙겨 읽을 필요는 없다. 세상에 재밌는 책은 많고, 누구에게나 취향이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어떤 책이든 책 읽는 시간은 즐겁고 행복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기억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다만 드넓은 그림책의 세계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양육자들에게는, 저자의 경험담이 새로운 독서의 세계를 향한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