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어린이 환경책] 재활용하면 되는데 무엇이 문제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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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어린이 환경책] 재활용하면 되는데 무엇이 문제냐고요?

환경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그에 관련한 환경 도서가 출간돼 왔다. 그러나 그간 환경 도서들은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지식만 담아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아이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주의 어린이 환경책'은 이러한 아쉬움에서 출발한다.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관심을 기울이고 알아야 할 다양한 환경 지식을 깊고도 풍요롭게 설명한 도서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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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평균적으로 한 사람이 3개월간 버리는 쓰레기의 양이 자신의 체중과 맞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우리가 만들어 내는 쓰레기의 양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어요. 꾸준히 늘어나는 세계 인구도 한몫하고 있다. 


쓰레기는 재활용하면 되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생각하겠지만 과연 그럴까.


전 세계에서 만들어 내는 쓰레기 중 고작 14%만이 재활용되고 있다. 재활용되지 못한 쓰레기의 대부분은 쓰레기 매립장으로 가 땅에 묻히거나 어딘가에 그냥 버려진다. 그러니 재활용을 하면 된답시고 쓰레기를 마구마구 버리는 건 오산이다. 이제부터라도 재활용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는 게 어떨까.


<재활용 지구>(애나 클레이본 지음, 푸른숲주니어 펴냄)는 우리가 재활용할 수 있는 쓰레기의 종류를 시작으로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방법, 재활용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까지 샅샅이 살펴본다. 재활용뿐 아니라 재사용, 업사이클링 등 확장된 의미의 재활용도 소개하고 있다.


사실 재활용은 최근에 생겨난 개념이 아니다.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재활용을 하고 있었다. 선사 시대에는 오래된 금속 물건을 녹여서 새 물건을 만들었다. 


또 19세기에는 농장에서 직접 짠 우유를 사람들이 각자 병이나 주전자를 가지고 나와서 사 갔다. 1930년대 미국에서는 다 사용한 가축용 사료 자루를 바느질해 옷으로 만들어 입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쓰레기가 넘쳐나게 된 것일까? 이 책에서는 그 원인으로 ‘플라스틱의 출현’을 꼽고 있다. 19세기에 싸고 단단한 플라스틱을 발명한 이후로 사람들이 온갖 물건에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입는 폴리에스터 옷도 플라스틱을 원료로 한다. 패스트 패션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 있을 것이다. 옷 가격이 저렴해진 것도 쓰레기를 늘리는 데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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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중이고, 에너지는 바닥을 보이고 있다. 지구에 사는 사람이 수십억 명에 달하다 보니, 식량을 경작할 땅도 점점 더 부족해지고 있다. 


이 책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현명한 장보기, 분리배출 방법 등 어린이 독자가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이야기한다. 나아가 재활용 기술의 현주소와 미래까지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재활용은 쓰레기를 분류한 다음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그렇지만 그건 여러 가지 재활용 방법 중에서 한 가지일 뿐이다. 사실 재활용하는 과정에서도 연료가 쓰이기 때문에 최고의 방법은 아니다. 차라리 물건을 여러 번 쓰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도 있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생각보다 간단한 방법으로 재활용을 실천할 수 있다. 카페나 가게에서 음료를 살 때는 텀블러를 갖고 가고, 쓰기 싫어진 물건은 자선 단체에 기부하거나 친구들과 맞바꿔 쓰는 것이다. 또 낡은 물건은 새로운 용도로 리폼해 보는 건 어떨까.


이 책에서는 비스킷 등의 과자는 용기에 담아 가기, 텐트는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튼튼한 것으로 사용하기 등 나들이 갈 때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안한다.


또 책의 말미에는 ‘청바지로 가방 만들기’ ‘달걀판으로 화분 만들기’ 등 번뜩이는 재활용 아이디어들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꼭 기억해야 할 한 가지!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것보다 안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책은 읽고-생각하고-실천하는 경험을 통해 어린이 독자가 ‘지구’의 일이 곧 ‘나’의 일임을 깨닫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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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재활용 수거 업체에서 폐비닐과 스티로폼 수거를 중단해 한동안 쓰레기를 버릴 수 없어 많은 시민들이 처리할 수 없던 쓰레기로 난처했던 적이 있었다. 


일 년 후, 필리핀에 불법 수출되었던 수십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컨테이너 박스에 실려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현재 서울과 경기도 일대의 쓰레기를 매립하는 수도권 매립지는 2025년에는 포화 상태가 된다고 한다.


4차 산업으로 세상은 점점 자동화 시스템에 익숙해지고 새로운 문물이 빠르게 등장하며 삶은 점점 편리해지는데 그러한 편리함의 이면엔 해결하지 못한 거대한 문제가 숨겨져 있다. 바로 쓰레기 문제다. 


특히, 코로나19로 주문 및 배달 음식이 늘어나고 일회용 마스크, 일회용 장갑 등의 사용량이 급격하게 늘어난 요즘, 우리는 자연스럽게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지구의 환경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한다. 


아니,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행동해야 한다. 그러한 행동 중 하나로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자원의 순환을 돕는 ‘재활용’을 권한다.


<재활용 아저씨 고마워요>(알리 미트구치 지음, 풀빛 펴냄)는 ‘재활용’과 물건에 대한 현명한 태도를 생각해 보게 한다. 어느 날 아침, 크링겔 씨는 집 문 앞에 온갖 잡동사니가 산더미만큼 쌓여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란다. 


게다가 놀랍게도 물건들은 아직 쓸모 있고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었다. 아저씨는 꼭 버릴 물건만 버리고 좋은 물건은 그냥 두기로 한다. 그러자 아저씨네 차고와 지하실 심지어 침실에도 버려진 물건들이 가득 찬다. 그런 어느 날 동네 아이들이 크링겔 씨네 찾아오고 크링겔 씨는 아이들이 자신의 집에 있는 물건들을 필요로 하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크링겔 시는 아이들에게 멋진 제안을 한다. 바로 헌 물건들을 가지고 새롭게 꾸며 자기만의 물건으로 만들자는 거다.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가 버린 물건을 다시 조립하고 멋지게 색칠해서 자기에게 필요한 물건으로 만든다. 


이제 크링겔 씨네 집은 더 이상 버려진 물건들을 쌓아 두는 창고가 아니다. 누구나 와서 필요한 것들을 새롭게 만들 수 있는 놀이터이자 작업장이다!


이 책은 재활용 아저씨를 통해 사람들이 물건을 쉽게 사고 함부로 버리는 잘못된 태도를 꼬집는다. 동시에 버려진 물건을 잘 활용만 하면 다시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으로 재활용될 수 있다는 것도 잘 보여 준다. 


쓰레기를 버리는 데도 돈을 내야 하는 요즘은 남이 쓰던 물건을 물려받는다던가, 헌 물건을 고쳐 쓴다던가 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의 발달과 자본의 확대로 상업적 광고가 남발하고 그것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쓰레기 줄이기나 아나바다 운동 등 재활용을 해야 할 필요성도 분명 있지만 그보다 앞서 물건을 대하는 소중한 마음과 환경을 지키는 생활 습관을 갖는 게 필요하다. 알리 미트구치는 이 책에서 진정한 재활용이란 단순히 물건을 버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사기 전에 정말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인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자기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정말 쓸모 있는 물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텔레비전, 신문, 인터넷 등 하루에도 화려한 광고가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요즘.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 수 없어서 곤란한 지금.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자신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합리적 소비란 무엇인지, 그리고 물건을 어떻게 쓰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