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가볍게산다] 방심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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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가볍게산다] 방심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요즘 소박하고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미니멀라이프, 심플라이프가 주목받고 있다. 북유럽에서 시작된 미니멀리즘이 미국, 일본을 거쳐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열풍이 불고 있다. 지금까지는 미니멀라이프가 과연 무엇인지 알려주는 이야기들이 이어졌다면, 이제는 간소한 삶을 어떻게 꾸려가야 하는지에 관한 '본격 실천'적인 이야기들이 선보이고 있다. 본지는 어떤 식으로 물건을 줄이고, 무엇을 남기고, 얼마나 정리하고 살아갈 것인가, 과연 미니멀하게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책들을 연이어 소개한다. <편집자주>

[지데일리] 정리정돈은 사물을 분류하고 행동의 절차를 수립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다. 내가 머무는 공간과 주변 사물뿐만 아니라 말, 시간, 지식, 마음, 생각도 정리정돈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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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정리정돈은 뇌의 전두엽이 관장하는 고도의 인지능력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앞쪽 뇌에 해당하는 전두엽은 사고력, 기억력, 창의력, 문제해결력 등 논리적인 판단에 관여한다. 전두엽 기능이 잘 발달해 있을수록 학업 성취도가 높다. 즉, 정리정돈을 잘하는 아이가 공부도 잘하는 것이다.


<머리가 좋아지는 정리정돈법>(오오노리 마미 지음, 어바웃어북 펴냄)은 정리정돈이 전두엽을 고루 발달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정리정돈 습관을 통해 아이의 공부뇌를 키우는 방법들을 담았다. 특히 어른과 달라야 할 아이만을 위한 정리정돈 방법을 소개한다. 


정리의 대상도 책상, 책장, 옷장, 가방, 프린트물, 노트, 용돈, 등교 준비 동선, 일정표 등 철저하게 아이 중심이다. 정리정돈의 큰 원칙은 같지만, 정리정돈의 주체가 아이라면 세부적인 방법에는 차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어른과 같은 수준의 정리정돈을 요구하면, 아이는 좌절감을 맛보고 오히려 정리정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키운다. 그리고 ‘정리’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아이에게 “정리해”라는 모호한 지시로는 절대로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의 본질은 우리가 반복해서 하는 행동이다. 그러므로 훌륭한 자질은 행동이 아니라 습관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습관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인생을 설계한다. 


그래서 작은 습관을 바꾸면 삶 전체가 달라질 수 있다. 아이를 변화시키는 것은 엄청난 사건이나 현자의 가르침이 아니라, 일견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작은 습관이다. 


지능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15~20%에 불과하다. 미국 하버드대학 린 멜츠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공부를 잘하는 데 필요한 뇌 기능은 ‘계획하기, 조직화하기, 우선순위 정하기, 유연하게 생각 전환하기, 점검하기, 기억하기’의 여섯 가지다. 이를 전두엽의 실행기능이라고 하는데, 지능보다는 전두엽의 실행기능이 성적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필요한 물건과 필요 없어진 물건을 분류하고(조직화하기? 우선순위 정하기), 물건을 어디에 두면 더 효율적일지 고민해보고(계획하기, 유연하게 생각 전환하기),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두고(기억하기), 정돈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점검하기)하는 행위가 정리정돈이다. 이 책은 정리정돈이 전두엽의 실행기능을 고루 발달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정리정돈 습관을 통해 아이의 공부뇌를 키우는 방법들을 안내한다.


공부는 지식을 체계화하고 조직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이다. 정리정돈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정리정돈을 하려면 우선 비슷한 사물끼리 분류해야 한다. 분류는 사물이 가진 여러 속성 중에서 공통된 속성을 기준으로 사물을 가르고 모으는 인지 활동이다. 아이는 주변 사물을 분류하는 과정을 통해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된다.


자기결정력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선택하고 목표를 세운 다음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할 일을 스스로 결정하는 힘이다. 자기결정력이 높은 아이는 자존감이 높고,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데도 적극적이다. 


그리고 문제에 직면했을 때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 일어서는 회복탄력성도 높다. 자기결정력을 키우려면 부모가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해주고, 아이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자주 줘야 한다. 크고 작은 선택의 기회가 무수히 제공되는 정리정돈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자기결정력 훈련이다.


뇌과학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한 번에 하나씩 일을 처리하는 모노태스킹에 적합하다. 그런데 뇌는 새로운 것에 쉽게 반응한다.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쾌락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분비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하거나 공부하다가 자꾸 딴짓을 하게 된다. 특히 아이는 어른보다 자제력이 약한 반면 수용력이 높아, 주변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정리정돈은 아이가 하고자 하는 것에 바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공간에는 힘이 있어서 비슷한 에너지를 끌어당기고 증폭시킨다. 깔끔하게 정리된 조용한 공간 안에 있으면 생각과 마음이 절로 차분하게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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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주변 사물과 공간을 자신의 의도대로 통제하고 유지함으로써 자립심이 생기고,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해냈다!”라는 작은 성취감이 쌓여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된다.


정리정돈의 큰 원칙은 같지만, 정리정돈의 주체가 아이라면 세부적인 방법에는 차이가 있어야 한다. 정리정돈을 관장하는 전두엽은 우리 뇌에서 가장 늦게 발달해 스물다섯 살 정도까지 성숙한다. 


아이들이 정리정돈에 서툰 것은 뇌과학적으로도 당연한 현상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어른과 같은 수준의 정리정돈을 요구하면, 아이는 좌절감을 맛보고 오히려 정리정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키우게 된다. 그리고 ‘정리’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아이에게 “정리해”라는 모호한 말 대신 구체적인 요령을 알려주어야 한다.


정리정돈의 시작과 끝은 ‘버리기’다.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면, 정리하고 정돈해야 할 물건의 수가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정리가 쉽고 명쾌해진다. 그런데 어른과 아이는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다르다. 


어른의 경우 버리기를 어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건을 버릴 때 돈을 버리는 기분이 들고, 버리는 행위를 통해 내가 한 결정과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는 것 같아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아이들은 물건과의 정서적 유대감, 필요와 불필요를 가르는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 등이 버리기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정리정돈법은 단순히 경험에 의지하기보다는 뇌과학, 심리학 등에 바탕을 둔다. 예를 들어 책장 가득 들어찬 책은 아이에게 독을 내뿜기 때문에 집에 두는 책의 권수를 줄이라는 제안은, ‘뮤지엄 피로’라는 심리 이론을 근거로 한다. 뮤지엄 피로는 한꺼번에 많은 작품을 관람하는 관람자들에게 피로, 두통, 구토 등 신체적 이상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이를 변화시키는 것은 엄청난 사건이나 현자의 가르침이 아니라, 일견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작은 습관이다. 이 책은 논리력, 집중력, 자기결정력, 계획성, 실천력 등 삶에 필요한 다양한 능력을 배양시켜주는 정리정돈 습관을 통해 아이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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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의 시점은 저마다 다르지만, 한 가지는 비슷하다. 바로 ‘막막함’. 부모님의 그늘 아래에 있을 땐 몰랐던 집안일의 실체가 훤히 드러나는 시점이 바로 독립할 때 아닌가. ‘마이 홈’의 기쁨은 잠시뿐, 청소는 할 때마다 귀찮다. 


언젠가 쓸 거라며 사다 놓은 식재료는 유물이 되어 간다. 이 모든 상황을 뒤로한 채 미어터질 듯한 옷장에서 겉옷을 겨우 꺼내 걸치며 ‘역시 집에서는 집중이 안 돼’ 하고는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 밖으로 나선 적, 있지 않은가?


‘어떻게 해야 나의 공간을 쉬기에도 편하고 일하기에도 좋은 곳으로 가꿀 수 있을까’에 대한 방법을 담고있다. 


지금은 정리 수납 전문가가 된 저자도 ‘조금만 방심하면 잡다한 게 늘어나고 손에 잡히는 곳에 물건을 늘어놓는’ 시절이 있었다. 예전에는 방에 물건이 가득해서 정리가 되지 않았다. 


마음도 공간처럼 어수선했고, 몸은 마음을 닮으려 한다는 게 사실인지 적당히 시름시름했다. 그런 삶에 변화가 일어난 것은 정리 습관이 든 이후부터다. 몸과 마음까지 무너뜨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저자는 자신의 공간부터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집 안을 정리 정돈하고 생활 루틴을 하나씩 세우다 보니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좀 더 알게 됐다. 좋은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며 자신에게 맞는 삶을 오롯이 가꿔 나가는 여정은 기쁨으로 충만했다. 


‘물건의 자리, 나의 자리 만들기’에서는 왜 우리 생활에 정리 정돈이 필요한지 근본적인 이유를 짚어 준다. 


그리고 ‘심심하고 건강한 루틴 만들기’에서는 매일 조금씩 청소하는 사소한 습관의 위력을 어필하며 독립생활의 거의 모든 것(가전제품, 식료품, 옷, 이불, 서랍장, 싱크대, 냉장고, 화장실 등)을 관리하는 실제적인 방법을 꼼꼼하게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삶에 의미 부여하기’에서는 공간을 넘어 자신의 생활을 정리 정돈하며 나라는 사람을 탐구해 나가는 재미와 기쁨을 이야기한다. 


<나에게 맞는 삶을 가꿉니다>(소형 지음, 뜨인돌 펴냄)의 저자는 정리 습관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었노라고 고백하지만 사실 그가 정말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정리가 아닌 ‘습관(루틴)’이다. 정리하는 일은 즐겁지만 온종일 매달리지 않는다. 


집안일에 시간을 최대한 적게 쓰려고 노력하며,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만큼만 한다. 불규칙한 시간에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하면 시간과 에너지 흐름에 불균형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와 함께 살아온 시간이 쌓일수록 성향과 개별성을 알게 되는데, 나는 에너지가 적은 사람이다. 경제적인 안정감을 주는 금전 관리 루틴을 만들고 집안일을 쪼개 힘을 적게 쓰는 살림 루틴을 만드는 것도 전부 정신적‧육체적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다. 이렇게 아낀 시간과 에너지를 좋아하는 일에 쓰며 휴식과 충전의 시간을 가진다.’


삶의 우선순위에 에너지를 쓰기 위해, 저자는 매일 조금씩 자신의 생활에 정리 습관을 붙여넣는다.


<어린 왕자>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이란다.’ 일상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싶다면, 가치 있는 일에 자신의 에너지를 마음껏 쏟고 싶다면 지금이야말로 나의 공간과 생활을 돌볼 때다. 


겉옷을 벗고, 미어터지기 일보 직전인 옷장을 열어 옷부터 전부 꺼내 보는 것. 오늘의 할 일은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