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비건지향] 채식을 바로잡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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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비건지향] 채식을 바로잡는다는 것

[지데일리] 국내 채식 인구는 2022년 현재 200만 명에 이르며, 코로나19의 장기화 여파로 건강을 중요시하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채식을 선언하는 인구 역시 늘고 있다. 이들을 위한 다양한 채식 식단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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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하지만 채식을 한다는 것은 여전히 힘든 일이며, ‘그들만의 리그’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일상에서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하는 순간 주위 사람들로부터 불편하게 사는 사람이거나 유별난 사람으로 취급받거나 불쌍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감내해야만 한다. 


때로는 강박증이거나 금욕주의자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며,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 중 하나인데도 왜 채식을 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그래서 채식은 행복한 일이면서도 불편한 일이다.


<나는 유별나지 않다>(헨리 스티븐스 솔트 지음, 이다북스 펴냄)저자인 헨리 스티븐스 솔트 역시 그랬다. 육식이 일상화된 영국에서 채식의 가치를 옹호했고, 몸소 채식을 실천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의 철학은 마하트마 간디의 채식주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직접 채소를 키우며 미니멀리즘 운동에 나섰고, 채식주의자협회를 결성하며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한편, 동물 학대 등 비인도적인 관행을 규탄하고 인도주의적 개혁을 촉구했다. 


이 책은 이런 그의 정신과 노력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자, 채식주의를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밝히며 채식의 가치를 전 세계에 인식시킨 대표적인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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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쓸 당시, 채식은 감상주의자들의 유별난 식습관으로 치부하거나 극단적인 개혁주의자로 여겨졌다. 그럼에 불구하고 왜 채식을 해야 하는지를 언급하며, 채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다. 

 

'현재 채식주의자라는 이름은 지배적이지만, 어떻게 불리든 개혁된 식습관을 가리키는 명칭에 불과한 그 이름 뒤에는 훨씬 더 중요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채식주의의 진정한 취지,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동물성 식품은 인간이 먹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식의 직관적인 추정은 확실히 답이 아니다. 

 

그 운동이 최종적으로는 우리가 동물성 식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이끌 가능성은 상당히 크지만, 채식주의는 기본적으로 그렇게 고정불변의 공식에 기초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처음에는 본능적인 마음으로 제안되었지만, 이성과 경험을 통해 확정된 생각, 육식의 관습과 뗄 수 없는 어떤 중대한 악이 있다는 확신에 기초한다.'

 

채식을 통해 소박한 삶과 고결한 생각을 주장한 이 책의 내용은 지나친 금욕주의로 외면받기도 했고, 육식을 일상화하고 있던 대중에게 채식주의는 조롱의 대상이었다. 채식하는 사람을 유별난 사람으로 취급하거나 불쌍하게 바라보는 지금보다 더욱 심했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출간된 이 책은 당대에 육식에 따른 문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으며, 이후 인도주의적 가치를 옹호하고 지키는 이들의 고전으로 꼽힌다.


먹는 일은 우리가 살아가며 평생 지속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먹는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삶의 태도에 관한 결정이기도 하다. 

 

채식은 단지 육식을 거부하는 행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한 겸허함이자 생명에 대한 존중이다. 그리고 그것은 인류의 가치를 바로세우는 실천적인 행동이다.


채식을 한다는 것은 유별난 일이 아니며, 내 삶의 태도이자 신념이며 결정이다. 스스로 확신하고 실천하고 따르는 삶을 믿고 지키며, 그 신념과 결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이 책에서 알려주듯이 우리는 채식을 통해 우리 자신의 삶과 세상을 진지하게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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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돼지, 닭들을 너무 잔혹하게 대하는 게 싫어서 고기를 안 먹는 사람들이 있다. 무엇보다 공장식 축산이 싫은 것이다. 아마존 숲을 파괴하고, 토양과 수질을 더럽히고, 메탄가스를 내뿜는 등 기후 위기를 초래하는 축산업에 반대하기 위해 고기를 안 먹는 사람들도 있다. 


지구상에 10억 이상의 인구가 굶주리고 있는데, 동물의 사료를 마련하기 위해 곡물이 낭비되는 건 잔인한 일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또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동물의 본성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윤리적인 이유로 고기를 안 먹기도 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고기가 입맛에 맞지 않아 안 먹는 사람도 있다.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채식하는 다양한 이유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고기를 끊는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 어려운 일을 <채식하는 이유>(황윤 외 4인 지음, 나무를심는사람들 펴냄)의 독자들이 해내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씩 덜 먹으려고 노력해 주면 좋겠다. 주변의 식당들을 둘러보면 대부분 고기를 파는 곳이다. 건강에 안 좋고, 환경에도 안 좋고, 동물들을 심하게 학대하는데 왜 그렇게 고기에 집착할까? 


동물들이 처한 구체적인 현실을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 그래서 ‘채식주의’ 책이 계속 출간되는 게 필요하다. 한 명의 완벽한 비건보다는 고기를 덜 먹으려고 노력하는 99명이 세상을 조금씩이라도 바꿀 수 있다.


황윤 감독은 오랫동안 돼지를 관찰하고, 촬영하여 다큐멘터리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완성했는데,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장식 축산’ 원고를 집필했다. 비건 레스토랑 '천년식향'의 안백린 셰프는 대체육으로 비건 요리를 만들고 판매하면서 갖게 되는 딜레마를 풀어 내었다. 


반면 이의철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대체육이 건강에 좋지 않으며 ‘자연식물식’을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동물을 위한 윤리학'을 쓴 최훈 교수는 윤리적 측면에서, 밴드 '양반들'의 보컬이자 ‘동물해방물결’의 자문위원인 전범선 작가는 기후 위기 측면에서 채식을 이야기하고 있다. 


5명이 구체적이고 흥미진진하게 자신의 경험을 녹여 내고 있기에, 독자들은 다양한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고, 훨씬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예전엔 소, 돼지, 닭 등을 안 먹는 사람은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모임에서도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채식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한 사회였던 것이다. 그 당시에도 유럽에 가 보면 채식 식당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 레스토랑에도 채식 메뉴는 거의 대부분 있었다. 


요즘은 우리 사회도 많이 변하고 있고, 앞으로는 더 많이 변할 것이다. 출생 수는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이고, 다문화 사회가 정착되어 갈 것이다. 청소년들도 나와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방식을 배워나간다면 다양한 채식 먹거리가 있는 사회, 단체 급식에서 채식주의자가 소외받지 않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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