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BOOK돋움] 바야흐로 기후 불확실성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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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BOOK돋움] 바야흐로 기후 불확실성의 시대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3.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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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제2의 불확실성의 시대 

스테판 폴로즈 지음, 강성실 옮김, 한국물가정보 펴냄


불확실성의 시대에서는 금융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일까? 


경제 불안은 고용 시장, 주택 시장, 투자 환경, 정부와 중앙은행 정책, 그리고 사회 내에서 기업의 역할 등 우리 삶의 모든 차원에 걸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전 캐나다 은행 총재이자 이책의 저자인 스티븐 폴로즈는 과거 1800년대 후반 빅토리아시대 대공황부터 2008년에 발생한 경기 침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경제 상황을 전망하고 다가올 위기와 기회들에 대응할 방안을 제시한다. 


경제 상황은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와 달리 예측할 수 있다. 이 책은 고용주, 투자자, 정책입안자들뿐만 아니라 직장이나 주택담보대출에 관심 있는 모든 일반 독자들에게 다가올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나갈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한다.


이 책은 현대 사회의 다양한 경제 및 사회적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에서부터 위험을 관리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할 방법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저자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기여하는 다섯 가지 주요한 요소(고령화하는 인구와 노동력, 기술 혁명, 기후 변화의 망령, 증가하는 정부 부채, 확대되는 글로벌 소득 불평등)를 제시하고 이들 구조적 요인들의 상호작용이 일으킬 위험을 경고한다. 저자는 과거와 다른 이러한 모든 위험성을 약화시키기 위해 정책입안자들과 기업이 모두 생각을 달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세계 노동력의 상당 부분이 다가오는 제4차 산업혁명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새로운 재정 모델은 실업의 주기를 최소화하고 사람들의 삶에 큰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며, 우리 앞에 놓인 과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과 민간 부분 양쪽의 자원이 모두 필요함을 역설한다. 


저자는 또 “인구 고령화는 앞으로 정부에 대한 요구를 증가시킬 것이기에 은퇴하는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다음의 큰 경제적 충격을 위한 자원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보육이나 새로운 인프라의 투자를 통해 정부가 경제의 기본 성장률을 높이고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업 역시 직원들의 마음을 끌고 환경적이고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사업 방식에 대한 주주들의 증가하는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지각 변동으로 예측 불허의 쓰나미가 발생하듯이 경제에도 다섯 가지 요인들이 구조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구의 고령화, 기술 발전, 불평등 심화, 부채 증가, 기후 변화라는 다섯 가지 구조적인 요인을 중심으로 그 특징적인 흐름과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영향력을 이야기한다.


또한 경제 역사에 있어서 인구집단의 중요성을 살펴본다. 저자는 고령화된 국가들은 노동력 부족을 채우기 위해 이민자들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필요할 것이며, 증가하는 고령자들이 의료보험제도에 부담을 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생활 수준을 높이고 경제 성장 추세를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기술적 발전을 증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경제학과 인간 역사의 불변의 특징인 기술 발전의 영향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제4차 산업혁명은 앞선 산업혁명들보다 훨씬 파괴적이어서 소득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소득불평등의 심화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한 이야기다. 소득불평등의 심화는 기술 발전에 의해 움직이고 세계화에 의해 촉진되며 이로 인한 정치적 양극화는 합의점을 찾기 어렵게 하고 정책 협상은 재분배 개선을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총국민소득을 감소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국가채무 증가에 관한 이야기로, 저자는 국가채무의 증가는 인구의 고령화와 기준금리의 약화, 금융 혁신, 거시경제 정책의 산물이라고 설명하며 부채의 축적은 가계와 기업, 정부가 모두 미래의 경기 변동에 취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그 충격은 재앙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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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기후 변화의 위험성에 대해 말한다. 저자는 기후 변화가 개인과 기업, 금융 기관, 정부에 경제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야기할 것으로 예측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기 위한 개선책이 취해지더라도 앞으로 기후는 계속 악화될 것이며 이는 식량과 식수, 집단이주, 정치적 불안정성의 위험을 높인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앞의 다섯 가지 요인들의 상호작용과 그 누적 불확실성을 말한다. 저자는 앞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건들이 블랙스완으로 나타나겠지만 그것은 우리 환경의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산물이라고 주장하며 세계화와 기술 발전으로 인한 상호연결성 확대로 인한 연쇄적인 충격을 우려하고 앞으로 더 큰 변동성이 발생할 것을 예측한다.  


또한 코로나로 인한 위기관리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팬데믹이 남긴 상처와 변화(노동자 기술의 악화, 기업 도산, 쇼핑 습관의 변화, 여행 금지, 비대면 회의와 재택근무, K자형 경기회복 국면)를 이야기하며 코로나가 영향을 미친 구조적인 요인의 가속화(1940년대 중반 이후 최고 수준인 채무 축적, 새로운 기술의 빠른 전개, 경제 불평등 확대, 친환경으로의 방향 전환, 출산률 저하)에 주목한다. 


그리고 구조적인 영향들이 많은 변동성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물가안정목표제가 지금처럼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경고한다. 저자는 인플레이션의 2%대를 유지한다고 해도 구조적인 요인들이 결합하면서 인플레이션의 변동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개인과 기업, 투자자, 정부가 잠재적 위험성을 인식하고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구조적 요인들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구조적인 요인들이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인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는 경기의 변동성과 경제 내 구조적이거나 영구적인 변화에서 비롯된 파괴로 나뉜다. 환경의 변동성이 커지면 정부 정책에 대한 요구가 커진다. 기업도 직원들과 함께 변동성 증가를 경험할 것이고 변동성이 시간이 지나면서 균형을 이루더라도 기업과 직원 모두가 큰 희생을 치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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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분의 사랑 

박유경 지음, 다산책방 펴냄


밀도 높은 서사 속 인간의 어두운 면을 그려내는 작가의 세계를 오롯이 마주하게 한다. 소설집에 실린 단편소설 일곱 편에는 모순으로 가득한 현실의 폭압을 버텨내면서도, 우리를 인간으로 살게 하는 꼿꼿한 태도를 잃지 않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소설집의 첫 번째 작품, <떠오르는 빛으로>의 화자 시현은 출판사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육아에 전념 중인 삼십 대 여성이다. 친구 가현에게 건네받았던 다정함을 잊지 않고 간직해 온 시현은, 가현이 온기를 가장 필요로 할 때 이에 화답한다. 


이어지는 이야기인 <가장 낮은 자리>의 주인공 지민은 자신을 ‘여성의 몸’으로만 대하는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일하며 갖은 수모를 겪는다. 그러나 작은 복수를 계획하는 지민의 얼굴은 남성성을 뽐내며 기고만장했던 김 기사와 은호는 감히 쳐다볼 수 없을 만큼 밝게 빛난다. 


<여분의 사랑>속 다희와 우주는 한때 가장 가까운 사이였지만, 이제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된 군생활로 어딘가 망가져버린 우주를, 다희는 자신의 과거와 일별하듯 떠나보낸다. 


<검은 일>의 시훈은 번 돈에 빌린 돈까지 모두 코인에 투자했다. 그 덕에 다신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던 김 부장이 주선하는 ‘검은 일’을 맡아 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루가 흩날리는 그곳에서, 시훈은 사납지만 따스한 짐승의 온기를 느낀다. 일이나 빨리 처리하라는 윽박에도 시훈은 그것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망설인다. 


<변신을 기다려>의 ‘나’는 시터 앱으로 만난 아이 지후가 무인판매대에서 포켓몬 카드를 훔쳤음을 짐작하지만,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닮은 지후에게 어쩔 수 없이 마음을 내준다.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작 <루프>는 결혼이라는 의식을 거치지 않고 아이를 낳게 된 삼십 대 여성이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이야기다. 


주인공 지수는 아빠 없는 아이의 미래를 말로만 걱정하는 주변인들을 뒤로 한 채, 꿋꿋하게 자신의 보금자리를 꾸려 나간다. <손의 안위>는 겉모습으로 인생을 쉽게 재단당하는 대출 콜센터 담당 여성의 하루를 그리는데, 오해를 산 그 손으로 스스로의 존엄을 만족스럽게 지켜낸다.


저자가 그려내는 인물들은 이미 순응한 듯 부조리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 줌의 품위를 사수한다. 오롯이 독자의 손에 놓인 그 한 줌의 품위는 읽는 이의 마음에 따뜻하게 번지기도, 날카롭게 박히기도 하며 박유경 소설의 세계를 텍스트 너머로까지 이끌고 나아간다.


박유경의 소설은 ‘종종 마음의 균형을 무너뜨린다(장은영 문학평론가).’ 이 소설들이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이유는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직시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와 코로나 팬데믹이 불러온 불평등, 무엇하나 보장되지 않는 세계에서 매몰되지 않으려 매일 분투하는 나날들을 우리는 늘 겪고 있으니까. 


아무리 충실하게 일해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한 채 다시 떠돌고(<가장 낮은 자리>), 코인으로 일확천금을 꿈꾸었다가 어두운 일에 손을 대며(<검은 일>), 아이들마저도 남들보다 더 좋은 물건을 갖기 위해 분투한다(<변신을 기다려>). 이들은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삶의 전복을 노리지만, 그 시도는 매번 실패에 그친다. 그 실패가 남긴 상흔은 읽는 이의 마음에도 깊게 파고든다. 더 나아가지 못하고 연착된 삶이 우리의 하루와 맞닿아 있기 때문일 테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타인과, 그리고 바라보지 않으려던 나와 온전히 마주하게 된다.


이 일곱 편의 이야기는 ’불평등이 만연한 비정한 세계에 대한 고발에 그치지 않는다(장은영 문학평론가).’ 박유경의 인물들은 상황을 수긍하지만 결코 타협하지 않는다. ‘여성’ 노동자로서 불완전한 존재로 치부되던 <가장 낮은 자리>의 ‘지민’은 모델하우스 구석에서 돌을 집어 들고, <여분의 사랑>의 ‘다희’는 망가진 우주를 인정하고 연애의 끝을 맺는다.


미발표작이자 최근작인 <떠오르는 빛으로>의 ‘시현’과 <검은 일>의 ‘시훈,’ <루프>의 ‘지수’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이들은 낙오된 자들을 기꺼이 보듬으며, 틀어진 삶의 궤도에 기꺼이 발을 올려놓는다. 실패한 자들에게 호명된 실패한 자들은, 또 다른 실패자들에게 손을 내밀며 끝내 떠오르는 빛을 향해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