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책] 자연여행보다 도시여행.. 김진애 '여행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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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산책] 자연여행보다 도시여행.. 김진애 '여행의 시간'

  • 손유지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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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시간 - 도시 건축가 김진애의 인생 여행법 

김진애 지음, 창비 펴냄

 

'‘시간을 낚는다‘는 낚시의 의미를 알 것도 같다.낚시를 지루한 시간으로만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닐 것 같다. 고기가 안 잡혀야 시간을 더 낚을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염없이 물멍하는 동안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지만 지루한 시간이 아니라 기대하는 시간이다. 느린 시간과 지루한 시간은 다르다. 지루한 시간은 어떤 욕망을 안고 있으면서 막연한 기다림으로 채워지고 항상 헛헛하기만 하다. 느린 시간은 기대와 호기심으로 충만한 시간이다. 자유롭게마음속에서 이것저것 끄집어내는 시간이자, 무엇보다 생각이 자유로워 지는 시간이다. 실제 길이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발목이 잡힌 지난 몇년 동안 사람들은 여행에 대한 갈망을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느껴왔다. 그러나 넘쳐나는 여행 정보 속에서 여행의 풍경은 다양해지기보다는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도시건축가라는 직업 탓에 세계 곳곳을 찾아가 일하며 여행해온 저자는 일생 동안 터득해온 여행의 비법을 공유하면서 우리 각자가 자신에게 맞는 여행 스타일을 설계할 수 있도록 이끈다. 커플 여행, 가족 여행, 반려동물과의 여행, 그룹 여행, 출장 여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여행에 통달한 여행자 김진애가 농밀한 체험으로 가득했던 여행의 시간들을 하나씩 펼쳐놓는다. 

 

저자 특유의 시원시원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문체 속에 여성 리더로서의 배포와 기개가 느껴지는 한편으로 일상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삶에 대한 사려 깊은 통찰이 짙은 여운을 남긴다. 특히 저자의 멈추지 않는 에너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믿음, 끊임없이 성장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어디서 연유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저자 '김진애'를 소개하는 다양한 수식어는 간단히 요약되지 않는 그의 폭넓은 인생 행보를 보여준다. 20대에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했고, 30대에 MIT에서 도시계획학 박사를 받고 ‘서울포럼’을 창업했으며, 40대에 <타임>이 선정한 ‘차세대 리더 100인’ 중 유일한 한국인으로 기대를 모았다.

 

50대에는 제18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60대에는 제21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맹활약했으며,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서울시장 출마에 나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금은 정치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본업은 '도시건축'으로, 일생 동안 현장을 누비며 설계하고 건설한 인사동 골목, 1기 신도시 등은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공간을 형성했다. 

 

그 경험을 활용해 국회의원으로서는 4대강 곳곳을 누비며 난개발의 실상을 파헤쳐 전문가의 역할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기도 했다. 더불어 기획, 출판, 저술, 웹진 등을 통해 도시건축에 대한 공론장을 형성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이 책에서는 ‘김진애너지’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남다른 추진력과 활력을 보여온 그가 삶의 원동력을 ‘여행의 시간’에서 구해온 비결을 살펴볼 수 있다. 저자에게 여행은 일상의 관계를 다시 보게 하고, 거리를 두고 고찰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그는 여행이라는 비일상이 자신의 일상을 비추는 거울이 됐음을 고백하면서 여행이 자신의 인생에 풍부한 소재와 주제를 던져주었음을 삶의 전 경험을 통틀어 반추한다. 1960년대 이화여고를 다니면서 건축을 전공하겠다는 꿈을 품게 됐을 때 유학 중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육아와 공부를 병행할 때 등 삶의 중요한 단계마다 여행은 그에게 깨달음과 돌파구의 실마리를 제공해줬다. 

 

이 책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주어진 삶을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일궈나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여행과 인생의 찬란한 요령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다양한 여행 중에서도 ‘홀로여행’을 최고의 여행으로 꼽는데, 인생에서 홀로여행이 왜 필요한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진솔하게 들려준다. 일생 동안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 관계를 조율하며 살아왔을 그가 ‘어차피 홀로 가는 인생’이라고 삶을 정의하는 대범함과 시원함이 인상적인데, 홀로여행은 만만치 않은 인생을 헤쳐 나가기 위한 근력을 키워주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역설한다. 

 

또한 홀로여행은 자신의 어리석음과 집착, 트라우마를 발견하는 소중한 기회임을 이야기하며 여행의 시간이야말로 미처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임을 드러낸다.

 

저자는 우리 각자가 맺고 있는 일상의 관계가 여행에서 어떻게 증폭되는지, 폭로되는지, 또는 재발견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커플 여행, 가족 여행, 효도 여행, 출장 여행에 이르기까지 스트레스로 점철되기 쉬운 타인과의 여행을 어떻게 하면 관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시간으로 재구성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팁과 함께 나눈다. 

 

여행에 대한 우리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여행에는 수많은 선택이 개입한다. 예산을 얼마로 잡을 것인지, 어떤 장소로 얼마의 기간 동안 떠날 것인지, 어떤 스타일의 숙소에 머물 것인지 등 여행에서 우리가 내리는 수많은 선택에는 가치관, 취향, 스타일이 반영돼 있다. 인생의 모든 체험들이 녹아들며 선택하는 것이 여행임을 알고 우리의 선택을 한번 점검해보자는 게 저자의 제안이다.


저자는 자연여행보다는 도시여행을 선호한다. 그러한 선호에는 도시건축가라는 직업적 배경도 작용했지만 우주의 이치나 자연이 자아내는 신비로움보다는 인간의 마음과 본성과 욕망, 그 위대함과 허무함의 역학을 헤아리는 게 훨씬 더 흥미롭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그가 말한 인간에 대한 흥미는 곧 인간에 대한 애정과 같다. 여행에서 맞닥뜨리는 낯선 체험에 기꺼이 자신을 여는 모험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곧 자신의 인생을 아끼는 방식이라는 소중한 진실을 공유하고픈 마음이 잔잔하게 전해진다. 

 

무엇보다 도시건축가로서의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사회 변화를 위한 정치활동에 매진해온 저자가 인생의 시간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여행의 비법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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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들의 기후변화 - 탄소 중립을 위해 그들은 매일 어떻게 일하고 있는가? 

송찬영·김정환 지음, 크레파스북 펴냄

 

'탄소에 가격이 붙기 시작하면서부터 지속 가능 경영이 좀 더 현실화되는 듯하다. 기업이 비즈니스 하는 데 있어 사회적 수용성이 하나의 비즈니스 리스크 문제로 대두되었고, 지속 가능 경영을 함으로써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 서비스에 지속 가능성이 담기게 되면 그것이 하나의 경쟁 우위 요소가 된다. 그래서 매출 증가에 영향을 주고, 결국 환경 사회적 요소가 궁극적으로 기업의 재무적 결과에도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지속 가능 경영의 핵심이다. 아울러 과거에는 기업의 독립성이 중요시되었다면 이제는 산업 부문을 넘어서는 협업과 파트너십을 통해서 규모에 맞는 영향력(Impact at Scale)을 추구하는 것 또한 지속 가능 경영의 중요한 부분이다.'

 

기후변화라는 말은 기후 시스템이 어떤 특정한 어떤 방향으로 계속 움직여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우리한테 좋은 것들만 온다고 하면 그 변화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겠지만 대부분 재난재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재난재해와 연관된 온난화가 최근 점점 더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온난화가 진행되면 결국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게 되고 그 무게는 미래 세대가 짊어지게 될 것이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온실가스 감축을 해야 한다. 위기는 정말로 가까이 왔다. 

 

기후 위기의 시대에서 매일을 기후변화와 탄소 중립을 위해 일하는 12인의 전문가들이 있다. 그들은 기후변화 각 분야에서 혁신하고 기회를 만들고 세계 각국에서 도전하는 사람들이다. 이 책은 그들이 본인의 일을 하게 된 계기와 그 일의 전망, 분주한 하루 일상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는지, 그들이 바라본 2050년 탄소 중립의 가능성과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 그리고 미래 세대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곧 다가올 기후변화가 일상인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갈 좀 더 나은 방법과 결론에 도달할 수 있겠다. 기후변화는 AI나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못지않게, 이 책에 등장하는 12인의 전문가들처럼 현재 다양하고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 얼음과 툰드라 눈이 녹고, 온대지역이 아열대로 기후가 변하고 있는 가운데 새들의 서식지는 계속해서 북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듯하다. 남방계 한계선이 북쪽으로 더 올라간다면 겨울에 볼 수 있던 두루미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기후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북쪽으로 이동하더라도 아예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 필요한 변화는 무엇일까. 정체돼 가는 성장과 활력, 쌓여가는 사회적 모순과 이로 인한 사회와 개인 삶의 부정적인 변화는 어찌 보면 현대의 일상적인 일이 됐다. 더불어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한국의 미래사회 시스템과 개인의 직업 선택에도 더욱 복잡한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 한국 사회의 중추가 될 현재 젊은 세대는 가까운 시점에 선택하게 될 본인 일의 정체성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더욱이 아직 선택해서 경험하지 않은 일이라면. 기후변화는 과학과 기술의 영역뿐 아니라, 경제, 산업, 무역, 사회, 인권, 지정학의 영역이다. 또 그 해결을 위해 우리는 탄소 중립, 녹색 성장, 그린뉴딜, 에너지 전환, ESG 등 여러 새로운 방향성에 도전하고 있다.


책에서는 기후변화 각 분야에 오래도록 천착해 오며, 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가는 전문가들을 만나 매일의 ‘일’로서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고 무슨 일을 실제로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 일의 정체성을 이야기한다.

 

12인의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각 분야에서 혁신하고 기회를 만들고 세계 각국에서 도전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본인의 일을 하게 된 계기와 그 일의 전망, 분주한 하루 일상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는지, 그들이 바라본 2050년 탄소 중립의 가능성과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 미래 세대에 대한 조언까지 담고 있다.


우리는 지금 기후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기후변화는 지구와 미래 세대에게 위기를 안겨 줬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줬고, 글로벌 협력을 함께 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기후 문제는 환경 문제를 넘어 경제 문제의 돌파구가 되고 있고, 개발 협력을 위한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12인의 전문가들은 위기 속에서 발견한 새로운 기회, 기후변화에서 답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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