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책] 지나온 시간을 더듬어 갈수록.. 정준홍 '이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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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산책] 지나온 시간을 더듬어 갈수록.. 정준홍 '이랬으면 좋겠다'

  • 손유지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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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으면 좋겠다 - 정준홍 시에세이 

정준홍 지음, 푸른길 펴냄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사랑하면 좋을까. 정년 은퇴를 맞이한 정준홍 저자가 일상에서 발견한 순간을 시로 풀어낸 책이다. 오랜 시간 바쁘게 직장 생활을 이어 왔던 그는 은퇴 이후 그동안 해 보지 못했던 일들을 하기로 다짐한다. 바로 글쓰기와 사진이다. 

 

저자는 틈틈이 책을 읽으며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나 기록하고 싶은 이야기를 블로그에 남겼다. 시간에 쫓겨 제대로 들여다본 적 없었던 일상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과정이었다. 

 

그 가운데 몇 편의 시와 사진을 정성스럽게 골라 책에 수록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저자가 눈에 담았던 풍경이 고스란히 느껴지도록 배치했다.

 

지역 곳곳에 고층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면서 옛 동네의 흔적을 더는 찾을 수 없게 됐지만, 저자에겐 멱을 감던 개울과 뛰놀던 뒷동산이 어제의 기억처럼 생생하다. 그만큼 저자의 목소리는 삶의 안팎을 오고 가며, 그가 삶에서 건져 올린 소중한 기억과 마음을 되짚는다. 

 

딸 일점이와 커피를 내리며 나눴던 대화부터 어린 시절 만났던 다정한 버스 기사의 얼굴, 식구들과 좁은 마루에 둘러앉아 밥을 먹었던 시간이 진솔하고 따뜻한 언어로 펼쳐진다. 바쁜 일상에 떠밀려 우리가 잊거나 잃어버렸던 순간들이다.

 

지나온 시간을 더듬어 갈수록 앞으로 마주하게 될 시간이 더욱 기다려지고 소중해지기도 한다. “이랬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고백 속엔 오늘과 내일에 대한, 나와 당신에 대한 기대와 사랑이 담겨 있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때로는 좀 아쉽더라도 때로는 좀 부족하더라도 때로는 좀 억울하더라도 나중을 생각하며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된다면 “내일을 살아갈 틈새 정도는 찾을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