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BOOK돋움] 발표하기 두렵다고요?.. 이정화 '홍당무는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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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BOOK돋움] 발표하기 두렵다고요?.. 이정화 '홍당무는 이제 안녕'

  • 손유지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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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당무는 이제 안녕 - 발표만 잘하면 소원이 없겠네 

이정화 지음, CRETA(크레타) 펴냄


불안은 잠재적인 위험에 반응하는 기관에서 만들어지는 감정으로, 일종의 생존 본능이다. 즉 누구나 마음속에 불안이 있다는 말이다. 이 누구나 지닌 증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해결 방법을 어떻게 찾느냐가 중요하다. 


발표 자리만 있으면 도망 다니고, 덜덜 떨고, 실수를 반복한다. 어떻게든 피해보려 하지만 발표는 고통이 되고, 트라우마가 되어 어느덧 내 옆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런 사람을 가리켜 ‘발표 불안인’, 이런 증상을 ‘발표 불안’이라 부른다. 

 

저자 이정화는 자신의 발표 트라우마를 꺼내어 실제 해결 방법을 찾았으며, 이제는 다른 이들의 발표 불안을 안타까워하고 치유하길 바란다. 그는 계속되는 발표 불안증세와 무대 울렁증으로 조금 더 나은 기회, 커리어를 잃어본 사람이다. 책을 통해 어떻게 하면 발표 불안을 떨쳐낼 수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방법과 발표 근력을 키우는 방법을 안내한다.

 

스스로가 지닌 발표 트라우마를 끄집어내고, 스피치 모임, 발표 두레 등을 찾아 나서라는 것이다. 저자는 본인이 찾는 방법으로 실제 발표 불안에서 탈출했고, 발표에 대한 부담감으로 사직서를 마음에 품고 있는 직장인, 발표 스트레스로 속앓이하는 사람, 평소에는 멀쩡하다가도 발표 자리에만 나서면 못난 모습을 보이는 사람, 일 욕심이 많지만 발표 때문에 발목 잡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저자는 어릴 적부터 동네에서 소문난 이야기꾼이었을 정도로 앞에 나서서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겼다. 캐나다, 미국, 멕시코, 스페인에서 공부했고 인도, 온두라스, 멕시코, 콜롬비아 등 세계를 돌아다니며 광고 회사, 국회, 방송국, 전자 회사, 자산운용사, 섬유 회사, 지문/얼굴 인식 기술 IT 회사, 참치 통조림 뚜껑 만드는 회사, 전력 관리 칩 개발 회사, 유럽 축구 리그 관련 IT 회사 등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아주 다채로운 사람이다. 

 

하지만 20대 초반의 트라우마로 발표 자리만 있으면 피하고, 핑계 대기를 십수 년.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매일매일 이 불안을 끌어안고 지냈다. 그러다 계속 피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부딪혀 보고, 탈출해 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그가 불안에서 탈출한 방법은 바로 스피치 모임과 발표 두레다. 숱한 실패 끝에 찾은 인생의 빛, 홍당무에서 비로소 벗어난 저자만의 방법을 공개한다.

 

저자는 불안 중에서도 특히 ‘발표 불안’, ‘무대 울렁증’을 지녔다. 불안이 생겼다고 갑자기 도려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도 쉽지 않아 십수 년간 발표할 때마다 긴장에 휩싸여 지냈다. 

 

그런 그가, 내 증상을 거부하는 나를 넘어, 발표 불안에서 빠져나오겠다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꼼꼼한 성격 덕에 스피치 학원에 다녀보기도 하고, 특강도 찾아다니고, 각종 논문과 책, 동영상을 파고 파며 불안증에서 탈출했다.

 

첫 시작은 트라우마였다. “더 이상 안 된다” 외치며 찾아간 스피치 학원 첫날, 자신의 트라우마부터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당연히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민낯으로 마주한 트라우마는 저자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날벼락 같은 사건으로 시작된 불안증, 작가는 트라우마에 맞서 이 끝 모를 ‘발표 불안’을 이겨내고자 마음먹는다. 

 

원인을 깨닫고 난 후 저자는 불안의 감정으로부터 두세 걸음 거리가 생겼다. 이후 꾸준히 방법을 찾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여러 시도를 반복한 끝에, 결국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책 속에는 발표 불안을 이겨내기 위한 첫걸음부터 마음가짐, 실천적인 방법까지 담겨 있다.


“요즘, 나는 참 행복하다. 내 인생의 절반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숨 막히게 힘들었던 그 불안증이 없어졌는데 어떻게 행복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불안증, 불안하다고 생각했던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물론 불안 증세를 단번에 벗어던진 것은 아니다. 스스로 트라우마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부터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이 따라주지 않아 고달픈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끝까지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을 놓지 않았다. 발표 두레에 나가 꾸준히 이를 극복하기 위한 스피치 기회를 가졌으며, ‘방청객 요정’을 자처해 스스로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거친 지금, 일에 대한 성취감, 만족스러웠던 직장 생활에 걸림돌이었던 발표 울렁증은 사라졌음을 확신한다. 그는 ‘포기하고 싶고, 그만두고 싶고, 도망가고 싶었던 충동’을 더 이상 느끼지 않는다. 발표 불안 증세에 끙끙 앓고 있을 누군가에게 ‘발표 전날 편히 잠들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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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를 버리니 Only가 보였다 - 미처 몰랐던 진짜 내 모습 찾기 프로젝트 

윤슬 지음, 담다 펴냄

 

한 존재이면서 두 아이의 엄마, 기록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비슷한 길을 선택한 이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일을 하고 있다. 2004년 문예지를 통해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2005년에는 엄마가 되었다. 그렇게 작가 활동을 이어오던 중 2018년에는 출판사를 열었다. 

 

이 책은 많은 부분에서 늘 어중간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던 저자가 작가, 엄마, 출판사 대표로 생활하면서 발견한 ‘고유함’에 관한 이야기다. 동시에 내세울 만한 성과는 없지만,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하루하루 뜨겁게 살아가자는 ‘일상의 재설정’에 관한 제안이기도 하다.


“best는 은유적 표현이다. 최대한 단순화하자면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와 자꾸 비교하려는 마음을 대신하는 표현이다. Only 역시 은유적 표현이다.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를 위해 살지 않고 나다움을 향해 노력하겠다는 다짐 같은 것이다.”

 

저자는 인생은 ‘순간을 잘 넘기는 힘’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조금만 방심하면 우리는 스스로 알아차리기도 전에 다른 사람과 비교한다. 불분명한 대상을 항상 머릿속에 넣어놓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어떻게 바라볼지, 어떤 사람으로 평가할지 궁금해하고 걱정하면서 말이다.


지금부터 조금만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가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 ‘지니고 있는 것’에 집중하고, 누군가에게 보이는 삶 또는 인정받기 위한 삶이 아니라 ‘온전히 나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이상하게 어중간하다는 말이 싫었다”라는 첫 문장을 시작으로 스스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으로 복잡한 시간을 보냈다는 저자의 고백에 마음이 간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답답함과 두려움이다. 하지만 저자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딱 한 걸음만 더 내딛자는 생각으로 삶에 숨겨진 다른 가능성을 찾는 모험을 떠난다.

 

어중간하더라도 내 것이라면, 그 자체로 고유한 것이다. 그 사실을 발견한 저자의 목소리가 밝고 씩씩하다. 드러내놓고 얘기하지는 않지만, 저자의 메시지는 첫 문장에서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한결같다. 어떤 순간에서든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는 선택이 아니라 내 인생을 위한 선택을 고민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