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책] 관찰하고 감동하고 쓴다.. 이유미 '오늘로 쓴 카피 오늘도 쓴 카피'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간 산책] 관찰하고 감동하고 쓴다.. 이유미 '오늘로 쓴 카피 오늘도 쓴 카피'

  • 손유지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3.04.23
  • 댓글 0

[크기변환]지데일리.jpg

 

 

오늘로 쓴 카피 오늘도 쓴 카피 - 모든 걸 경험할 수 없어 문장을 수집하는 카피라이터의 밑줄 사용법 

이유미 지음, 북스톤 펴냄

 

'글을 쓰다 보면 같은 단어를 반복적으로 쓰는 습관을 발견할 때가 있다. 쓸 때는 잘 모르지만 쓰고 난 뒤 퇴고할 때 새삼 보인다. 이럴 때 유의어가 필요하다. 뜻은 비슷하지만 다른 단어로 새롭게 쓸 수 있다. 가령 나는 ‘생각한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이것을 보다, 여기다, 믿다, 추정하다, 판단하다, 가정하다, 살피다, 이해하다, 의식하다 등으로 바꿔 써보면 문장이 훨씬 더 풍부해진다. 때로는 전달하는 바가 명확해져 이해하기도 쉽다. 같은 상품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카피를 쓸 때 나는 그 물건이 놓일 상황과 분위기를, 그것을 쓰는 사람의 감성과 취향까지 고려한다. 때론 카피가 주는 그 느낌에 이끌려 지갑을 여는 이가 있음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냥 지나쳤을 사소한 상황을 문장으로 읽었을 때 우리는 밑줄을 긋는다. 

 

밑줄서점의 대표이자 CJ, 네이버, 우아한 형제들, SSF, 아모레퍼시픽, 신한카드, 롯데손해보험 등 여러 기업 및 브랜드와 협업하는 카피라이터 이유미 작가가 밑줄 긋는 삶과 밑줄 덕분에 매일 할 수 있는 카피 쓰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핵심은 ‘사소한 공감’이다. 모든 글은 공감이 우선이고, 모든 공감은 사소하지만 구체적인 경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가끔 ‘내가 여기 왜 밑줄을 그었지?’ ‘이건 왜 메모했지?’ 싶은 문장도 당시 나의 오늘을 반영한 말들이니만큼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평범하면서도 울림을 주는 카피는 ‘오늘로 쓴 문장’을 ‘오늘도 쓰면서’ 나온다.

 

밑줄 긋는 카피라이터 이유미는 이 책에서 ‘오늘’을 재료 삼아 오늘도 쓰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말하는 ‘공감 카피’란 특별한 재료로 위대한 영감으로 쓰는 게 아니라 오늘도 내 옆에 있는 물건, 매일 반복되는 일상, 마음속으로 들어온 누군가의 한 마디로 쓰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밑줄이 상황과 분위기, 물건을 쓰는 사람의 감성과 취향까지 고려하는 카피로 거듭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사소하고도 구체적인 이 과정을 통해 SNS나 일기장에 적을 나를 위한 한 줄, 다양한 카피를 써야 하는 이들에겐 카피를 푸는 실마리, 에세이 첫 문장의 두려움을 떨칠 용기, 나아가 내 삶 전체를 이끄는 방향을 얻을 수 있겠다.


그는 책, 광고, 기사 속 문장들을 읽다가 틈틈이 밑줄을 긋는다. 어떤 물건을 자신과 비슷한 방식으로 사용하거나 그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을 발견했을 때, 단어의 쓰임이나 상황 표현이 매력적일 때, 기억하고 싶은 글을 만났을 때, 이 문장처럼 좋은 문장을 쓰고 싶다는 질투가 일어날 때 등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순간들이다. 이처럼 자신만의 이유가 가득한 밑줄을 타이핑하고 분류해 놓는다.

 

짧은 시간에 사람들에게 기억될 만한 문장을 뽑는 건 베테랑 카피라이터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평소 밑줄을 긋고 모아놓은 문장들은 요긴하게 쓰인다. 

 

유의어로 바꾸기, 좀 더 구체적인 단어나 상황 제시하기, 우리 정서에 맞는 뉘앙스의 말로 바꾸기, 톤앤매너 맞추기, 핵심만 남기기,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바꿔보기, 간단히 정리하기 등 간단하고 구체적인 방법은 지금 당장 카피를 뽑아낼 수 있다 해도 무리가 없다.


'공감 가는 문장을 쓰기 위해선 나도 공감력을 키워야 한다. 즉 누군가의 글에 잘 반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기기도 한다. 책에서 만나는 문장은 내가 겪은 상황, 기분, 감정 그리고 행동들이다. 내가 느낀 것을 작가가 그대로 표현한 문장을 발견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순간을 포착하는 기쁨은 ‘남는 독서’의 과정으로 얻을 수 있다. 나와 맞는 저자, 문체, 취향의 책을 찾으려면 꾸준히 검색하고 사색하고 발견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잘 쓰기 위한 비법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관찰하고, 감동하고, 꾸준히 쓰는 것이다. 정확하지만 막연해 보이는 이 진리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소하고도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관찰하는 법, 감동하는 법, 꾸준히 쓰는 법을 자신의 일상을 통해 보여준다. 

 

한 줄 만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야 하는 건 광고 속 카피뿐이 아니다. 메신저 프로필, SNS 게시글, 바쁘더라도 빼먹고 싶지 않은 오늘 일기, 청중의 눈길을 사로잡을 장표 한 장, 나중에 쓰일 묘비명까지 내 삶과 꼭 닮은 한 줄 등 모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전작 <문장 수집 생활>을 업데이트하고 새로운 밑줄과 카피를 넣은 것으로, 기존의 소설 속 문장뿐 아니라 광고, 인터뷰 기사, 예능인의 입말 등 좀 더 일상과 밀착된 밑줄은 그 자체로도 읽는 재미가 있다. 

 

아울러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 월요일 아침부터 잠자리에 드는 시간 등 매일 반복되는 일상,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 겪는 특별한 하루를 중심으로 구성해 독자들 스스로 주변을 살피고 자신의 한 문장을 쓸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함께 틈틈이 읽는 법, 필사 하는 법 등 읽고 쓰는 삶의 노하우와 비유, 묘사, 위트, 의외성 등 맛깔나는 카피 쓰기 노하우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