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책] 지리학적 관점에서 보는 테러리즘.. 남영우 '오사마 빈 라덴의 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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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산책] 지리학적 관점에서 보는 테러리즘.. 남영우 '오사마 빈 라덴의 지리'

  • 손유지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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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마 빈 라덴의 지리 - 그가 산으로 간 까닭은? 

남영우 지음, 푸른길 펴냄

 

2001년 9월 11일 미국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여객기가 충돌하는 사건으로 3000여 명의 사람들이 희생당했다. 소위 9·11테러라고 알려진 이 테러의 범인은 바로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였다. 

 

알카에다는 극단적 무슬림에 의한 국제 무장 세력이며, 이슬람 원리주의 계통에 속해 있어 반미, 반이스라엘을 표방하는 조직이다. 1979년 걸프전쟁을 계기로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와 메디나에 군대를 주둔시킨 것에서 이들의 악연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지하드’라는 종교적 의무를 핑계 삼아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다. 9·11테러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주둔 미군 기지 폭파, 케냐와 탄자니아의 미국 대사관 폭파, 예멘 근해의 미 군함 습격 등 수많은 사건에 알카에다가 개입되어 있다.

 

물론 모든 이슬람교도가 테러리스트는 아니지만, 테러리스트들 중 대다수가 무슬림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들은 순교작전이라 부르는 자살테러를 수행할 때 “신은 가장 위대하다”라고 외치며 죽는다. 

 

대학에서 지리학과 교수를 지낸 저자인 남영우는 <오사마 빈 라덴의 지리>에서 종교를 ‘쓰임’이 아닌 ‘존재’로 여기자고 제안한다. 절대적인 진리를 강조하는 근본주의 신앙에 입각해 “나만 옳고 너는 틀렸다”며 개종 아니면 죽음을 강요하는 방식은 사회를 쇠퇴시키기 때문이다.


오사마는 아프가니스탄의 험준한 산악지대에 사령부를 설치했으며, CIA를 피해 숨어든 곳 또한 토라보라에 있는 산이었다. 그의 주변 인물들 역시 대부분 산악지대 출신이다. 산악지대에서 태어나 그 환경에 익숙한 오사마는 산 이곳저곳으로 기지를 옮긴다. 

 

산악지대는 급경사, 절벽, 협곡 등의 장애물과 급변하는 기상 조건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접근하기 어렵다. 오사마를 색출하기 위해 파견된 미국의 산악부대가 아나콘다 작전으로 탈레반 세력은 소탕했지만, 결국 오사마를 찾아내지 못한 이유도 바로 이러한 특징 때문이다.

 

이렇듯 오사마 빈 라덴의 행동반경에는 ‘산’이라는 공통점이 나타난다. 만약 오사마와 산악지대의 지리적 특징을 더 면밀히 관찰했다면, 지리학자들의 의견에 집중했다면 그를 잡기까지 걸린 10년의 시간을 더 단축할 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지리학은 땅을 기반으로 하여 나타나는 현상 간의 인과관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이다. 특히 단순히 지역과 장소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것에서 다른 분야와 차별화된다.


결국 오사마 빈 라덴은 2011년 5월 2일 자신의 활동 무대였던 산이 보이는 파키스탄 비랄 마을의 ‘안가’에서 사살되었다. 

 

이 책은 세계 최악의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빈 라덴 가문의 시작점인 예멘 하드라우마트부터 9·11테러 하이재킹 범인들 중 16명의 고향이자 오사마 빈 라덴의 활동 무대인 사우디아라비아, 데브그루의 오사마 사살작전이 펼쳐진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테러 지원국 수단까지 그의 삶의 궤적을 상세히 진술한다. 

 

더불어 아프가니스탄 군사캠프에서 탄생한 오사마의 테러 조직 알카에다와 관련 인물들 또한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인물과 사건, 종교 또는 종교적 의무를 핑계 삼은 범죄, 산악지대라는 장소적 배경 등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준다.


저자는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한 후부터 오사마 빈 라덴에 관한 각종 자료를 모아 두었다가 20여 년 만에 인문지리학의 시선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후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테러와 테러리스트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테러리즘과 지리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