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책] 교감 넘어 공감으로.. 샬롯 맥커너히 '마이그레이션'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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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산책] 교감 넘어 공감으로.. 샬롯 맥커너히 '마이그레이션' 外

  • 손유지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3.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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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그레이션 - 북극제비갈매기의 마지막 여정을 따라서 

샬롯 맥커너히 지음, 윤도일 지음, 잔(도서출판) 펴냄

 

기후 변화의 주된 원인이 인간의 오만과 무지라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 빙하기나 해빙기 등 자연현상의 하나로 지구는 오랜 시간에 걸쳐 기후의 변동을 수반해 왔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지구는 그 변화에 맞춰 자정효과를 수반하며 진화와 퇴화를 통해 현재의 모습을 만들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늘어난 북극의 미세조류가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현재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가 갑작스럽게 변화하고 있는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기 위한 연구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구온난화가 특정 부류를 위한 정치적·경제적 수단일 뿐이라는 제법 타당한 주장과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진실이 무엇이든 온실가스의 주원인이 이산화탄소라는 것이 확실한 이상, 특히 산업화 이후 그 누적 배출 속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지구 표면 온도 및 해수면의 높이 또한 상당 부분 상승하는 등 약 150년 전 산업화와 동시에 시작된 갑작스러운 변화 속도에 인간이 개입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 책은 가까운 미래 대부분의 멸종한 세상을 배경으로, 북극제비갈매기를 따라 남극으로 가기 위한 주인공 프래니의 여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 과정에서 저가는 주인공 프래니의 암울했던 어린 시절부터 운명처럼 다가온 사랑, 그리고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방황해야만 하는 야생성을 지닌 사회적 사람으로서가 아닌 동물적 인간으로서의 본능 등 가장 사적일 수 있는 부분들을 인물의 목소리를 통해 독자에게 전한다.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 속에 적절히 등장시키며 소설의 재미와 긴장감을 더한다. 

 

또한 프래니의 여정을 함께하기로 한 사가니호의 선장 에니스와 일곱 명의 선원들을 적절히 등장시킴으로써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고 긴장감 있게 만든다. 특히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눈앞에서 생생히 펼쳐지는 듯한 풍경 묘사다. 책을 보는 내내 실제로 자신이 빙하 위에서, 바다 위에서, 때로는 좁은 선실 안에 있는 듯한 착각을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책은 출간 즉시 전 세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영화화가 결정됐다.

 

가까운 미래, 기후 변화로 대부분의 동물이 멸종한 세상. 새를 연구하는 프래니는 단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뒤로하고 그린란드로 향한다. 북극에서 여름을 보내고 다시 남극으로 이주하는, 지구상에 살아 있는 생명체 중 가장 먼 거리 이동을 하는 철새 북극제비갈매기의 여정을 따라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프래니는 얼음이 덮인 바위 위에 새장을 설치하고, 운 좋게 북극제비갈매기 세 마리의 다리에 위치 추적기를 다는 데 성공한다.


이제 자신을 남극으로 데려다줄 배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일곱 명의 선장에게 모두 거절당한다. 미신을 믿는 뱃사람들은 훈련도 안 된 낯선 사람을 배에 태우지 않았고, 자신들의 루틴이 흐트러지고 항로가 바뀌는 것도 싫어했다. 특히 물고기가 거의 멸종되어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더욱더 그러했다. 

 

마지막 남은 배는 청어잡이 어선 사가니호뿐이다. 프래니는 이 상황이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이 배에 끌렸기 때문이다. ‘사가니’는 바로 어린 시절 그녀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해 준 새인 ‘까마귀’를 뜻했다. 

 

그녀는 우연히 사가니호의 선장 에니스 말론을 만나게 되고, 그를 설득하기 위해 위치 추적기를 단 새들이 물고기가 많은 곳으로 배를 이끌어 줄 것이며, 오랜만에 그물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하지만 선장 에니스 말론은 무책임한 행동을 할 수는 없다며 그녀의 부탁을 거절한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끝에 프래니는 결국 그의 허락을 받아낸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북극제비갈매기의 이동을 따라 남극에 가려고 하는 프래니. 그리고 만선을 꿈꾸는 선장 에니스와 일곱 명의 선원들. 아이러니하게도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그들은 사가니호에 함께 몸을 싣고 먼바다로 여정을 떠난다. 

 

그러나 위치 추적기에 의지해 새들을 따라가는 일은 생각처럼 간단하지만은 않다. 바다에는 목숨을 위협하는 온갖 위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항해가 계속될수록 선원들 간의 오해와 갈등은 커져만 간다. 그리고 프래니의 어두운 기억과 그녀 자신조차 외면하고 살아야 했던 커다란 슬픔, 새들을 따라가기로 결심한 진짜 이유가 서서히 밝혀지게 된다.

 

기후 변화가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로 인해, 혹은 그 때문이 아닐지라도 폭염, 가문, 홍수, 해일 등 자연재해가 늘어나게 되면 현재 자연의 모습이 변화되면서 그 속에 온전히 몸을 맡기고 의지해서 살아가는 동물들은 멸종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 10년 후가 될 수도 있고, 100년 후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당장 1년 뒤부터 시작되지 않으리라는 법 또한 없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더 이상 동물의 멸종에 대한 이야기는 놀랄 일도 아닐 것이다. 가장 먼저 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될 것이고, 처음에는 한 종씩 차례로 멸종 위기를 겪다가 이내 공식적으로 멸종되었다는 뉴스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한때 얼음으로 덮여 있던 북극의 북극곰과 남쪽 내륙의 파충류도 사라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후회를 안고 재앙을 숙명으로 받아들인 채, 박물관에 전시된 공룡의 뼈를 구경하듯 강을 가로지르는 기러기 떼의 영상을 보며 아련한 마음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과거에도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있는, 그리고 미래에는 완전히 없어질지도 모르는 것들이 있다. 우리의 삶도, 우리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도 그렇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세상도 언젠가 그렇게 될 것이다. 

 

위치 추적기를 단 새들을 따라 남극으로 가겠다는 프래니의 선택은 무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러한 용기를 준 것은 자신의 삶과 사랑하는 이의 삶, 그리고 세상에 남은 마지막 철새들에 대한 최소한의 고해일 것이다. 아무리 캄캄한 어둠 속에서 살았고 살아가고 있더라도 놓지 말아야 할 것은 단 한 줄기의 희망이다.


프래니가 대부분의 동물이 멸종한 황폐한 세상에서 끝까지 여정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은 심각한 기후 변화를 겪고 있는 지금이라면 곧 현실이 될지도 모르는 끔찍한 세상에서 모든 생명체의 터전인 지구를 소중히 여겨야 할 이유와 어려움에 맞서는 용기, 그리고 희망을 발견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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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비야! 

마크 마제브스키 지음, 홍연미 옮김, 소원나무 펴냄


나는 나비야!

나는 바람을 타고 이 꽃 저 꽃을 찾아다닐 거야.


아빠랑 나는 천 조각을 모아서,

모양을 만들어 꿰맨 다음,

물감으로 색칠했어.


아빠가 활짝 웃었어.

“나비 아이가 되었구나!”

 

외국에서는 이미 주목받는 작가이자 <Does Earth Feel?> 외 다수의 그림책 작업을 한 마크 마제브스키의 작품에서는 자연을 배경으로 한 장면들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이 책 역시 작가 마크 마제브스키의 실제 경험과 생각이 담긴 진솔한 이야기다. 

 

아이의 솔직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을 재치 있게 드러내어 보는 이로 하여금 계속 웃음 짓게 만드는데, 우리나라에서 한국어판으로 처음으로 소개되는 희망적이면서도 매력이 가득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에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날고 싶은 아이의 소망이 담겨 있다.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 주는 순간을 만끽하며 아이는 어느새 긴장을 내려놓게 된다. 

 

용기를 내어 나를 드러낸 순간,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깨닫고, 그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 또한 넓어진다. 세상에 나의 존재를 당당하게 외치는 아이를 보며 애틋한 마음으로 응원하게 된다.


바람을 타고 이곳저곳 누비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자연과의 교감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나비의 우아하면서도 힘찬 날갯짓을 보며 아이도 당당하게 본인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비로소 자유로움을 느낀다. 

 

그렇게 아이는 자연에서의 경험을 통해 아이는 앞으로 어떤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주눅 들지 않고 즐겁게 나아갈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책은 이처럼 자연으로부터 오는 배움이 나를 가장 자연스럽게 만든다고 말한다. 불편한 것을 거스르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모두가 존중받을 때 우리는 자연스러워지기 위해 그리고 더욱 나다워지기 위해 한 걸음 더 용기 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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