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책] 파시즘은 현재진행형.. 페데리코 핀첼스타인 '파시스트 거짓말의 역사' 外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간 산책] 파시즘은 현재진행형.. 페데리코 핀첼스타인 '파시스트 거짓말의 역사' 外

  • 손유지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3.07.09
  • 댓글 0

[크기변환]지데일리.jpg

 

 

파시스트 거짓말의 역사 

페데리코 핀첼스타인 지음, 장현정 옮김, 호밀밭 펴냄

 

진실에 대한 혐오는 전통적으로 민주주의의 약한 고리였다. 어떤 발전적인 토론도, 합의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탈진실, 가짜뉴스, 부족주의 등 어떤 단어로 표현하든 이런 현상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며 결국은 파시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유럽과 미국, 중남미의 역사를 아우르며 외국인과 소수자 혐오를 주도하는 포퓰리스트들을 한낱 미치광이로 치부하는 것만으로는 그들을 이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명을 연장해주는 것임을 깨닫게 한다. 

 

나아가 많은 전문가가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퍼지는 이 거짓말의 연쇄 고리와 알고리즘을 통제하지 못하면 거의 모든 나라에서 내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동종교배의 허위정보들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그들은 자신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가차 없이 차별하고 혐오하고 폭력을 행사한다. 


파시스트와 포퓰리스트는 언제나 주장한다. 여론조사를 믿지 말라고, 선거를 믿지 말라고, 가짜 민주주의를 믿지 말라고. 그들이 말하는 진짜 민주주의는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가장 잘 아는 오직 한 사람, 즉 지도자를 통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체제다. 다시 말해 독재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파시스트들에게 신화는 그 자체로 현실이거나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었다. 지도자, 국가, 권력, 폭력에 대한 파시스트의 개념은 신화적 이미지와 역사를 초월하는 환상으로 가득 차 있다. 파시스트들에게는 그들만의 진실, 그들만의 합리성이 있었다. 

 

거기에 맞지 않는 건 모두 거짓이고 반지성주의였다. 그들은 거짓말을 하면서도 스스로 거짓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만의 진실이 있으며, 나머지는 모두 거짓이고 오히려 반지성주의와 가짜뉴스라며 분위기를 조장한다.

 

파시스트의 핵심은 가변적일 수밖에 없는 과학적 사실을 유약하고 바보 같은 것이라고 무시하는 데 있다. 그러면서 그들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확고하고도 불변의, 강력하고도 힘 있는 진리가 있다고 말한다. 독재자 한 사람을 중심으로 구성된 허구의, 신화적 역사가 바로 그것이다. 

 

때문에 파시즘은 과학보다는 주술과 긴밀히 연결된다. 그들에게 역사는 얼마든지 재구성할 수 있는 것이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사실과 진리를 생산할 수 있으며, 따라서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는 자가 진리를 소유한 자가 된다. 요약하면 힘이 곧 진리라는 게 파시스트들의 생각이다.

 

파시즘은 역사 속 문제일 뿐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숙제이다. 차별과 혐오, 억압과 폭력의 시대를 넘어 공동체의 건강한 삶을 바라는 이들에게 이는 매일매일의 일상 속 문제이며 오늘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펼쳐지고 있는 다양한 사회운동과도 직결된다. 

 

즉 파시즘은 비단 제도정치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목격되는 작은 파시스트들의 거리낌 없는 호도와 위선은 다시 진실을 가리는 파시즘에 대한 긴장을 놓지 않아야 할 때임을 알려준다. 저자는 그래서 파시스트 거짓말의 역사를 통해 더욱 냉정하고 차분하게 상황을 직시해야 함을 강조한다. 

 

[크기변환]지데일리.jpg

 

 

인류의 진화 - 아프리카에서 한반도까지, 우리가 우리가 되어 온 여정 

이상희 지음, 동아시아 펴냄

 

“용뼈 팝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중국 남부 지역의 약재상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문구였다. 물론 실제로 용이 사고 팔렸을 리는 없다. 

 

여기에서 용뼈라는 이름으로 판매된 것은 기간토피테쿠스 블래키(Gigantopithecus blacki)라는 유인원 화석종의 뼈였다. 고릴라의 2배가 넘는 크기였으리라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게 용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전 세계의 학자들이 인류의 기원을 찾아 중국으로 몰려온 때가 있었다. 20세기 초에 고인류학계에 유행했던 ‘아시아 기원론’의 영향이다. 

 

이 유행도 잠시, 다시 아시아는 고인류학사에서 변방으로 밀려나고 만다. 유럽인과 유럽계 미국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의 학계에서는 유럽인의 진화사에 관심을 주로 가지지, 아시아 인류에 대한 연구는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고인류를 연구하고 찾아 헤매던 사람들이 있었다. 2021년 6월 중국 하얼빈에서 새로운 고인류 화석종이 발표되었다. 호모 롱기(Homo longi), 중국어로 ‘용’을 뜻하는 이름이다. 호모 롱기의 화석이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것은 1933년의 일로, 이 화석이 본격적으로 빛을 보기까지는 거의 100년에 달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화석에 남은 흙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연대 측정한 결과, 무려 14만 년에서 30만 년 전 사이의 오래된 고인류 화석종임이 밝혀지며, 다시금 아시아 고인류 연구에 불을 붙일 준비를 하고 있다. 

 

이밖에도 시베리아 알타이산맥에서 데니소바인의 화석이 발견되고, 중국 샹첸에서 210만 년 전의 고인류 흔적이 발견되고 있기도 하다.

 

아시아 대륙은 큰 땅덩어리를 가지고,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대륙일 뿐만 아니라, 호주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으로 사람들이 건너가기 위해서 아시아를 거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지리적 위치를 생각하면 오히려 지금까지 아시아가 고인류학계에서 이처럼 주목받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21세기 들어 점점 더 많은 연구가 누적되면서, 아시아의 인류 진화사 역시 유럽이나 아프리카 못지 않게 역동적인 과정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용뼈’의 주인이었던 거대한 유인원, 즉 거인이 현생인류의 조상이 됐을까. 아시아의 고인류는 우리가 흔히 아는 고인류와 똑같은 진화 과정을 겪었을까. 한반도의 고인류는 어떤 진화 과정을 거쳐 ‘우리’가 됐을까.


이 책은 과거의 가설들이 흔들리는 과정에서 새로운 연구와 가설을 소개하며, 인류의 역사와 진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날레디 등 고인류의 존재와 그들의 특징을 살펴보며,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인류의 진화에 관한 가장 혁신적인 지식을 소개한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부터 한반도까지 인류 진화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이전에는 연구되지 않았던 한반도 고인류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우리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절대로 놓칠 수 없는 한 권이 될 수 있겠다. 


[크기변환]지데일리.jpg

 

 

디지털 사회의 기본가치 -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총서 50

김상배 표광민 이원경 유지연 외 지음, 사회평론아카데미 펴냄

 

사회 전반에 디지털 기술의 혜택이 미치면서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서 디지털 변수가 일상화되는 사회, 이른바 디지털 사회가 도래했다. 

 

기술혁신과 경제발전 등의 양적인 기준을 넘어서 정치사회적 차원에서 디지털 기술의 개발 및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디지털 사회 전반이 지향할 우리의 삶에 대한 근본적 고민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디지털 사회의 도래가 본격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국민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와 존엄 및 가치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디지털 사회에서 국민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가치’란 미래 과학기술 및 사회발전 방향의 바탕이 되거나 발전을 위한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할 가치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아무리 디지털 사회가 발달하더라도 기술발달의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가치를 의미하며, 이는 향후 무분별한 디지털 기술의 개발과 적용에서 발생할 문제점들을 성찰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책은 디지털 사회의 10대 기본가치(존엄, 자유, 평등, 정의, 안전, 교육, 노동, 민주, 평화, 지속가능성)라는 개념적 렌즈를 통해서 새로운 가치의 내용과 의미 등의 이해와 진단을 시도하며, 미래방향을 전망한다.


이 연구는 디지털 사회에서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가치를 도출하고 세부 개념을 분류하기 위해 디지털 사회가 지향하는 근본가치, 근본가치를 구체화할 수 있는 현실적 조건을 규정하는 실행가치, 그리고 구현가치의 세 가지의 범주로 나눴다.

 

각 범주별로 3-4개의 기본가치, 총 10개의 기본가치를 선정했다. 먼저 주체 차원에서 본 존재론적 가치로서 존엄, 자유, 평등, 정의를 선정했다. 이는 가장 근본적인 디지털 사회 가치의 의미를 가진다. 

 

다음으로 과정 차원에서 본 방법론적 가치로서 안전, 교육, 노동을 선정했다. 이는 앞서 기본가치를 구체화하는 구체적인 구성요소로서 이해할 수 있다. 이어 목표 차원에서 본 목적론적 가치로서 민주, 평화, 지속가능성을 선정했다. 이는 디지털 사회발전이 궁극적으로 지향할 구현가치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디지털 사회로의 변화를 포괄적이고 다학제적으로 다루는 이 연구의 논의는 디지털 대전환과 향후 사회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의의를 가진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개인, 정부, 기업 등을 비롯한 여러 주체들은 디지털 기술이 가진 잠재력과 저력 그리고 위험성을 파악하고, 나아가 기술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디지털 대전환을 거치며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의 정치, 사회, 경제적 구조 또한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이러한 변화에 부응해 사회적 가치와 규범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는 디지털 사회의 가치를 고찰함에 있어서 인문사회적 탐구와 기술과학적 분석을 결합한 시도로서 의의를 가진다. 

 

폭넓은 사례와 영역을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한 이 연구가 제시하는 기본가치는 해당 사안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고 활발한 사회적 논의를 유도하며 결과적으로 디지털 사회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핵심적 가치와 원칙에 관한 공동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신이 관심 가질 만한 이야기

G-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