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책] 그토록 간절했던 고향의 재발견.. 이우 '서울 이데아'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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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산책] 그토록 간절했던 고향의 재발견.. 이우 '서울 이데아' 外

  • 손유지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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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데아 

이우 지음, 몽상가들 펴냄

 

스무 살의 준서는 난생 처음으로 한국에 오게 된다. 바로 진짜 한국인이 되고 싶어서이다. 그는 이십 년의 인생을 모로코와 프랑스에서만 지냈다. 그곳에서 그는 늘 이방인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생김새만 보고 한국인으로만 규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두 나라에서 홀로 부유하며,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한국을 그리워하기 시작한다. 그곳은 자신을 따스하게 포용해줄 것이라 여겼던 것이다. 그는 홀로 K-드라마를 시청하며 한국에 대한 환상을 키워나가기 시작했고, 마침내 서울에서 대학생이 된 그는 그 환상들을 본격적으로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준서는 드라마에서 마주했던 아름다운 서울의 환상이 자신의 마음의 고향이라 여겼다. 하지만 직접 마주한 서울에는 자신이 기대했던 환상은 없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마주하는 서울의 본 모습에 당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내 깨닫는다. 자신은 드라마 속 환상 같은 서울에서의 아름다운 삶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그는 자신이 원하는 건 한국 사회에 부드럽게 융화되고, 소속감을 갖고, 다정한 친구를 사귀고, 달콤한 사랑을 하는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전제는 '한국 사람들과' 이 모든 것을 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십 년을 이방인으로 살았기에, 이제는 현지인이 되고 싶어했다. 진짜 한국인, 진짜 서울 사람이 되는 게 준서의 목표였다.


하지만 그는 한국인이 되기에 너무나 부족했다. 겉모습은 영락없는 한국인이었지만, 내면의 소프트웨어가 외국인이었던 것이다. 그는 한국 문화와 한국 사람들과 너무나 많은 일상의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한국에는 한국만의 에티켓이 있고, 사회 통념이 있었지만 준서는 이러한 것들을 전혀 알지 못했고 또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게다가 캠퍼스에서의 생활 역시 마찬가지였다. 학과 생활도, 동아리도, 술자리도 그에게는 어색하고 불편한 것들 투성이었다. 

 

준서는 어떻게든 친구를 사귀고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하지만, 많은 것들이 의도와는 다르게 어긋나기만 한다. 그는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줄 사람들과 모임을 찾아 서울을 방황하기 시작한다. 신촌의 캠퍼스부터, 홍대 번화가, 그리고 촛불로 가득한 광화문 광장까지.


<서울 이데아>는 우리 시대가 겪은 정체성의 문제를 조명하고 있는 소설이다. 많은 현대인들이 정체성 상실 문제로 고통 받고 있다. 이는 산업화를 이룩한 다수의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다. 

 

현대인들이 이 문제로 고통 받게 된 원인은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를 꼽자면 뿌리 내릴 수 있는 고향의 상실, 정체성의 원형이 되어줄 '무엇'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는 우리 시대와 세대가 마주해야 할 문제 의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제 대한민국의 급격한 출산률 감소는 단일민족국가라는 정체성의 혼란을 불러올 것이다. 이것은 일찍이 민족국가의 개념을 탈피할 수 밖에 없었던 프랑스를 떠올리면 좋을 것이다. 

 

일찍이 저출산의 시대에 접어들었던 프랑스는 인구의 15% 이상이 이민자로 채워졌다. 여전히 프랑스인들은 비혼주의와 저출산의 정서를 갖고 있고, 이민자들은 그 반대의 경향을 갖고 있기에 이민자들의 비율은 점점 커질 것이다. 프랑스의 축구 국가대표만 봐도 대부분이 아프리카와 아랍계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 역시 이 길을 따라가고 있다. 


책에는 이러한 문제를 고스란히 내포하고 있는 '경계인'들이 등장한다. 한 사회에서 자꾸만 이방인으로 규정되는 경계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찾아야만 한다. 모로코 교포인 준서를 비롯해 한국에 정착하고 싶은 외국인들, 그리고 다른 피부색을 가진 한국인들, 다문화가정의 사람들까지. 그들은 모두 한국인이 되고 싶어하지만 한국은 그들을 따뜻하게 포용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그들은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준서가 서울에서 소속감과 정체성을 찾기 위해 벌이는 일 년 동안의 투쟁 이야기는, 우리의 시대가 어떻게 경계인들을 맞이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확고히 뿌리내릴 수 있는 고향이 어디인지 발견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렇게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분투한 사람은 어느 순간 그런 노력이 바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준 원동력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준서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그런 노력을 멈추지 말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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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구한 라이프보트 

미치 앨봄 지음, 장성주 옮김, 윌북 펴냄

 

모종의 사건으로 침몰한 ‘갤럭시호’. 침몰하는 요트에서 열 명의 사람들이 살아남아 라이프보트에 간신히 올라탄다. 구조대는 보이지 않고 식량도 다 떨어져가던 표류 나흘째, 한 남자를 바다에서 건지는데… 구조된 남자는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하고서 허겁지겁 음식과 물을 받아먹는다. 그리고 한숨을 돌리더니 주장한다. 자신이 ‘신’이라고.

 

한편 육지에서는 어린 딸을 잃고 잿빛 인생을 살아가는 한 형사가 ‘갤럭시호’의 라이프보트 잔해를 발견하고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과연 표류자들은 살아남은 걸까. 자신이 ‘신’이라고 주장하는 남자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갤럭시호’는 왜 침몰했을까.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로 큰 사랑을 받은 미치 앨봄. '삶과 죽음을 끌어안는 최고의 휴머니스트'라고도 불리는 그의 이번 신작은 드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 작은 라이프보트 위에서 벌어지는 이 이야기는 우리 인간 내면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면모와 욕망이 들끓는 추악한 모습을 한데 뒤섞어놓는다. 그리고 거기서 펼쳐지는 마법 같은 일로 인해 독자의 예측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한편 사고로 어린 딸을 잃은 형사 르플뢰르가 해변에서 이 라이프보트 잔해를 발견하면서 요트 침몰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모든 비밀이 풀릴 때 독자는 해일처럼 밀려오는 쾌감과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소설은 ‘갤럭시호’ 침몰 사건의 생존자이자 라이프보트에 10번째로 올라탄 벤지의 편지로 시작한다. 벤지의 시점에 따라 보트 위에 나타난 ‘신’의 정체를 파헤치며, 독자는 표류자들이 바다 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온갖 일들을 목격하게 된다. 

 

한편 육지에서 보트 잔해와 벤지의 편지를 발견하면서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딸을 잃고 삶의 의미까지 잃어버린 형사 르플뢰르의 이야기는 그렇게 벤지의 이야기와 얽히기 시작한다.

 

벤지는 바다 위에서 죽음과 맞서며, 르플뢰르는 인생의 무의미함에 맞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 가운데 ‘뉴스’가 있다. 앵커와 기자의 대화로 이루어진 이 중간중간의 꼭지들은 독자에게 양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에 관한 객관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결국에는 바다가 있고, 육지가 있고,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뉴스가 있다. 그 뉴스를 널리 전파하고자 우리는 서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때로 그 이야기의 주체는 생존이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불합리하거나 부조리한 사건을 겪거나 목격한다. 르플뢰르처럼 사랑하는 존재를 잃게 되기도 한다. 


육지에서의 긴박한 사건 추적과 더불어 바다에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우리가 어떤 환경에 처해 있어도 끝내 '생존하리라고 믿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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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누구인지 몰라  | 상상 동시집 18

안도현 지음, 이동근 그림, 상상 펴냄

 

이 책에는 고정된 틀 없이 세상을 자유롭게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이 잘 담겨 있다. 날아가는 벚꽃잎에서 돼지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거나, 소금이 바다에 있는 맷돌에서 나오는 줄 알았다는 아이들의 세상은 그 자체로 유쾌하게 느껴진다. 천진난만하게 보이는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은 이 동시집을 읽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아이들의 시선은 즐거움과 함께 중요한 것을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동시집 속 아이는 둥지에서 입을 벌리고 어미를 찾는 딱새를 따라 함께 입을 벌려 본다. 아이가 아무런 편견 없이 딱새와 자신을 동등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아이들의 넘치는 상상력은 다른 존재와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책 속에서 자연은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는 시의 힘을 빌려 살아 움직인다. 풀잎이 서로 말을 걸며 들판을 푸르게 물들이기도 하고, 나무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그늘을 직접 펼쳐 주기도 한다. 혼자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자연의 구성원들은 서로 손을 잡고 커다란 전체를 이루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처럼 그려진다.


자연이 살아 있다는 것은 곧 자연이 사람과 동등하며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동시집에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의 모습과 함께 자연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함께 그려진다. 

 

독자들은 살아 있는 자연을 대하는 서로 다른 두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환경 파괴가 심각한 문제로 이야기되고 있는 지금 꼭 생각해 보아야 하는 문제들에 대해 올바른 가치관을 갖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시와 동시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하는 안도현 시인의 능력이 이번 동시집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좋은 주제와 재미있는 장면과 함께 책을 훌륭한 동시집으로 만드는 것은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표현이다. 서정적 분위기가 물씬 피어나는 문장들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언어를 간접적으로 사용하는 특성 때문에 시는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는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동시의 표현을 유지하면서 시적인 문장들을 구사한다.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색다르고 감각적인 표현을 구사하기 때문에, 이 동시집은 아이와 어른 독자 모두에게 시적 표현의 재미와 감동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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