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책] 끝내주는 시작.. 메건 페어차일드 '발레리나 멘탈 수업'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간 산책] 끝내주는 시작.. 메건 페어차일드 '발레리나 멘탈 수업'

  • 손유지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3.08.19
  • 댓글 0

[크기변환]지데일리.jpg

 

 

발레리나 멘탈 수업 - 마음이 불안한 무용수를 위한 10가지 조언 

메건 페어차일드 지음, 김지윤 옮김, 동글디자인 펴냄

 

[지데일리] 무용수는 늘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 2500명의 관객 앞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늘 부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꾸준히 체중 관리를 해야 하고, 대내외적으로 끊임없이 평가받아야 한다. 이러한 고압적인 환경 속에서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저자 메건 페어차일드는 17살에 뉴욕시티발레단에 입단해서 3년 만에 수석 무용수가 되었다. 입단 후 언더스터디로 참여한 <코펠리아>에서 눈에 띄게 활약하고, <호두까기 인형>에서 호아킨 데 루즈와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 뒤에 얻은 결과였다. 

 

행운 같은 일이었지만, 그녀를 압도한 것은 ‘부담감’이었다.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무대가 두려울 때도 있었다. 스트레스는 극에 달해서 기절 증상과 공황장애로 나타났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무대에 서기 힘든 상황이 찾아온 것이다. 이를 계기로 내면을 다스리는 방법에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심리적인 안정을 찾고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루어 냈다.

 

'한 1, 2년 정도는 스스로 질릴 때까지 왕창 과식을 한 다음, 체육관에 가고 다음 날까지 자제를 해서 다시 원래 몸무게로 돌아가는 사이클이 반복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격렬한 양극단은 악순환만을 낳았습니다. 저는 항상 너무 많이 먹거나 너무 적게 먹는 요요에 시달렸습니다. 중간은 없었죠. 정말 지치는 일이었어요. 돌아보면 그렇게나 성공적인 발레 커리어를 쌓아오면서 어떻게 그 시기를 버텼나 모르겠습니다. 아마 겉으로 보기엔 제가 전혀 달라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스스로 적당히 먹을 수 있으리라 확신하지 못했기에 전 늘 초조함을 느꼈어요.' - 66쪽


이 책은 저자가 17년간 수석 무용수로서 경력을 쌓아 오면서 “자신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면서도 정신을 놓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에서 실력과 경쟁력을 갖추면서도 일상에서도 충만해지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끊임없이 고민한 끝에 얻은 교훈들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무용수의 몸짓이 아닌 마음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완벽한 무대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불안감부터 은퇴 후 미래에 대한 두려움까지 무용수로 살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정신적인 고충을 다루고, 무용수들이 이를 이겨내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저자가 터득한 멘탈 관리 노하우를 전달한다. 

 

이는 예비 무용수부터 프로 무용수까지 마음속에 ‘불안’이 있는 모든 무용수와 운동선수, 무대예술인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며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모든 직업인이 마음을 지키는 동시에 실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되겠다.


“무용수는 두 번 죽는다. 첫 번째 죽음은 무용수가 춤을 그만둘 때다. 그리고 이 죽음은 (두 번째 죽음보다) 훨씬 고통스럽다.” 현대무용의 어머니 마사 그레이엄이 남긴 명언이다. 어릴 때부터 훈련을 시작해 거의 모든 청춘을 춤에 바치는 무용수에게 은퇴는 죽음보다 고통스러울 만큼 힘든 일이다. 

 

그러나 가혹하게도 무용수는 40대가 되면 은퇴를 생각해야 한다. 부상으로 인해 더 빨리 은퇴해야 할 수도 있다. 무용수들은 마음 한편에 이 모든 게 영원하지 않으며, 언젠가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현실을 품고 살아가야 한다. 

 

무용이 곧 인생인 무용수들이 빨리 은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무용수를 불안하게 만드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저자는 일찍부터 이러한 심적 고통을 예상하고 발레의 끝이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기 위해 발레리나 경력과 함께 직업 외의 개인적인 삶 또한 발전시켜 왔다.

 

'스트레스를 받고 공황 상태를 겪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런 감정을 전혀 안 느끼는 것이 목표가 아니에요. 대신 이런 감정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거나 우리를 정의하지 않게끔 대처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스트레스 자체가 문제는 아니거든요. 스트레스를 받을 땐 종종 어떤 문제와 너무 붙어 있게 되는 나머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죠.' - 95쪽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 취미였던 그녀는 야간에 대학교를 다니면서 발레단 생활과 학업을 병행했다. 1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포드햄대학교에서 수학과 경제학 학위를 얻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MBA 과정생으로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어떻게 프로 발레리나로 활동하면서 학업까지 할 수 있는지, 많은 이가 놀랄 만한 일이지만 이는 메건 페어차일드만의 생존 방식이었다. 

 

또한 그녀는 무용을 접목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온 더 타운> 의 주인공 제의를 받았고, 무용수로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성장하기 위해 이를 받아들이고 1년간 발레단 활동을 하지 않고 브로드웨이 공연을 했다. 많은 발레 무용수가 휴식기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분명히 과감한 선택이었다. 

 

이후 발레단으로 다시 돌아온 그녀는 자신만의 매력을 더욱더 발전시켰고, 이전까지는 키가 작아서 하지 못했던 <백조의 호수> 주인공을 33세에 처음으로 맡게 되었다. 이후에도 2018년에 첫 아이를 출산하고 단기간에 발레단으로 복귀하는 데 성공했으며, 2021년에 쌍둥이를 낳고 다시 복귀하여 활발히 무대에 서고 있다. 결과적으로 저자는 발레 인생과 발레 외의 인생을 모두 지키는 데 성공했다.

 

그녀는 “우리 모두 일 이상인 사람들”이라고 강조하면서 일에서의 목표뿐만 아니라 일 외적인 목표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일과 일상의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메건 페어차일드가 균형 잡힌 삶을 살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이를 이루게 해준 삶에 대한 태도가 생생히 담겨 있다. 이는 인생의 전성기가 무대 위에서 불꽃처럼 사라질까 봐 힘들어하는 모든 무용수에게 그들의 인생이 계속 빛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