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책] 왜 좋은 사람이 나쁜 행동을 할까.. 아르민 팔크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왜 어려운가'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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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산책] 왜 좋은 사람이 나쁜 행동을 할까.. 아르민 팔크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왜 어려운가' 外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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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왜 어려운가 - 당신을 혼란에 빠뜨리는 마음과 행동의 모순 

아르민 팔크 지음, 박여명 옮김, 김영사 펴냄

 

사람을 구하기 위해 15만 원을 포기할 수 있는가? 아마 누구나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독일 대학생들에게 돈을 가질지 기부해서 사람을 살릴지 선택하게 하자 57%만이 기부를 선택했다. 


우리는 스스로를 꽤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행동은 그렇지 않다. 왜? 그저 귀찮아서? 변하는 것이 없으니까? 사람은 원래 답이 없는 존재이니까?


우리는 기후변화를 걱정하면서도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면서도 마트에서는 가장 싼 계란을 집어든다. 왜 무엇이 옳은지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을까?


이 책의 저자 아르민 팔크는 본(Bonn)대학교의 경제학과 교수이자 독일 최고의 행동경제학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우리 마음과 행동의 모순이 생겨나는 이유를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사소한 이기심부터 성격과 사회적 환경까지, 때로는 비합리적인 인간 마음과 행동의 작동 방식을 밝히고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은 우리가 생각한 대로 착하게 살지 못하는 이유를 크게 6가지로 정리한다. 손해를 피하려는 본능,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 이성을 가로막는 감정, 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게 있다는 생각, 책임이 분산되면서 희박해진 도덕성,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성향까지 그 이유는 다양하다. 행동경제학의 렌즈로 바라본 인간 본성의 비밀이 밝혀진다.

 

손해 보기 싫어하는 마음은 인간 행동의 핵심이다. 우리는 희생이 따르더라도 선한 일을 해야 한다고 배우지만, 실제 선택의 순간이 오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도 아까워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독일의 대학생들에게 100유로(약 15만 원)를 받을 것인지, 기부해서 사람을 구할 것인지 물은 결과 절반 조금 넘는 학생들만이 기부를 택했다. 250유로까지 돈을 올리자 이 비율은 29%까지 떨어졌다.


기부 단체 부스를 봤을 때, 갑자기 길 건너의 가게가 더 흥미로워 보인 적은 없는가? 우리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강한 나머지 양심의 가책을 느낄 만한 상황이 오면 종종 ‘회피 전략’을 사용한다. 


못 본 척 지나친 뒤 몰랐다고 하는 식이다. ‘도덕적 회계’도 흔하다. 쉬운 작은 선행으로 나쁜 행동을 만회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오바마를 지지하는 등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인종차별적 진술에 더 강하게 동의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자신의 편견 없음을 입증했기에 더 거리낌 없이 차별하는 것이다.


인간은 감정적인 존재다. 선 밖의 사람에게는 베풀지 않고, 행복하면 더 베푼다. 그렇다면 선한 행동은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팔크 교수의 실험 결과,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350유로를 쓸지, 목숨을 구하지 않고 100유로를 가질지 무작위로 선택했을 때 단기적으로는 사람을 살린 사람이 행복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돈을 가진 사람이 더 행복했다고 한다. 좋은 일을 한다고 꼭 보람과 행복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가 선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이유가 필요하다.


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호혜주의는 인간의 기본 행동 원리다. 상대방의 비용, 신뢰, 태도가 나의 비용, 신뢰, 태도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다. 휼렛패커드의 창업자 데이비드 패커드는 제너럴일렉트릭에서 일하던 시절 회사가 창고를 엄중히 지켰더니, 직원들이 “가져갈 수 있는 모든 것을 도둑질함으로써 불신을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휼렛패커드를 시작할 당시 부품 창고를 항상 열어놓았다. 신뢰를 얻은 직원들은 도둑질하는 대신 부품을 자유롭게 가져가서 연구했고, 이는 더 큰 성과로 이어졌다.


총살 명령은 항상 여러 명이 집행한다. 누구도 상대의 죽음에 온전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기에 더 쉽게 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팔크 교수는 이를 ‘중심축’ 개념으로 설명한다. 


자신이 중심이 되지 않는 상황일수록 도덕적 행동에 대한 의지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마트에 갔는데 최근 아동 노동으로 논란이 된 기업의 제품이 할인한다고 해보자. 나 하나 안 산다고 그 기업이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만 다른 비싼 제품을 살 이유가 있을까? 그리고 아동 노동은 결국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가?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더 선하게 행동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이타주의 성향은 몇만 년 전부터 전해 내려온 것이다. 예를 들어, 가축 사육을 주로 하던 민족의 후예들은 농경 민족의 후예들에 비해 오늘날까지도 싸움과 갈등에 더 쉽게 휘말리는 경향을 보였다. 


물론 저자는 후천적인 요인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10년간의 추적 연구 결과 어릴 때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은 쭉 더 친사회적인 경향을 보였다.


좋은 사람으로 살기 어려운 시대다.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줄어들수록, 부정적인 감정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착하게 행동하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여전히 희망은 있다. 원인을 알면 해결책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착한 사람이 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을 이해할 때에야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그리고 더 나아가 경제와 사회의 프레임을 바꿀 수 있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아르민 팔크 교수는 좋은 사람이 되기 어려운 이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좋은 사람이 될 방법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몰라서 선한 일을 하지 못한다고 변명한다면 사람들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스위스의 가정에 사용한 물과 에너지의 양을 표시하는 샤워기를 제공했더니, 온수 사용에 따른 에너지 소비량이 22% 감소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팔크 교수는 ‘결과와 상관없이 선한 일을 하라’는 칸트의 의무론적 도덕성을 강조한다. 행위와 책임이 분리된 현대사회에서는 칸트의 도덕성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규범이 될 수 있다. 그렇게 했을 때 기후변화와 다른 세계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드는 회의주의를 깨뜨리고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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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심리학 - 사소한 우연도 놓치지 않는 기회 감지력 

바버라 블래츨리 지음, 권춘오 옮김, 안타레스 펴냄

 

“운이 좋았어”, “운이 나빴어”, 우리는 모두 살면서 ‘운’을 말한다. 운은 ‘무작위’ 결과다. ‘예기치 않은’, ‘뜻밖의’ 일이다. 우연한 ‘기회’로 얻는 것이다. 운도 우연이고 기회도 우연이다. 예측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무작위 우연에서 패턴이나 규칙을 찾으려는 시도는 확실히 ‘비합리적’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전적 의미일 뿐,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류는 운을 우연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 무작위 결과에서 패턴을 찾으려 했고, 도저히 못 찾겠으면 초자연적 존재라도 앞세워서 기어이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었다.


왜일까? 다름 아닌 ‘뇌’가 우연을 거부해서다. 우연을 받아들이지 않아야 ‘생존’에 유리해서다. 달리 말해 인간의 뇌는 무작위성에서 패턴을 찾게끔 진화해왔다. 


현재를 사는 우리 뇌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모든 생각과 행동은 뇌에서 나온다. 나의 ‘뇌’가 곧 ‘나’다. 우리 삶에서 마주하는 무작위 사건을 뇌가 수용하고 처리한다. 따라서 뇌를 들여다봐야 운과 기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학자, 그것도 비합리적 사고와는 거리가 먼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다. 그런데도 “운이 좋아질 수 있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뇌가 운과 기회를 학습한다는 사실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블래츨리 교수는 이 책에서 ‘무작위성’으로 대표되는 운과 기회의 언어, 문화, 신화, 미신, 주술 등을 흥미롭게 살핀 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과학’의 범주에 포함한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살아가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우리 뇌의 메커니즘을 과학으로 설명하면서, 비합리적인 믿음이 예측 불가능한 세상과 씨름할 때 꼭 필요한 까닭을 힘주어 강조한다.


사실 행운과 기회는 곳곳에 널려 있거나 아무 데도 없을 수 있다. 왜냐하면 ‘운’은 ‘우연’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길을 걷다 우연히 돈을 줍고, 어떤 이는 스마트폰을 꺼내다가 무심코 호주머니 속에 있던 돈까지 흘리고 만다. 


전자는 ‘행운’이고 후자는 ‘불운’이다. 하지만 우리 대다수가 말하고 기대하는 운이나 기회는 이런 게 아닐 것이다. 무언가 더 크고 거창한, 삶이 바뀔 만한 그런 운과 기회다.


그런데 “운이 좋다” 또는 “운이 나쁘다”는 무엇으로 판단하는 걸까? 일테면 이 책은 ‘우드베일 대서양 횡단 조정 경주 대회’에 출전했다가 괴물 같은 파도에 휘말려 목숨을 잃을 뻔한 두 여성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바버라 블래츨리 교수는 그 상황에서 죽지 않고 살았으니 ‘행운’인지, 아니면 죽을 뻔했으니 ‘불운’인지 화두를 던진다. 


비행기 추락 사고와 버스 전복 사고 등 일곱 번이나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한 남성은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남자’로 유명세를 치렀으나, 정작 자신은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왜 나는 이토록 불행한가” 하면서 한탄했다.


‘운’은 실체가 아닌 개념일 뿐이며 운이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하는 판단은 우리 ‘뇌’가 한다. 똑같은 무작위 사건에 직면해 어떤 사람은 ‘운이 좋다’ 느끼고 어떤 이는 ‘운이 없다’ 여긴다. 카지노 룰렛 게임에서 아무리 연속으로 구슬이 검은색에 떨어졌어도 그것이 다음번에 붉은색으로 떨어질 확률을 높이지는 못한다. 


동전을 열 번 던져 앞면이 열 번 나왔더라도 지독한 우연일 뿐 확률은 항상 ‘한 번’ 던질 때마다 ‘50 대 50’으로 고정돼 있다. ‘무작위’란 그런 것이다.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고 또 일어난다는 보장 없고, 나쁜 일이 반복됐다고 해서 또 나쁜 일이 일어나리라 여길 이유도 없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세상이 그런 식으로 작동할 리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잘못이 아니다.


이해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일을 우리 ‘뇌’는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하는 순간 ‘위기’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선사 시대 때부터 우리 뇌에는 ‘행위자 감지기(agency detector)’라 불리는 영역이 있다. 죽임을 당할 수 있는 ‘포식자’를 피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물이다. 


밀림을 탐험하다가 사자 발자국일 수 있는 움푹 들어간 땅을 보게 된 경우, 사자가 근처에 있다 여기고 조심하는 편이 생존 확률을 높인다. 알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더라도 손해 볼 것은 없다. 이 ‘행위자 감지기’가 퇴화한 인간종은 멸종했다. 아울러 포식자가 인류에게 더는 위협이 되지 않을 무렵부터 행위자 감지기는 다른 임무를 수행해왔다. 다름 아닌 ‘기회(운) 감지기’다.


아일랜드 속담에 “행운은 가느다란 물줄기에서 오고, 불행은 거대한 물결로 들이닥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행운은 잡기 어렵고 불운은 조금만 방심해도 노도처럼 밀려올 수 있다는 경고일 것이다. 


그런데 무작위로 벌어지는 예측할 수 없고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어떻게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거나 피할 수 있을까? 블래츨리 교수는 삶에서 마주한 우연을 주의 깊게 살핀 경험이 누적될수록 우리 ‘뇌’의 ‘주의력 회로‘, 즉 ’기회 감지기’가 민감해지며, 반대로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고 설명한다.


주로 우리가 ‘다음에 할 일’을 판단하고 실행하는 대뇌 전두엽(전전두엽)의 주의력 회로는 과거에 이용했던 정보가 ‘기억 은행’에 보관돼 있으면 문제를 해결하거나 행동을 결정할 때 해당 정보를 인출한다. 이때 우리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정보에 의존하기도 하는데 그것이 ‘직감’이다. 


직감은 사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과거의 ‘지식(정보)’이다. 무의식에 쌓인 이 정보는 우리가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일 때 주의력 회로의 신경 세포를 통해 발화한다. 


그렇지만 쓸모없다고 인지한 경험, 다시 말해 ‘운이 없었다’, ‘재수가 없었다’고 부정적으로 인식한 경험은 무의식의 기억 은행에 보관되지 않는다. 주의력 회로가 ‘운이 좋았다’, ‘좋은 기회였다’고 인지한 경험만 인출 가능한 지식으로 영구 보관된다.


블래츨리 교수에 따르면 ‘운이 좋은’ 사람들은 ‘운이 나쁜’ 사람들보다 사물에 주의를 기울이는 성향이 강하다. 남들 눈에는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무언가를 모호하고 흐릿하지만 재빠르게 느낀다. 그리고 그 느낌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 그래서 자신들의 직감에 따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거나 서둘러 벗어난다. ‘주의력 회로’가 발달한 덕분이다. 이 책은 수많은 심리학자와 신경과학자들의 다양한 실험 사례를 제시하고 있는데, 우리 뇌의 갖가지 영역을 지칭하는 몇몇 용어에 주눅 들지만 않으면 ‘기회를 잡는’ 강력한 심리적·신체적 동기를 자신에게 과학적으로 부여할 수 있다.

 

‘주의력 회로’는 ‘실행 기능’과 직결된다. 자세한 내용은 본문에서 설명하지만, 대뇌 전두엽은 우리의 오감 체계를 통해 접수한 정보를 검토해 ‘좋은’ 결과를 내는 쪽으로 판단하고 실행한다. 결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누적되면 이를 활용해 다음번에도 유사한 결과가 나오도록 행동을 유도한다. 이 메커니즘 또한 본문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요컨대 전두엽의 여러 부위가 뉴런의 상호 작용 속에서 해당 결정의 상대적 가치를 판단하고, 행동의 결과를 추적하고, 상황을 지배한 규칙을 기억하고, 더는 유효하지 않은 규칙에서 새롭고 더 나은 규칙으로 전환하고, 나아가 우리의 감각 체계에서 생성한 정보에 대한 기억을 만들어내는 것까지 수행한다.


이처럼 주변 사물이 무엇인지, 그것이 우리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신속히 판단해 기회를 잡는 우리 뇌의 능력을 단련하려면 ‘운이 없다’는 부정적 생각부터 제거해야 한다. 그 생각이 ‘주의력 회로’의 퇴화를 초래하는 가장 결정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실험 사례를 보면 스스로 운이 없다고 여긴 사람들 대부분은 실제로 뇌의 ‘주의력 회로’와 ‘실행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과학 기술 발전에 힘입어 첨단 뇌파 측정 장비를 모두 동원해 진행한 실험 결과들이다.


우리 각자는 서로 사는 환경이 다르고, 기대하는 것과 추구하는 것, 두려워하는 것과 피하고 싶은 것들이 저마다 다르기에, 살면서 겪게 되는 우연을 대하는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지만, 뇌의 메커니즘은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무작위적이고 일관성 없는 세상에서 패턴과 규칙을 찾도록 설계된 뇌는 동일하다는 얘기다. 우리의 생각은 그 자체로 에너지를 방출하는 데다, ‘거울 뉴런(mirror neuron)’과 같은 교감 신경 세포가 존재하기에 서로에게 깊고 큰 영향을 미친다.


블래츨리 교수는 목표를 달성해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하는 방식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과학으로 설명하고자, 진실임을 역설하고자 자신이 가진 모든 설명 역량을 이 책에 쏟아붓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무언가를 힘겹게 성취한 기억을 갖고 있다. 이 경험은 우리 뇌에 기대로서 고스란히 각인된다. 어렵게 경험해서 얻는 기대는 그 수준이 높다. 어떤 사람은 똑같은 기회를 접하고도 기대치를 낮게 잡고 어떤 사람은 높게 잡는다. 각자 경험의 정도가 달라서다. 

 

그래도 좀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관련 없는 것은 무시해버리고, 부적절한 반응은 억제함으로써 우리 뇌의 의사결정 체계에 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기대 수준을 높아지면 운과 기회를 끌어당길 수 있다. 블래츨리 교수는 우리 뇌는 플라스틱 같아서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절대로 바뀌지 않고 아무것도 배울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에는 많은 이야기가 등장한다. ‘우연을 행운으로 바꾸는 과학’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제5장까지 마치 드라마의 복선처럼 ‘운’에 관한 흥미롭고 놀라운 일화를 살피는데, 이후 전부 ‘과학적 사실’과 연결된다. ‘운’과 ‘기회’에 관한 인문학적 통찰과 더불어 자기계발의 과학적 동기까지 자극받을 수 있는 유익한 책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