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책] 산업의 쌀 반도체, 그 미래는?.. 유웅환 '반도체 열전'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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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산책] 산업의 쌀 반도체, 그 미래는?.. 유웅환 '반도체 열전' 外

  • 손유지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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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열전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한민국 반도체 로드맵 

유웅환 지음, 비즈니스맵 펴냄

 

‘초연결 시대에는 방대한 양의 정보와 지식 등이 생산되고 교환되면서 수많은 사업적 기회가 창출된다. 전문가들은 빈부의 격차가 해소되고 효율적인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등 여러 사회적 문제를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다양한 경제 주체와 산업 영역·구조, 학문, 사회문화, 계층·세대, 국가 등으로 연결 범위가 넓어지고, 이를 기반으로 부를 창출할 기반과 구조를 마련할 수 있다. 미래는 기술의 발전으로 현재보다 다양한 방법들로 수많은 대상을 연결하게 된다.’


인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을 거쳐, 현재 정책금융인 한국모태펀드를 운용하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에 관한 로드맵을 제시한다. 


28년 반도체 전문가로 살아오는 동안 중국으로부터의 거액 스카우트 제의를 뿌리쳤다거나,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하게 됐었던 일을 회고한다. 


세계 반도체 산업의 시작이자 근간인 美 실리콘밸리에 발을 들이고 최첨단 기술을 개발해 나갔던 저자의 기록이며, 그의 선친을 비롯한 반도체 1세대들로부터 향후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어나갈 후세에까지 이어질 이야기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열전(熱戰)’이 디지털 대전환과 4차 산업혁명의 향배와도 맥이 닿아 있는 가운데, 한국 사회가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저자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 볼 때이다.


이 책에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발전에 평생을 바친 유제완, 유웅환 부자(父子)가 반도체 산업계에서 고군분투한 이야기를 비롯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조언이 담겼다. 


이 부자가 반도체 산업계에서 고군분투한 이야기는 고스란히 우리나라 반도체 역사의 톱니바퀴에 맞물려 있다. 따라서 그들이 겪은 개인사는 그 자체로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을 비롯해 국내 유수의 기업들을 거치며, 약 28년간 반도체 산업 현장에서 성과를 거뒀다. 그 후,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으로 활동하며 반도체 관련 정책을 펼쳐볼 기회를 얻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그는 반도체 산업 분야를 넘어 대한민국 유망 기업을 육성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한국벤처투자(KVIC)의 대표이사로서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투자를 촉진하는 업무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그는 여전히 반도체 산업을 향한 애정과 열정을 놓지 않았으며, 그간 쌓아온 경험과 뜻을 모두 담아 이 책 『반도체 열전』을 출간하게 됐다.


이 책에 그가 담은 조언은 단순히 반도체 산업에 관한 것을 넘어 우리 기업이 갖추어야 하는 선진 기업문화에 관한 것까지 전반적인 부분을 아우른다. 


직접 실리콘밸리에서 겪고 느낀 바를 어떻게 우리 기업에 접목하여, 우리 기업문화에 미래 지향적인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할지, 그 고민의 깊이는 얕지 않다. 그러면서, 현대에 들어서며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선진 기업이 중요시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효용성을 직접 경험한 바를 바탕으로 일깨운다.


물론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을 향한 전문가로서의 실질적인 조언과 일침이 이 책의 핵심이다. 그러나 저자가 모든 것을 포괄하는 의미에서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사람’이다.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미래를 이끄는 것은 ‘사람’이라면서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기조를 바탕으로, 우리가 적용해야 할 기업문화와 리더의 자세에 관한 현직자로서의 조언이 실질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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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의 미래 - 디지털 혁신이 어떻게 돈과 금융을 바꾸고 있는가 

에스와르 S. 프라사드 지음, 이영래 옮김, 김영사 펴냄


‘미 연준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단 5년 사이에 미국 소비자 결제에서 현금의 비율이 33%에서 26%로 감소했다. 한 추정치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현재 디지털 혹은 모바일 지갑 결제가 포스 거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현금은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모바일 뱅킹이 당연해지고 현금이 종말을 고하는 시대. 글로벌 기업이 암호화폐 경쟁에 뛰어들고, 정부가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시대. 화폐의 개념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시장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암호화폐로 대표되는 핀테크 혁신 이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이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치며 대비하고 있는지 안내한다.


핀테크로 도약하는 신흥경제국부터 비트코인의 경제학, 달러와 디지털 위안화의 기축통화 경쟁까지, 금융의 미래를 결정할 새로운 돈의 세계에 대해 알려준다.


2018년 스웨덴 중앙은행 부총재 세실리아 스킹슬리는 실물화폐가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현금의 종말을 이끄는 것은 스마트폰도, 신용카드도 아닌 CBDC(중앙은행디지털화폐)를 개발하는 중앙은행이다. 


현금이 종말을 고하고, 글로벌 기업이 암호화폐 경쟁에 뛰어들며, 정부가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시대. 화폐의 개념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금융 시스템은 어떻게 진화할 것이며, 시장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실체 없는 투자 수단 정도로 여겨져온 디지털 화폐의 명암과 가치를 밝히고, 거대한 금융 혁신 속에서 최선을 취하고 최악에 대비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


저자는 국제통화기금(IMF)과 브루킹스연구소 등에서 세계 금융의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파악하고 전망해온 국제금융 전문가로, 암호화폐로 대표되는 핀테크 혁신 이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이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치며 대비하고 있는지 낱낱이 파헤친다. 


‘핀테크’라는 이름의 파괴적 혁신이 세상을 휩쓸고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금융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민간 금융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화폐권력을 쥐고 있던 정부와 중앙은행은 변화의 기로에 섰다.


핀테크 중에서도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암호화폐, 그리고 그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탈중앙’을 내세운 비트코인이 등장한 이후 암호화폐를 둘러싼 논쟁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민간이 발행한 새로운 화폐는 그 자체로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위협이다. 적절한 규제가 없다는 것 외 다른 문제들도 있다. 


거래소 해킹으로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암호화폐가 사라지기도 하고, ‘밈’ 코인인 도지코인의 시가총액이 일론 머스크 트윗에 힘입어 900만 달러를 넘어서는 등 투기와 조작 사건이 이어졌다. 


또 유명인을 사칭해 비트코인을 가로챈 일당이 붙잡히면서 암호화폐가 강조해온 익명성이 실제로는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기도 했다.


그러나 암호화폐에는 기존 시스템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비트코인의 (화폐로서의) 실패는 다양한 보완 암호화폐를 낳았고, 지지자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탈중앙화 금융(디파이DeFi)까지 나아가고자 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했던 수준의 투명하고 안전한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순식간에 돈을 빌리고 상환해 원금 없는 차익거래가 가능한 즉, 플래시론과 같은 창의적인 금융 상품도 생겨날 수 있다.


암호화폐가 공식 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까.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가 전통적인 통화, 특히 달러에 도전할 수 있을까. 프라사드 교수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결함은 명백하다. 


비트코인은 교환의 수단이 아니라 ‘디지털 금’ 같이 자산으로 더 각광받는 불완전한 화폐이기에 기존 금융 기관의 우위는 이어질 것이다. 


물론 프라사드 교수는 비트코인이 ‘현실에서 더 잘 작동했다’는 점도 지적한다. 비트코인은 여전히 암호화폐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비트코인의 유산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적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불러온 혁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바하마부터 중국까지, 왜 세계는 CBDC에 뛰어드는가. 기업이 디지털 화폐를 유통하고 통신사가 금융 업무를 겸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공식적인 은행 시스템 밖에서 운영되는 ‘지하금융’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규제가 약하거나 아직 해당 규제가 없는 지하금융 경제는 자유로운 실험을 가능하게 하지만 그만큼 범죄의 온상이 될 가능성도 크다.


금융을 다시 규제의 영역으로 끌어오기 위해, 정부와 은행은 정부주도디지털화폐(CBDC)를 선택했다. 인구 40만 명에 불과한 작은 섬나라 바하마부터 인구 15억 명에 달하는 중국,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꼽히는 스웨덴까지 다양한 국가가 CBDC 개발에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금융 시스템에서 통제력을 확보하고 포용성과 안정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CBDC는 모든 거래가 투명하게 이뤄지고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시장을 만드는 반면, 개인의 거래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기에 각국은 많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CBDC와 비트코인 등의 기존 디지털 화폐는 공존하겠지만, 민간의 핀테크와 정부 주도의 지불·결제 시스템 사이에서 새로운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알리페이는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대표적 시스템이다. 


그러나 중국인민은행이 디지털 위안화를 개발하고 이와 연결된 전자 지갑을 보급하면 어떻게 될까. 중앙은행이 국민들의 지갑을 거머쥐면서 민간 은행과 기업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금융의 구도가 바뀔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는 문제다.


금융 시스템의 변화는 달러의 지위를 흔들까. 새로운 화폐의 등장은 금융시장의 기준이 바뀔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개인과 기업이 주가 되는 암호화폐는 아직 불안정하다. 


하지만 정부가 보장하는 디지털 화폐라면 예를 들어 중국이 CBDC를 통해 세계 1위 통화국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디지털 위안화가 국경 간 결제 시스템과 함께하면 국제 거래에서 위안화를 사용하기는 수월해지겠지만, 시장에 대한 통제력을 놓지 않는 중국 정부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혼란스러운 경제정책, 안전자산의 개발과 경쟁이 달러의 영향력을 깎아낼 수는 있겠지만, 혁명은 아직 멀리 있다.


디지털 혁신으로 밝은 미래가 올 것인가. 디지털 화폐가 보편화되면 우리는 효율적이고 유연한 금융 시스템, 개인의 다양한 요구가 반영된 금융 생활, 향상된 접근성을 누리겠지만, 불안정성, 책임 분산, 사생활 침해의 리스크에 시달릴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은 이 장단점을 극대화할 것이다. 우리가 기술과 화폐의 진화를 계속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현금 없는 사회에 그 어느 곳보다 근접한 대한민국이지만, 투자 수단이 아닌 디지털 화폐에 대한 논의는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혁신은 이미 시작됐고, 앞선 나라들의 시도가 어떤 결과를 맺느냐에 따라 우리 금융의 미래도 바뀔 것이다. 현금 없는 사회에 닥쳐올 위험과 기회를 어떻게 다룰지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