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산책] 핵 협박을 이겨내야만 하는 이유.. 김진명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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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산책] 핵 협박을 이겨내야만 하는 이유.. 김진명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 外

  • 손유지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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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 - 김진명 장편소설 

김진명 지음, 이타북스 펴냄


‘ “음, 내가 푸틴의 침공을 유발했단 건가?” “속마음이 어떻든 모호한 태도를 취했어야 합니다. 푸틴의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어야 했지요. 미국이 어떻게 나올까, 미국의 개입으로 실패하게 되면 모든 것이 끝장인데. 그런 고민에 끝없이 빠져들게 말입니다. 하지만 각하는 오히려 푸틴으로 하여금 이를 일거에 걷어내도록, 아주 시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나는 우리 국민을 안심시키려 했던 거야.”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미국이 가장 거대하게 다가왔을 겁니다. 푸틴에게도, 국민에게도.” 바이든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인상을 찌푸린 채 눈길을 비켰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북쪽의 도시 부차. 미하일은 생일을 맞아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갑자기 나타난 러시아군의 칼에 찔려 의식을 잃고, 아내와 딸을 잃는다. 슬픔을 못 이기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그조차 실패한 미하일은 어느 날 마을에서 자취를 감춰버린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이끄는 극비 오퍼레이션 ‘네버어게인’의 일원인 스토니. 그는 러시아인 여성 구호 활동가 구출 명령을 받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 미 해군사관학교 시절 동기 케빈 한을 찾아간다. 


에티오피아 산골 마을에서 주민들을 도우며 살고 있던 케빈 한은 기상천외한 계책으로 구출 작전을 도운 공을 인정받아 ‘네버어게인’에 영입된다.


부차에서 사라졌던 미하일은 바흐무트 공방전에서 죽음을 불사하고 싸워 전쟁영웅이 되지만, 세 발의 총상을 입고 통합병원으로 후송된다. 


몸과 마음의 고통에 몸부림 치던 그에게 한 환자가 말을 걸어온다. 바로 케빈 한이다. 미하일과 우정을 쌓아가던 케빈 한은 그에게 친러 성향의 무기 암거래상이 갖고 있는 전설의 다이아몬드를 훔치러 가자고 제안한다. 그것을 판 돈으로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돕자는 계획이었다. 그들은 우크라이나인 범죄자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한편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서방 국가를 상대로 내건 그 어떤 휴전 조건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고뇌하기 시작한다. 이대로 물러나면 자신의 권력도 종말을 맞을 것이다. 그는 절치부심 끝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이든 가리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미국 잠수함사령부는 핵탄두 288개를 탑재한 전략핵잠수함 로드아일랜드를 흑해에 잠항시키는 작전을 실행한다. 그러나 로드아일랜드는 러시아 측의 추적을 받다 사고를 당하고 마는데…….


“이 전쟁이 끝나려면 단 한 사람만 죽으면 된다.”


“전쟁이 쉽게 끝나지는 않겠지. 끝나도 저 푸틴이 있는 한 언젠가는 같은 일이 반복될 테고. 평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그놈을 죽여야 하지만 아무도 푸틴을 건드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잖아.”


한국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베스트셀러들을 발표해온 저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루며 인류를 향해 평화와 자유에 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러시아군에게 아내와 딸을 희생당한 우크라이나 군인 ‘미하일’. 미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세상을 등진 채 살아가던 중 미국의 극비 작전 팀 네버어게인에 영입된 한국계 미국인 ‘케빈 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던 두 사람이 단 하나의 미스터리한 사건에 얽히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운명의 갈림길에 서 있는 인류의 현 상황에 대한 비유다. 푸틴의 핵 협박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과연 미하일과 케빈 한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시대를 쓰는 작가’ 김진명. 그는 대한민국 역사에 기반을 둔 소설로 우리 사회에 예리한 질문을 던져왔고, 그가 던진 질문들은 사회적 거대 담론으로 이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죄 없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죽어가고 있다. 김진명 작가는 그 광경을 생생히 보여주면서, 이번에는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인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전쟁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전쟁의 시간을 관통하며 우리 시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전쟁에서 우리가 절대로 굴복하지 말아야 할 대상은 무엇인가.


“전 세계인이 힘을 합쳐 푸틴의 핵 협박을 이겨내야만 한다는 신념으로 이 책을 썼다.”라고 말하는 저자는 푸틴의 핵 협박이 승리로 귀결된다면 너도나도 핵을 거머쥐려는 악의 의지가 세계를 뒤덮고 자유민주주의 대신 전체주의와 독재가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간 모든 힘을 핵 개발에 쏟아부어온 김정은 또한 자신이 옳았음을 확신하며 죽기 살기로 핵 능력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만의 전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한 현실에서 그 누구도 실행하지 못한 작전을, 저자가 소설의 힘으로 실행시킨다.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은 저자가 집필 30주년 기념작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동시에 30년 동안 쉬지 않고 소설을 써온 한 사람으로서 인류에게 던지는 뚝심 있는 메시지이다.


저자의 용기 있는 행보를 지켜봐온 독자들이 기다리던 저자의 신작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이 독자들에게 뜻깊은 소식으로 다가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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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그림 -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북다 펴냄


‘오늘부로 블로그를 그만두겠습니다. 

그 그림 세 장의 비밀을 알아차렸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대체 어떠한 고통을 짊어지고 있었는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큰지, 나로서는 가늠도 안 됩니다.

당신을 용서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전작 <이상한 집>이 ‘65만 부’라는 경이로운 판매고와 함께 ‘2021년 일본 호러 미스터리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단숨에 일본 문학계의 스타로 떠오른 저자 우케쓰. 


두 번째 장편소설 <이상한 그림>에서 그는 여러 그림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친다. 오컬트 동아리원이 우연히 발견한 블로그에 숨겨진 비밀에서 시작되는 이번 작품은 미스터리를 푸는 데서 오는 쾌감을 넘어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깊은 울림까지 전한다. 


영상 콘텐츠 전문가이기도 한 작가는 가독성 넘치는 문장은 물론 다양한 이미지와 도표를 통해 흥미로운 영상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한마디로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는 책이다.


이례적인 연속 흥행 홈런에도 작가는 베일에 싸여 있다. 세상에는 자신을 감춘 채 활동하는 복면 작가가 있지만 우케쓰야말로 진정한 복면 작가라 말할 수 있다. 


저자는 원래 유명 오컬트 콘텐츠 크리에이터 겸 유튜버로 인터넷계의 에도가와 란포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목구비도 불분명한 흰색 가면과 온몸을 감싼 검은 타이츠 차림으로 등장한다. 


목소리마저 변조하여 신원은커녕 성별조차 알 수 없다. 채널 구독자 수가 90만 명이 넘고 또 소설 및 드라마 영역에서도 활동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저자는 두 번째 소설 <이상한 그림>에서 인간의 심연을 파헤치는 도구로 그림을 선택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그린 그림들을 중심으로 심리 분석과 본격 추리가 진행되는데, 사건에 깊숙이 관련된 인물들의 목소리가 드러난다는 점에서 전작보다 직관적이고 독자 몰입도 또한 강하다. 


이는 일본 내 두 작품의 리뷰, 판매 속도가 증명한다. 우케쓰가 쓰는 소설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글자를 읽고 있음에도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읽는 맛이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림 미스터리’라고도 부르는데, 보는 것 이상의 읽는 재미가 확실한 ‘신개념 소설’임은 분명하다. 


독서량이 많은 독자, 미스터리 마니아는 물론이고 처음 미스터리에 입문하는 신규 독자들도 모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사랑하는 아내와 곧 태어날 아이에 대한 기대로 가득한 블로그.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아이를 낳던 도중 아내가 사망하고, 몇 년이 흘러 아내가 남긴 그림들의 진실을 깨달은 남편은 감당할 수 없는 충격에 블로그를 중단하고 만다. 


우연히 블로그를 발견한 오컬트 동아리원 구리하라와 사사키는 이 그림들에 무시무시한 비밀이 숨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이 블로그에 숨겨진 소름 끼치는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면서 마침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다.


이 책은 기존 소설의 틀을 깬 ‘이상한’ 책이다. 호러와 본격 미스터리의 경계를 오가는 것도 그렇지만 블로그를 그대로 보여 주고, 추리 과정을 도식화하여 정리하고, 대화 위주로 사건을 진행하는 등 구성 면에서도 파격적이다. 


육아일기인 줄 알았던 블로그에 나오는 그림들의 섬뜩한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는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기발한 발상으로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됐는데 각 장을 단편 미스터리로도 읽을 수 있다. 분량은 짧지만 반전은 매우 강렬하다. 


해당 장의 수수께끼는 장의 결말에서 완전히 풀림으로써 독립적인 완결성을 갖춘다. 책 마지막에서 네 개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데 개개의 그림들에 숨겨진 진실과 허를 찌른다 몰입감 높은 스토리에 정신없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도 독자들이 ‘나라면 어땠을까’, ‘극한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성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그림과 이야기의 속성을 꿰뚫는 작가의 노련함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