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책] 뛰어오를 수 있는 마음의 힘.. 김소울 '나를 안아주는 그림, 나를 치유하는 미술'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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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산책] 뛰어오를 수 있는 마음의 힘.. 김소울 '나를 안아주는 그림, 나를 치유하는 미술' 外

  • 손유지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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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안아주는 그림 나를 치유하는 미술  

김소울 지음, 믹스커피 펴냄


‘자신감, 자존감, 자존심.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것들이다. 건강한 삶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며 얼마나 적절히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 추가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것은 자기효능감이다. 자기효능감은 캐나다의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가 사용한 용어로 어떤 상황에 처하든 적절한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기대와 신념을 말한다. 두 번째로 언급할 수 있는 것은 회복탄력성이다. 때론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하며 자신감이 없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실패를 겪었을 때 이를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는 마음의 힘은 각자 다를 것이다.’


고된 일상의 틈바구니에서 원론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이 불쑥 튀어나오곤 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느냐고, 어떻게 사는 게 맞느냐고, 마음은 왜 이리 힘드냐고, 흩어지려는 마음을 다잡을 순 없느냐고 말이다. 


누가 또는 무엇이 알맞은 답을 건넬 수 있을까. 현자가 답을 줄 수 있을까, 돈이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영혼을 살찌우고 치유하는 미술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 책은 현실에 두 발을 디딘 일상과 영혼을 치유하는 예술이 만나는 지점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일상과 예술의 지평선’ 시리즈 다섯 번째 책이다. 이 책은 ‘미술’과 ‘심리학’의 결합에서 시작했다. 


심리치료의 일종인 ‘미술치료’가 주된 소재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 한국인 최초로 미국 미술치료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저자가 위대한 화가와 미술 작품들 이야기로 지치고 괴로운 마음을 치유하고 위로하고자 한다.


저자는 미술 작품을 보여주거나 함께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치료하는 미술치료사다. 사람들은 그에게 인생을 묻는다. 그림 한 장을 두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또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묻는 것이다. 


그림에는 수많은 이의 마음이 투영되어 있어 감상하는 이가 스스로의 감정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 볼 수 있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감정들과 그림에 담긴 이야기들이 삶의 어떤 부분과 맞닿아 있는지 살펴보며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저자는 다양한 그림을 여러 심리적 요소와 함께 설명하고자 했다. 다만 그림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방식의 해석과 설명은 곁들이지 않았다. 각자 받아들이는 과정이 다르고 그 과정이 모두 의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지점이 이 책의 핵심이다.


신화, 문학 속 이야기를 그림의 주제로 자주 등장시킨 영국 화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작품들로 ‘좋은 세계’라는 심리 요소를 설명한다. 


‘좋은 세계’는 개인의 욕구와 소망이 충족되는 내면 세계를 의미하는데, 워터하우스의 <샬롯의 여인> <오디세우스와 세이렌> <판도라> 등에서 좋은 세계를 구성하는 인간의 다섯 가지 욕구들(생존, 사랑, 재미, 자유, 힘)을 엿볼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은 일정 수준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본능이 있다. 상처 입고 좌절하고 실망하더라도 다시 일어나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힘을 ‘회복탄력성’이라고 한다. 


러시아 화가 마리 바시키르체프의 <절망>을 보면 마이너스의 감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지만, 스웨덴 화가 칼 라르손의 <큰 나무 아래에서의 아침 식사>를 보면 가족과 함께 식사하고 생활하며 회복탄력성을 성장시켜 플러스의 감정까지 가닿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이가 있다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이 책에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심리 연습의 일환으로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전한다. 앤디 워홀, 빈센트 반 고흐, 에드바르 뭉크, 김지애,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등의 작품 세계를 통해 통제위치, 애착, 어포던스 등의 심리 개념을 살펴본다. 


그리고 나를 자극하는 부정적 감정들이 주를 이룬다. 레메디오스 바로, 크뢰이어 부부, 루이스 웨인, 카라바조, 프란시스코 고야 등의 작품 세계에서 그림자, 고갈, 가스라이팅 등의 부정적 심리 개념을 들여다본다. 


또한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들과 나에게 잘해주는 일상의 행동들을 전한다. 프레데릭 레이턴, 귀스타브 쿠르베, 윌 코튼, 오귀스트 르누아르 등의 작품 세계에서 잠, 쉼, 음식, 글과 관련된 심리적 요소들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성숙한 삶을 위해 실천해야 하는 것들이 우리를 끌어당긴다. 삶을 가득 채우는 내면의 힘이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르네 마그리트, 마르크 샤갈, 파블로 피카소, 폴 고갱, 호아킨 소로야, 구스타프 클림트 등의 작품 세계를 통해 회복탄력성, 마인드 미니멀리즘, 현재성, 가치관 등의 긍정적 심리 개념을 엿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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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끌로이 

박이강 지음, 북다 펴냄


'“같은 책을 읽는 사람은 서로 아는 사이나 마찬가지라던데.” 네가 처음으로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을 때, 그렇게 말한 거 기억나? 얼떨결에 책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든 나는 내 앞에 서 있는 널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멍한 내 얼굴이 바보 같아 보여서였을까. 너는 웃으며 손에 쥔 책을 들어 보였어.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나와 똑같은 펭귄 페이퍼백이었지. 그제야 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어. 그리고 네가 한 말의 뜻을 이해했지. 너는 장난기 가득한 얼 굴로 말했어. “넌 거의 다 읽었네. 지금 결말을 물어보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겠지?”'


이 책에서 저자는 모녀, 친구, 연인 등 타인과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여러 감정과 갈등을 통해 인간관계의 허울과 허상을 솔직하게 그렸다. 


몸은 성인이 되었지만 엄마 외에는 한 번도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어 본 적 없는 지유는 차례로 끌로이, 미지와 만나며 난생처음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내가 상대에게 관심과 애정을 준 만큼 상대도 나를 생각해 줄 거라 믿어 왔던 지유는 이로 인해 큰 혼란을 겪게 된다. 휘청거리는 관계들 속에서 지유가 길을 잃지 않고 진실한 자신을 마주할 수 있을까?


“우리 딸은 착한 아이”라는 엄마의 말에 순응하며 살아온 지유는 엄마의 권유로 오게 된 뉴욕에서 하루하루 힘겨운 나날을 보내다 자신과는 정반대 성격의 끌로이를 만난다. 


감정에 솔직하고 행동에 적극적인 그녀와 룸메이트가 되며 지유의 생활은 점차 활기를 띤다. ‘이젠 모든 게 완벽해’라는 고백처럼 처음으로 자신의 삶에 만족을 느낀 것도 잠시, 엄마와의 관계처럼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가 되길 바란 지유와 달리 끌로이는 지유를 좋은 친구들 중 하나로만 여긴다. 


여기에 끌로이가 지유의 눈에 위험천만해 보이는 사랑을 시작하면서 지유의 염려는 선을 넘고, 둘 사이에는 균열이 생긴다.


“그게 중요해? 내가 뭘 원하는지가 중요하지.” “네가 뭘 원하는데?” “멘도와 더 많이 시간을 보내는 거.”

지유는 깨끗이 비워진 와플 접시와 커피잔을 들고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늘 자신을 걱정하던 엄마의 마음이 어떤 것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의 병세가 위중하여 급히 한국으로 돌아온 지유는 계속하여 끌로이와의 관계 회복에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그러던 중 우연히 끌로이와 닮은 점이 많아 보이는 미지와 만나고 둘은 점점 친밀해진다. 


지유는 미지를 통해 끌로이와는 실패했던 완벽한 사이를 만들려 하지만 그럴수록 갈등만 커질 뿐이다. 그리고 미지와의 긴 밤을 보낸 다음 날 걸려 온 전화는 지유가 지금까지 믿어 온 모든 것이 거짓임을 알려 준다. 이제 지유는 ‘엄마의 딸’, ‘끌로이의 룸메이트’, ‘미지의 언니’가 아닌 오로지 이지유로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결코 다른 이가 그 권리의 행사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필연적으로 타인과 여러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우리는 그 속의 내가 진짜 나라고 자주 혼동한다. 그래서 자식, 부모, 배우자, 친구, 연인 등과의 갈등에 자신을 내팽개칠 때가 있다. 


이 책에서는 단숨에 깊어지고 일방적으로 뒤집히고 멀어졌다 다시 끈끈해지는 감정의 예측불허를 섬세하게 그려 냈다. 소설 속 인물들의 관계는 가변적으로, 책의 처음과 끝에 각각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은 처음과 차이가 있다. 


관계에 소극적이고 경험이 없는 지유는 크게 절망한다. 그러나 지유와 정반대 성격인 끌로이와 미지도 마찬가지로 결과가 빤히 내다보이는 실수를 저지르고 상처도 받는다.


언제인가부터 두 사람의 관계의 축은 한쪽으로 기울어져 버렸고, 지유는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없음에 좌절했다. 난생처음 느끼는 그 공평하지 못함에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공평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더 연연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두 사람 중 누가 기울기의 수평을 망가뜨린 건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을 알 수 없었다. 


엄마라는 안온하지만 비좁은 둥지에만 머물던 지유는 둥지를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서툰 날갯짓으로 관계에 실패하고 좌절도 겪었다. 한편으로 이 과정에서 조금씩 스스로를 바라보게 된다. 

 

작가는 삶의 가치를 타인과의 관계에 두면 나와는 불화할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한다.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이것을 깨닫는다면 지유 역시 더뎌도 진실한 자신과 마주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