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책] 마음을 어루만지는, 우리 삶의 따뜻한 순간들.. 양광모 '눈물 흘려도 돼'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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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산책] 마음을 어루만지는, 우리 삶의 따뜻한 순간들.. 양광모 '눈물 흘려도 돼' 外

  • 손유지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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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려도 돼 

양광모 지음, 푸른길 펴냄


한 번도 눈물 흘러내린 적 없는 뺨은 없고/ 한 번도 한숨 내쉬어 본 적 없는 입은 없고/ 한 번도 고개 떨궈 본 적 없는 머리는 없다// 오늘 그대가 잠들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대의 차례/ 모두가 잠든 밤은 없다 ― 「작은 위로」 중에서

 

일상의 언어로 삶을 그려 내는 시인 양광모의 신작 시집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엮으면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크고 작은 어려움을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시가 따뜻한 위로가 되길 바랐다. 

 

그런 때가 있다. 문득 사는 게 힘에 부친다고 느끼는 때가. 우산도 없이 비를 맞거나, 길을 가다가 넘어졌을 때.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를 정신없이 오가느라, 정작 나를 돌보거나 다독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올 때가. 

 

그럴 때 시인은 섣부른 위로 대신 그저 “눈물 흘려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살아가는 일이 슬프면 좀 어때/ 눈물 좀 흘리면 되지// 눈물 좀 흘리면 어때/ 어차피 울며 태어났잖아”(「눈물 흘려도 돼」)

 

언뜻 투박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행간마다 슬픔을 긍정하고 마음을 다독이고자 하는 온기가 느껴진다.

 

지나가던 초로의 남자가 다가와/ 두 손가락으로 달팽이를 조심스레 들어 올리더니/ 건너편 길가 풀섶 사이에 내려놓고는/ 다시 제 갈 길을 걸어가는 것이었다/ 그 사람의 등에 보이지 않는 높은 사원 하나/ 우뚝 세워져 있는 듯하여/ 나는 가만히 속으로 중얼거려 보았다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중에서


대부분의 동물이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소리 내거나 울부짖을 때, 사람만이 눈물을 흘리는 게 신기하다. 눈물을 흘릴 때 우리는 얼마나 연약해지던가. 

 

눈물을 흘리는 동안은 눈앞이 뿌예져 앞을 볼 수가 없고, 숨이 턱까지 차올라서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으니까. 

 

약하게 보이고 싶지 않아 눈물을 참는 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때때로 눈물은 마음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방식이 되기도 한다. 

 

시인은 “푸른 하늘 흰 구름이/ 그냥 살라 하네/ 기쁘면 웃음짓고/ 슬프면 눈물짓고/ 감당치 못할 큰 의미일랑 두지 말고”(「그냥 살라 하네」) 살아보자고 이야기한다. 사랑하는 순간이든 작별하는 순간이든 상관없이, 모든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자고. 

 

그런 점에서 눈물은 마음속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행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지친 마음을 잘 돌보고 다독일 수 있을까. 시집에는 그러한 고민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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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관계에서 회복하고 있습니다 - 나르시시스트를 떠나 행복한 나를 되찾는 10단계 치유 솔루션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 지음, 이선주 옮김, 현대지성 펴냄


‘유해한 관계에 휘말리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위험한 관계가 될 것이라는 조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관계에 휘말린다. 예를 들어 최대한 잘 대우해주리라 믿고 취직한 회사가 편파적인 분위기일 수도 있고, 처음 만났을 때는 애정을 퍼붓던 연인이 점점 폭력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 태어났을 때부터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가정에서 성장했을 수도 있다. 부모가 술을 마실 때마다 폭력적으로 변하거나 부모에게 사랑받으려고 애썼지만 부모가 다른 형제만 편애했을 수도 있다. 유해한 관계는 각양각색의 교묘한 방식으로 나타나서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고통을 받으면서도 그게 폭력적인 관계인지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2019년에 일어났던 한 사건이 그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바로 물놀이를 가장해 전 남편을 살해한 ‘가평 계곡 살인 사건’이다. 처음에는 단순 치정 사건인 듯 보였지만, 사건을 파고들수록 그 이면에 있던 피해자를 향한 오랜 심리적 조종이 서서히 밝혀졌다. 


이 사건뿐 아니라 ‘사이비 집단의 성폭행’, ‘허벅지 둔기 살인 사건’ 등 최근 이슈가 된 굵직한 사건들 이면에도 ‘가스라이팅’이라는 보이지 않는 문제가 숨어 있었다.


‘가스라이팅’이란 〈가스등〉이라는 연극에서 유래한 용어로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상대가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의 지배를 강화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얼핏 들으면 뉴스에서나 들릴 법한 먼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비단 연인 관계만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 친구, 직장 동료 간에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유해한 관계에 빠진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겪은 일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더한 일도 당했는데 내가 너무 엄살을 피우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유해한 관계 안에 머무른다. 


그렇게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세상에 100퍼센트 나쁘기만 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를 내내 무시하다가 한 번씩 선물을 사주기도 하고, 거짓말을 일삼던 배우자가 가끔 달콤한 말을 속삭이기도 한다. 


이것이 우리가 자신에게 독이 되는 관계를 인지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부모의 지속적인 비아냥거림, 자신을 과대하게 포장하는 배우자의 말도 얼마든지 유해한 관계의 증거일 수 있다.


미국 공인 정신 건강 전문가로서 20여 년간 개인 상담실을 운영하며 수많은 사람을 상담해온 저자는 첫 책 <가스라이팅>에서 유해한 사람을 알아보고 그들의 심리적 지배에서 벗어나는 법을 이야기했다. 이를 통해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서 더 이상 유해한 관계에 갇혀 있지 않고 빠져나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런 관계를 끝낸다고 삶이 곧바로 제자리로 돌아오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성난 파도처럼 삶을 덮쳤다. 잘못된 관계가 남긴 마음의 상처, 낮아진 자존감 등 심리적 문제뿐 아니라 실직에서 비롯된 경제적 손실, 육체적 질병과 같은 실제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관계가 끝난 후에도 수많은 문제가 피해자들을 괴롭혔다. 

 

실제로 유해한 관계에서 벗어난 많은 사람이 오랜 기간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때때로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면서 자책했다. 용기를 내 유해한 관계를 끊어냈지만 그다음에 어떻게 자신을 돌보아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밀려오는 공허함에 혼자라고 느껴질 때, 낮아진 자존감 때문에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는 게 두려울 때, 자꾸만 자신을 탓하게 될 때 어떻게 자신을 돌보고 소중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저자는 유해한 관계를 끝내고 회복의 과정을 겪는 동안 자신을 돌보기 위한 방법을 10단계에 걸쳐 알려준다. 어떤 관계가 유해한 관계인지 알아보고 연락을 끊는 방법부터 자신을 용서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더 나아가 봉사를 통해 삶의 목적의식을 되찾는 방법까지 회복을 위한 필수적인 단계를 모두 담았다. 


특히 전 배우자와 공동 육아를 해야 하거나 관계를 끝내면서 반려동물과 이별해야 하는 경우처럼 다른 곳에서는 다루지 않는 구체적이고 섬세한 문제까지 살피며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 책 곳곳에서 제시하는 <스스로 확인해보기>와 <스스로 기록해보기>는 누구나 쉽게 적용하며 따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유해한 관계를 경험한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에 있는 피해자를 돕고 싶은 사람이나 정신 건강 전문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도 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슬픔을 겪고 있지만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모를 때, 그들의 상황을 바꿔줄 순 없지만 그들을 돕고 지지할 수 있는 방법은 찾을 수 있겠다.


이 책에는 저자가 그동안 상담해온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직장과 가정에서 유해한 관계를 겪으며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게 된 이들이 다시 용기를 내 자신을 다정하게 대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꾸리고, 내면을 단단하게 다져가는 이야기다. 


저자의 표현대로 회복의 과정에는 ‘결승선’이 없다. 회복의 과정이 언제나 앞을 향해 가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후퇴하는 것 같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듯한 순간도 있다. 그러나 앞에 놓인 길이 쉽지는 않겠지만, 상황은 좋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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