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된 스토리 콘텐츠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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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된 스토리 콘텐츠 '축구'

[지데일리]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축구 리그가 중단되고, A매치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축구 마니아들이 갈 곳을 잃은 모습이다. 졸린 눈을 비비며 좋아하는 팀의 새벽 경기를 지켜보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재미가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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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날로아의 마라도나: 끝나지 않은 전설> 스틸 컷

 

 

케이블 방송에서 틀어주는 손흥민 선수 골 하이라이트를 감상하거나, 유명 선수들의 스페셜 영상을 찾아보는 것도 고루해지기 시작한다. 이런 가운데 넷플릭스가 영화와 시리즈, 다큐멘터리 등 축구 열정에 불을 지필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여 눈길을 끈다.


먼저 축구 역사를 심도있게 다룬 <잉글리시 게임>이 눈에 띈다. 이야기는 영국 이튼 칼리지 출신 상류층 남성들의 팀 ‘올드 이트니언스’의 주장 아서 키네어드, 공업 도시의 노동자 팀 ‘다웬 FC’의 스타 퍼거스 수터 두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축구가 대중화되는 계기, 그리고 상류층이 독차지하던 FA컵 우승 트로피를 노동자 팀이 가져오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축구의 초창기 모습과 현대 축구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과격한 몸싸움이 난무하는 초창기 축구는 럭비에 가까운데, 2-3-5 포메이션 같은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공격적인 전술의 존재도 확인할 수 있다. 등번호 없는 상의와 긴 면바지 하의, 군화 같은 축구화 등 지금과 전혀 다른 의상 역시 볼거리라 할 만 하다.


축구와 함께 계급 갈등 문제도 조명한다. 하지만 상류층은 나쁘고 노동자는 착하다는 클리셰에 빠지지 않고, 각자의 입장을 고루 다뤄내면서 단조로울 수 있는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였다. 계급이 다른 이들이 ‘축구’를 매개로 서로 이해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감상하다 보면, 오늘날 축구가 어째서 모두의 스포츠로 거듭났는지 이해할 수 있다.


다음으로 프리미어 리그 승격을 위한 선덜랜드 AFC의 위대한 도전을 카메라에 담아낸 <죽어도 선덜랜드>가 주목된다. 선수들과 코치진의 노력과는 달리 팀은 패배를 거듭하고, 결국 2017-18시즌 이야기를 다룬 시즌 1 말미에는 3부 리그 추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마주한다. 새 구단주를 중심으로 팀이 재정비되는 과정은 2018-19시즌을 배경으로 한 시즌 2에서 볼 수 있다.


팬들은 실망스러운 경기력에 분노하고 절망하지만, 결코 팀을 배신하지 않는다. 선덜랜드는 과거 조선업과 광산업이 융성했지만, 현재 인구 수가 20만 명이 안 되는 중소 도시로 전락했다. 남은 건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축구 클럽뿐이었다. 선덜랜드 주민들이 ‘그래도 선덜랜드’라고 외치며 팀을 응원하는 건, 이들에게 선덜랜드 AFC가 마지막 자존심이자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손꼽히는 디에고 마라도나. 그는 중하위권 팀이었던 나폴리를 세리에A와 UEFA컵 정상으로 끌어올리고, 고국 아르헨티나에 1986년 멕시코 월드컵 트로피를 선사하며 ‘축구의 신’으로 거듭났다. 선수로서의 족적은 뚜렷하지만, 감독으로서는 그렇지 않다. 각종 기행과 변변치 않은 성적으로 여러 차례 경질당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마라도나가 2018-2019시즌 멕시코 프로축구 2부 리그 팀 도라도스 데 시날로아의 감독을 맡았다. <시날로아의 마라도나: 끝나지 않은 전설>에서는 감독 마라도나의 활약상을 확인할 수 있다. 사고뭉치인 그의 등장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이 많지만, 마라도나는 팀 성적을 끌어올리는 데만 집중한다. 도라도스는 작년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만 결국 1부 리그 승격에는 실패한다. 그러나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 마라도나가 팀에 위닝 멘탈리티를 불어넣은 데 따른 것이다.


관절염으로 제대로 걷기도 못 하지만, 마라도나는 시즌 내내 슈퍼스타의 권위를 버리고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영감을 불어넣는다. 촬영 당시 마라도나의 나이는 58세였다. 그와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던 스타들은 대부분 은퇴했지만, 여전히 현장을 누비는 전설 중의 전설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