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도 똑똑해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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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도 똑똑해야 뜬다

[질문하는 책] 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
임태수 지음, 안그라픽스 펴냄

소비자는 감성의 세계에 산다. 감정은 소비자의 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단순히 가격이 싸거나, 품질이 좋거나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다. 
 
사람들은 왜 스타벅스에 열광할까. SNS를 휩쓴 개인카페들도,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몇 년을 버티지 못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커피 시장에서 스타벅스는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서 커피의 대명사로 통한다.
 
그렇다면 스타벅스처럼 경쟁자를 찾아보기 어려운 초격차 브랜드의 위치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히 스타벅스 같은 핵심 가치를 세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가치를 실천할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브랜드가 스스로와의 약속이라면 브랜딩은 그 약속을 실천하는 과정이고 브랜드적인 삶이란 자아의 투영이다.”


<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는 브랜드 기획자 임태수의 세 번째 책이다. 2016년 첫 책 <날마다, 브랜드>에 좋은 브랜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았다면, 그다음에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좋은 브랜드를 가꿔가는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진솔하게 풀어낸 <브랜드적인 삶>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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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프라이탁 홈페이지

 


이번 책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브랜드를 만들고 실체화하는 과정에서 얻은 생각과 함께 지은이의 일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작에서 물었던 “좋은 브랜드란 무엇일까?” “좋은 브랜드는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질문은 이번 책에서도 유효하다. 


다만 ‘브랜드’를 알기 위해 시작한 물음은 확장되고 집중돼 ‘나’에게로 향한다. 어떤 브랜드를 소유하고 경험하는가는 삶을 대하는 태도와도 연결되며 결국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의식하며 살아가는 계기를 마련하기 때문이다.


'브랜딩이 어려운 이유는 브랜드 내부 구성원들의 제각기 다른 생각을 하나로 모아 실체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고단한 과정을 거쳐 내부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를 정의한다면 브랜드는 저절로 외부에 퍼지게 된다. 브랜드의 추진력은 구성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구성원을 참여하게 하고, 구성원이 브랜드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만들어진다. 일방적으로 전파하고 이해시키는 방식을 통해서는 결코 건강한 브랜드를 만들 수 없다. "어떻게 브랜딩해야 사람들이 좋아할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야말로 시작부터 길을 잘못 든 것이다. 토마스 스코깅은 아크네스튜디오의 브랜드 핵심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인터뷰에서 "우리가 좋아한다면 사람들도 좋아할 것이다.If we love it, then people will love it."라고 말했다. 강력한 브랜드를 만드는 시작은 내부 구성원들과 얼마만큼의 공감대를 이루느냐에 달렸다. 컴퓨터 괴짜들이 모인 회사든 새로운 표현을 창조하는 회사든 사람들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브랜드 초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선보인 파격과 선도성에 열광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좋은 브랜드를 완성하는 조건이 좋은 책이나 좋은 사람에 대한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가독성이 좋고 내용에 충실하며 휴대하기 편리한 물성의 책, 본인만의 가치관이 뚜렷하고 그것을 자연스러운 태도로 견지하는 사람. 지은이가 생각하는 ‘좋은’ 것에도 이런 식의 ‘나다움’이 전제한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고유하고 이로운 가치를 지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브랜드가 결국 마음을 움직인다. 


이 책은 늘 올바른 브랜드의 방향을 고민하며 그에 일치된 삶을 살고자 하는 어느 기획자의 충실한 포트폴리오이자 성찰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기꺼이 ‘한 사람의 브랜드’가 되기를 자처하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면 어느새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과연 나는 어떤 브랜드인가?”라고.


'나는 여전히 브랜드를 모른다. 어떻게 해야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리고 한다면 늘 그렇듯 어렵고 막막하다. 오스카 와일트Owar wilde는 삶이 뛰지 모를 때 글을 썼다고 한다. "삶의 의미를 알면 더 이상 쓸 것이 없다."라고 했던 그의 말처럼, 브랜드가 무엇인지 안다면 나 역시 책을 쓸 이유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야 좋은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지 명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며 가까스로 글을 쓸 수 있는 것 같다. 브랜드 업계에는 넓은 식견과 깊은 인사이트를 지닌 선배가 많다. 특히 마케팅을 전공했다거나 직접적으로 브랜드와 관련된 일은 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지속하는 존경할 만한 '현장의 브랜딩 고수가 즐비하다.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뭐랄까, 프리미어리그Fremiere League 에서 직접 뛰는 축구선수라기보다 해설자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언젠가 푸른 잔디 위를 직접 뛰어보고 싶다.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전력으로 달려가 골을 넣은 뒤 희일을 느끼고 싶다. 세리머니는 아직 생각하지 못했지만 아마 어쩔 줄 몰라 하며 괜히 두리번거리지나 않을까 싶다.'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브랜드’에서 브랜드의 근간을 공고히 해야 하는 이유와 그 중요성을 설명한다면, ‘브랜딩’에서는 브랜드가 그것을 전개하고 유지하는 다양한 방식을 알아본다. 


‘브랜디드’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좋은 브랜드, 즉 철학을 가지고 일상에서 묵묵히 그 철학을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브랜드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아이디어 노트에서 착안해 직접 그린 그림도 지은이의 일상에 깊은 인상을 남긴 브랜드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데 좋은 말동무가 된다.


‘브랜드’를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 본질을 말하기는 어렵다. 저자가 10여 년 동안 브랜드를 만들고 기획하는 일을 해왔음에도 “여전히 브랜드를 모른다”고 표현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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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브랜드는 양질의 제품이나 만족스러운 서비스 제공을 넘어 사람들의 일상 깊숙이 파고들어 삶을 변화시키고 사회에 기여한다. 그만큼 브랜드 측에서도 스스로의 정체성과 목표, 역할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신중히 다뤄야 한다. 


이때 모든 것은 내부에서 시작해야 한다.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 브랜드를 위해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매우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좋지 않은 생각이 계속되면 결국 몸까지 아프고, 감기 몸살에 걸리면 평소와 다르게 나약한 생각을 하게 된다. 건강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구성원이 건강해야 한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건강한 몸이 건강한 생각을 만든다. 건강한 생각은 다시 건강한 문화를 낳는다. 구성원들의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이 균형을 이룰 때 궁극적으로 건강한 조직이 완성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은 좋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자세는 매사에 긍정적인 관점과 태도를 지닐 수 있도록 돕는다.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해 일부러 삐딱하게 사물을 바라보는 경우가 아니라면 아무래도 자세는 바른 것이 좋다. 만약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는 자신의 자세가 별로 좋지 않다고 느낀다면 의자를 바꿔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물론 에어론 체어가 아니어도 좋다. 찾아보면 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나에게 꼭 맞는 의자가 어딘가에 하나쯤 있지 않을까.'

 

체지방계를 만드는 회사에서 구내식당을 꾸리는 일에 골몰하고,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이 ‘모터스’라는 키워드를 삭제하기 위해 100억 원이 넘는 거금을 들인 이유,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내리는 과정이 예술 행위처럼 보이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 책에 브랜드의 성공을 보장하는 방법론이나 법칙은 없다. 저자가 국내외 여러 브랜드를 분석하고 브랜딩을 수행하며 체득한 자신만의 관점으로 브랜드를 브랜드답게 만드는 요소들을 포착할 뿐이다. 


명확한 생각과 관점을 지녔는가, 포괄적인 차원으로서의 아름다움을 지녔는가, 고유성을 지녔는가. 그가 ‘스탠더드’라고 부르는 이 세 가지 기준은 좋은 브랜드를 선별하는 기준인 동시에 매 순간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나에게 스탠더드는 균형이자 삶의 방식이다. 결국 브랜딩이 자신만의 기준을 일관되게 실체화하는 과정이라면, 브랜드는 누구나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규모와 관계없이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실현하게 되는 것이다.” 

 

삶의 방식을 선택할 때 브랜드는 수단이자 취향이자 철학이 된다. 좋아하는 브랜드를 제대로 알고 싶은 독자, 일과 삶의 균형을 고민하는 독자, 더 나은 삶의 방식을 기다리는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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