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같은 아파트를 원했다고요? 현실 빌라였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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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아파트를 원했다고요? 현실 빌라였습니다만

[질문하는 책]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
강병진 지음, 북라이프 펴냄

[지데일리] “조금이라도 일찍 고민을 시작한다면 나와 내 어머니가 그토록 바랐던 자유와 안심을 조금 일찍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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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는 돈이 없는데도 집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내 집을 찾아다니며 겪었던 모험담을 기록한 ‘부동산 에세이’다. 


가진 돈은 1억 남짓, 서울에서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이어 나가려면 그곳이 변방이라도 집은 무조건 ‘in 서울’이어야 했던 차가운 현실 속에서 자기 명의의 빌라 한 채를 선택하고 구입하며 겪었던 수많은 갈등과 의심, 위기를 감성적으로 풀어냈다.


돈이 많으면 집을 사는 건 쉬운 일이다. 하지만 돈이 없는 데도 집을 사야 하는 상황이라면 고민할 것도 고통받을 것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빌라 하나 사는 게 뭐 그리 힘든 일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 강병진은 10년간 열심히 모은 돈과 가족이 지켜 온 전 재산에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까지, 모두 짜내 살 집을 사야 하는 사람의 입장은 다르다 못해 간절하다고 말한다. 큰 액수의 대출을 받아 아파트 한 채를 사는 것만큼, 빌라를 사는 일 또한 누군가에게는 일생일대를 뒤흔드는 엄청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집은 어떤 의미인가. 주거 공간이란 개념을 넘어 재산이자 부의 상징이 돼버린 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보다 상대적으로 투자 가치가 적은 연립 주택, 다세대 주택 등을 구매하는 것에 상당히 부정적이고 또 조심스럽다. 


빌라를 사고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저자는 신축 빌라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역시 자신의 편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호구가 되더라도 ‘만만한 호구’는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불안과 두려움을 가라앉히고 남들이 여간해선 사지 않는 빌라를 사기 위해 백방으로 뛰며 노력했다. 


저자가 내 집 마련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독립’이었다. 계약 만료까지는 5개월 남짓. 어머니와 함께 살 반전세 집을 다시 구하느냐, 독립에 대한 꿈을 펼치느냐를 고민하던 중 후자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화려한 싱글 생활을 원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혼자만의 공간이 간절하게 필요한 나이였기 때문이다. 물론 독립하고 싶은 이유는 차고 넘쳐도 무엇보다 그에게는 돈이 없었고, 평생을 이사만 다니며 살아온 일흔이 넘은 어머니에게 아직 보금자리가 없다는 것 역시 큰 걱정거리였다.


저자에게 ‘자유’가 간절했던 만큼, 그의 어머니에게는 누군가가 더는 자신을 내보내는 일이 없을 거란 ‘안심’이 필요했다. 나만의 공간을 구할 것, 그리고 어머니가 안심할 수 있는 공간을 구할 것. 어머니가 어디에라도 발붙이고 편히 살 수 있다면 자신이 이사 다니는 것쯤이야 괜찮았다. 


그렇게 그는 월세로 오피스텔을 얻어 독립을 했고, 대출 계약으로 어머니가 실제로 거주하게 될 곳이자, 나중에 자신이 살거나 혹은 팔게 될지도 모를 여러 경우의 수를 대비해 ‘신축 빌라’를 구매하기로 마음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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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아파트 구입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독립을 포기하고 오피스텔 월세를 아껴 몇억 단위의 대출을 받아 아파트에 살면서 대출금을 갚고 이자를 내고 있다면, 그 이자가 얼마이든 아파트라는 큰 재산이 남았을 테니 이야기는 달라졌을까. 


하지만 대출의 덫에서 탈출할 때까지, 대출에 발목이 잡혀 해 보고 싶은 걸 보류하고 포기하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해서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를 사는 대신 적당한 수준의 ‘주담대’(주택담보대출)로 ‘편세권’(편의점과 역세권을 합친 합성어)의 작은 빌라 하나를 구입하며, 그는 이사하지 않을 자유와 조금은 여유로운 삶을 누리기로 한다.


이 책에는 사고 싶은 집이 아닌, 살고 싶은 집을 찾아 떠난 내 집 마련에 관한 에코 세대의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에코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가 제2의 출생 붐이라는 메아리를 만들었다 해 그들의 자녀를 부르는 말이다. 


생애 주기에 따라 주택 시장의 중심 수요층이 베이비붐 세대에서 에코 세대로 옮겨 가고 있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과 취업난, 경제난으로 그들은 자신들의 부모처럼 집을 살 여력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에코 세대의 또 다른 이름이 ‘n포 세대’가 된 것처럼, 에코 세대인 그가 늦게까지 독립하지 못한 것도, 어머니에게 안정된 보금자리를 만들어 드리지 못한 것도 사실은 ‘보류’의 문제였다. 


부동산의 세계는 돈이 돈을 버는 구조다. 그걸 잘 알면서도 일찍부터 준비하지 못한 것은 무엇보다 집을 살 돈이 없었고 대출에 엮이는 게 무섭고 싫었으며 2년마다 이사 다니는 게 귀찮아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단념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과연 빌라가 돈을 벌어다 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1~2인 가구와 아파트를 포기하고 중소형 주택을 선택하는 가구가 점차 늘어나는 지금 추세에 집중해 본다면, 분명 저자처럼 주거에 대한 고민으로 밤잠 이루지 못하는 이가 많다는 이야기다.


집 매매에 대한 개념조차 없어 어디서부터 어떻게 알아봐야 할지 모르겠고, 계약 기간이 끝날 때마다 전전긍긍하며 서울을 헤매는 떠돌이 생활이 싫고, 당장 서울 하늘 아래에서 따듯한 밥 한 끼 지어 먹고, 포근한 이부자리를 펼쳐 누울 수 있는 보금자리가 간절한 누군가에게 이 책은 ‘내 집 마련’을 위한 조금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은 물론이고 분명 공감과 위로까지 전한다. 직접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를 지극히 현실적인 경험담과 아주 기초적이지만 알아 두면 도움이 될 만한 부동산 정보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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