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터 람스, 디자인에 사회적 가치를 부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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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터 람스, 디자인에 사회적 가치를 부여하다

[질문하는 책] 좋은 디자인의 10가지 원칙
아가타 토로마노프 지음, 시공아트 펴냄

“내게 디자인이란 사치스러운 물건을 구입하는 핑계가 아니라, 복잡하고 까다로운 동시에 매력적이고 개방된 세계의 근원적이고 행동적인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이 일은 세상을 모든 이들이 살아갈 만한 미래를 가진 곳으로 만드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 디터 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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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사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디터 람스는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가 아이폰을 만들 때 그의 디자인을 참고했다는 고백을 통해 다시 한 번 화제에 올랐다. 그는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로, 무엇보다 모든 디자이너가 지침으로 여기는 디자인 10계명으로 유명하다. 

 

현대 디자인계의 슈퍼스타인 조너선 아이브, 재스퍼 모리슨, 후카사와 나오토 등이 그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할 만큼 디터 람스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디터 람스의 디자인은 수십 년간 여러 디자이너와 디자이너 제품 마니아에게 커다란 영감을 줬다. 디자이너들은 그의 디자인이 보여 주는 명료함과 기능적인 측면에 경도됐고, 디자인 제품 마니아들은 실용성과 미학의 규칙에 매료됐다. 

 

1960~1990년대에 활동한 디터 람스가 21세기에 더욱 폭넓은 인기를 누리게 된 데는 조너선 아이브의 영향이 크다. 그가 애플에서 디자인한 수많은 제품이 디터 람스의 디자인에서 커다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디터 람스는 끊임없이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 해답이 바로 ‘좋은 디자인의 10가지 원칙’이다. 이 또한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수정과 보완을 걸쳐 완성됐다. 

 

디터 람스는 기능과 아름다움을 뛰어넘어 삶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디자인을 지향했다. 그의 디자인은 대상을 세심하게 고려한 결과로, 언제나 삶에 필요한 부분을 충족시키면서도 환경까지 보호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이 제품들은 내구성과 효용성,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도 사용자를 편안하게 만드는 점이 주요 특징이다.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쓸모 있게 만든다.

좋은 디자인은 아름답다.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좋은 디자인은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다.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좋은 디자인은 오래간다.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디테일까지 빈틈없다.

좋은 디자인은 친환경적이다.

좋은 디자인은 최소한의 디자인이다.

 

 

디터 람스의 디자인 10계명은 디자인의 본질은 잃지 않으면서도 새롭고 더 나은 디자인을 추구하는 모든 디자이너의 신조다. 하지만 거의 반세기 전에 만들어진 이 원칙을 현대 디자인에도 도입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적게, 그러나 더 낫게”는 디터 람스의 디자인 철학을 한마디로 대변하는 말이다.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적을수록 많다”를 응용했다. 미스의 말은 그의 작품답게 형식주의를 중시한다. 하지만 간결한 디자인이 우수하다는 미학적인 영역에서 그친다. 

 

디터 람스는 여기에 ‘더 낫게’를 추가함으로써 디자인에 사회적 가치를 부여했다. 디자인을 통해 도덕적인 신념을 구현하려고 했던 그의 삶의 태도가 드러난다.

 

우리는 ‘더 낫게’에 주목해야 하는데, ‘새롭게’라는 말의 달콤함을 경계하는 의미도 갖는다. 디터 람스는 혁신을 주장했으나 이는 변화를 위한 변화를 뜻하지 않는다. 특히 외적 변화와는 거리가 있다. 그는 현대인들이 숭상하다시피 하는 새 제품을 경계했다. 

 

아울러 ‘새롭게’에 단서를 붙였다. 이전 것보다 인간의 경험을 위해, 나아가 생태계를 위해 무엇이 나아졌는지 묻는다. 우리는 너무 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지내면서도 늘 새로운 제품을 찾고, 기업은 유행이라는 말로 제품의 수명을 단축시키려 한다. 

 

람스는 좋은 디자인은 유행이 아닌 본질을 추구하는 디자인임을 강조하며 삶 전반을 들여다보고 미래를 생각할 것을 권한다. 디터 람스의 디자인 정신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좋은 디자인의 10가지 원칙>은 디터 람스의 디자인 10계명을 오늘날의 디자인에도 도입할 수 있을까, 현대 디자이너들도 디터 람스처럼 우리 삶을 더 나은 곳으로 인도하는 디자인을 구현하고 있을까에 대한 해답이 돼 준다. 

 

저자 아가타 토로마노프는 디자인은 더욱 중요해졌으나 진정한 의미의 좋은 디자인을 발견하기는 힘든 오늘날의 디자인 환경에서도 그 가치를 구현하고 있는 100명의 현대 디자이너와 그들의 디자인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디터 람스의 디자인 원칙은 유효함을 알 수 있다. 우리 삶을 더 나은 곳으로 인도하는 디자인은 모든 디자이너는 물론이고 사용자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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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디자인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으나 좋은 디자인보다는 많이 팔리는 디자인에 열중하는 듯하다. 저자는 유명 디자이너 및 신진 디자이너 100 명이 내놓은 100 개의 뛰어난 디자인을 탐구하는 방식으로 이 논의를 초기화한다. 이들이 어떻게 노력했고, 디터 람스의 철학을 해석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본다.

 

좋은 디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석은 얼마든지 허용된다. 이때 디터 람스가 제시한 열 가지 원칙은 다시 한 번 이러한 목적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어 준다. 

 

책에는 카림 라시드, 재스퍼 모리슨, 안도 다다오, 놈 아키텍츠, 하이메 아욘 같은 유명 디자이너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스튜디오 오리진, SWNA, 그리고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와 제작사가 두루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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