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강요를 물리친 '그들만의 로컬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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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강요를 물리친 '그들만의 로컬 라이프'

[질문하는 책]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
윤찬영 외 지음, 스토어하우스 펴냄

[지데일리]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 마하트마 간디

 

한국고용정보원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30년 내 소멸할 우리나라의 지역이 시·군은 84개, 읍·면·동은 1383개에 달한다고 한다. 지방이 점차 붕괴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남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던 지역불균형 문제가 수치로 가시화되자 많은 지자체와 주민들이 지역 발전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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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인구, 투자와 생산, 노동의 기회, 발전 가능성, 모든 것이 감소한 일명 ‘감소의 시대’다. 이러한 시대에 지금까지의 경제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우리가 지방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것이 이미 가득 차 있는 대도시에 비해 지방에는 아직 성장의 가능성이 있는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방(로컬)에서 성장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까.

 

이제 로컬은 초고령화 지역, 낙후 지역 등 골칫거리로 볼 것이 아닌 새로운 성장의 가능성을 가진 희망의 싹으로 볼 필요가 있다. 로컬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도시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그곳이 가진 것을 어떻게 활용해 발전할 것인가라는 지방중심적인 관점으로 지역 균형 문제를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로컬 성장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고 한다. 하나는 도시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유입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당 지역이 이미 가지고 있는 산업을 더 발전시키는 전략이다.

 

사실 지금까지 인구 유입을 위해 지방 지자체가 가장 많이 시도한 방안은 기업 이전이다. 지역에 대기업이 들어서면 근로자들이 이주하거나 정착하면서 인구가 늘고 지역의 상권이 발전한다. 지역 주민들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주변에 관련 산업들이 들어서면서 산업 집적지가 발전한다. 

 

이러한 논리로 지금까지는 정부와 지자체 모두 낙후 지역에 대기업이나 생산 공장을 유치하는 것에 집착하곤 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몇 년간 정부 주도하에 이루어진 행정 기관 및 기업 이전 정책도 이러한 맥락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기업에만 의존한 로컬 활성화 정책은 현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더욱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공장들이 해외로 이탈하고, 기술 발전으로 산업의 수명이 짧아지면서 어렵게 형성된 산업 집적지가 해체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인구가 빠르게 줄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제조업이 몰락하면서 빛을 잃어 갔던 미국 러스트 벨트(rust belt) 도시들이 말해준다. 미국의 3대 자동차 업체였던 포드와 제너럴모터스, 크라이슬러가 모두 디트로이트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1950년대만 해도 이곳의 인구는 150만 명에 달했다. 그러나 1980~1990년대를 거치면서 디트로이트는 미국의 자동차 산업과 함께 빠르게 쇠락했다. 가구당 5만 달러이던 평균 수입이 2만 8,000달러로 떨어질 무렵 도시 인구도 절반인 70만 명으로 줄어 있었다. 땅 덩어리는 그대로인데 인구가 줄었으니 시민 한 사람이 부담해야 할 세금은 증가할 수 밖에 없었고 그만큼 소비 여력은 줄어들었다. 10년 새 경찰 인력도 40%나 줄었고 도시에 있던 공원의 70%가 문을 닫았다. 범죄가 발생했을 때 경찰이 출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미국 평균의 다섯 배에 달해 2013년에는 인구 10만 명당 살인사건 발생 건수가 미국 평균의 열 배(45건)에 이르렀다. 결국 디트로이트시는 2013년에 파산을 선언하고 마다. 정말 우리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또한 일단 기업이 이전하면 사람들이 따라올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주거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 때문에 근로자들이 이주 지역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를 하거나 지역을 이탈하는 문제도 생겨났다. 

 

현재 우리나라의 혁신도시, 세종특별자치시 등 행정기관, 공기업 이전을 감행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지역이 겪고 있는 문제다.

 

회사에 충성하고 자신의 삶을 바친 기성세대와 달리 청년세대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자유롭게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을 지향한다. 바쁜 도시에서 빽빽하게 일하기보다는 여유로운 곳에서 자율 근무제로 일하길 꿈꾸는 것이다. 

 

시대의 변화를 포착해 지역에서 자신이 가진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산품 사업이나 산업 집적을 이뤘던 마을의 기업을 되살리면 자연스레 그 지역도 다시 힘을 얻는다.

 

지금 로컬에서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는 혁신가들이 있다. 로컬의 최전선에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개척자들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로컬 크리에이터로 불리는 패기 넘치는 창업가, 활기를 잃은 도시를 되살리려는 협동조합과 소셜 벤처, 로컬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운동가, 별이 보이는 곳에 살고 싶어 과감하게 제주로 이주한 평범한 가족, 아는 이 하나 없는 촌에서 농사꾼으로 살아가려는 청년까지 다양하다.

 

서울 밖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은 삶을 사는 이들의 현실은 언제 어디서 불어올지 모를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힘겹게 타고 넘는 뱃사공들의 이야기와도 같다. 비바람을 맞닥뜨리고 암초를 만나기도 한다. 망망대해에서의 외로움과 막막함을 떨쳐내야 했다. 다음날 다시 시작된 하루. 바다를 항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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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로컬로 향한 이유는 다양하다. 무엇인가를 지키고 싶어 남은 이들도 있고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낯선 곳으로 향한 이들도 있었다. 남들처럼 살고 싶지 않아서 또는 그런 삶을 견딜 수 없어서 떠난 이들이 있는가 하면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란 기대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들도 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우리들 대부분이 목표로 삼았던 삶의 값어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삶을 사는 일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말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앞 세대들이 누려왔던 대도시에서의 평범한 삶은 오늘날 청년 세대들에게는 닿기 힘든 미래다. 청년들만이 그런 것도 아니다. 우리 사회의 점점 더 많은 이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의자를 차지하려고 누군가를 힘껏 밀어내야 하는 의자놀이 같은 삶으로 내몰리고 있다. 다른 삶을 찾아 나서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다행히 로컬에는 아직 더 많은 의자를 놓을 널찍한 공간들이 남아 있다. 기술이 발달하고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면서 거리감도 조금은 줄었다. '로컬 트렌드 미디어'를 포방하는 비로컬의 김혁주 대표는 이를 '재발견'이라고 했다.'

 

모두들 한 번쯤은 떠올려 봤지만 그것만으로는 쉽사리 행동에 나서기는 힘든 이유들. 로컬은 아직도 그리 가깝지만은 않다.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은 무조건 로컬로 가자고 말하지 않는다. 로컬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는 혁신가들의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로컬에 관한 생생한 교과서의 역할을 한다. 

 

이 책은 모두 아홉 명의 저자가 함께 썼다. 이들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몇 번씩 로컬 현장에 찾아성실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리하며 의미를 짚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쓴 몇몇 저자는 지난 몇 년간 자신이 걸어온 길을 진지하게 되짚어보며 누구보다 잘 아는 이야기를 스스로 정리했다. 

 

‘나도 로컬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조금 먼저 가 있는 이 혁신가들의 모습을 통해 생각의 확장과 실천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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