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금이 간 하루, 나를 다독이는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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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금이 간 하루, 나를 다독이는 음악들

[책으로 보는 세상] 노래가 필요한 날
김창기 지음, 김영사 펴냄

[지데일리] 우리는 왜 노래를 부르고 듣는 걸까요. 뇌과학적인 분석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점은 노래가 내 속마음을 알아주고 다독여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책 제목처럼 우리에겐 분명 ‘노래가 필요한 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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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정서적 인지적 발달에 도움을 줍니다. 숫자가 아닌 멜로디로 말을 걸며 감정을 움직입니다. 여기에 좋은 이야기까지 담긴 노래는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도구가 됩니다. 


음악으로 상처를 완벽하게 치유할 순 없지만, 음악 덕분에 우리는 덜 번민하는 사람으로 삽니다.


저자는 무뚝뚝한 아버지가 뒤늦게 유머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유머가 관계를 수월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되뇌고, 무릎에 꺾인 날 어머니가 말없이 차려주신 밥상에 “다시 현실을 직면할 힘”을 얻었다고 고백합니다. 


말이 더디고 말수가 적은 동진 선배에게서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말하는가”가 중요한지 배우고, 철부지 어린 시절을 함께한 김광석이 있었기에 음악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밝힙니다.


노랫말의 울림과 심리학의 지혜가 어우러진 그의 글은 감정의 미세한 결을 쓰다듬고 의연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주며, "넌 패자가 아니야. 살아남은 사람이지"라고 나긋하게 말을 건넵니다.


책은 나, 사랑, 관계, 마음, 인생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연습이 필요하고, 먼저 사랑한다고 말하는 용기를 내고, 승패나 흑백으로 구분할 수 있는 관계에 대해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삶은 불확실하며 지금 내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을 영원히 쥐고 있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수긍하고, "우리가 가진 한계에서 무엇을 지키고 버릴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한 방송에서 고 김광석과 '동물원'으로 함께 활동했던 시간을 돌이키며, “내가 너에게 좋은 친구였니? 아닌 것 같아서” 하며 눈물을 글썽였는데, 이는 평범한 사람과 다를 것이 없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안정적으로 사는 사람이지만 어둠이 있고, 어둠을 느끼며 살기에 빛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거창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주변과 조화롭게 살고 싶다고 털어놓으며, 잘 살아보자고 우리에게 위로를 건넵니다. 


특히 "인생의 정답을 모르고 불안정한 사람이라 우왕좌왕했지만, 의미와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는 고백은 가슴 깊이 공감할 만합니다.


음악과 심리학은 이 책의 큰 축입니다. 노래에는 낭만이 있습니다. 절망이 있습니다. 희망이 있습니다. 사랑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노래를 들으며 인생을 배웁니다. 심리학은 사람이 주인공인 학문입니다. 인간의 내면을 파고듭니다. 왜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지 원인을 찾아내며 더 나은 삶을 위한 방법을 모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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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심리학을 공부하며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됩니다. 이 책은 진솔한 노래의 ‘감성’과 냉철한 심리학의 ‘이성’이 섞여 특별한 공감과 사유를 창조해냅니다. 


속수무책 버티는 우리들의 굽은 마음을 헤아리고,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기회를 선사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기르는 길로 우리를 이끕니다.


책은 진짜 나를 찾고 싶을 때, 사랑에 아프고 힘들 때, 관계가 꼬였을 때, 마음이 요동칠 때, 삶의 폭풍우에 휘청일 때 들으면 좋은 노래 77곡을 소개합니다.


조바심내지 않고 새롭게 시작하자고 말하는 김동률의 〈출발〉, 칭얼대지 않고 담담하게 이별의 비극을 풀어놓는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대한민국 엄마와 딸의 심금을 두드린 양희은의 〈엄마가 딸에게〉, 


화해하고 잘 지내기를 염원하는 엘턴 존의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 서로 사랑하고 사는 세상이 멋지지 않냐고 노래하는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까지 국내 가요와 해외 노래를 엄선하여 실었습니다.


이 책은 싱어송라이터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가 때론 쓸쓸하고 착잡하게, 때론 아릿하고 느껍게, 때론 거침없이 자유롭게 살아가며 써 내려간 진솔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낮에는 정신건강을 돌보는 의사로, 밤에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 살면서, 보고 느낀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마음이 복잡할 때는 세상모르고 살게 해주는 노래가 필요합니다. 노래를 들으며 쉬어보세요. 지치지 않을 수 있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에 근거한 언행으로 내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할 힘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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