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0평대 아파트, 2억 이내로 가능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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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30평대 아파트, 2억 이내로 가능하다면?

[책으로 보는 세상]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누가 집값을 끌어올렸나
김헌동·안진이 지음, 창비 펴냄

[지데일리] 치솟는 집값, 전셋값으로 국민의 주거기본권이 희생되고 있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책은 더 이상 지금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집값”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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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집값 상승은 전적으로 현 정권이 책임져야 합니다. ‘정책 실패’라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역대급’ 토건 노선, ‘불로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의해 투기 세력이 양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집값 상승의 원인을 제대로 살피기 위해서는 부동산 전체로 시야를 넓혀야 합니다. 재벌 별도합산토지에 ‘최대 0.7%’의 보유세가 부과되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30~40%에 불과한 현실, 각종 특혜를 통해 진짜 부동산 투기세력을 용인하고 개인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지금의 현실을 외면해서는 부동산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투기의 몸통은 개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거대한 임대 이익, 개발 이익, 매매 이익을 독점하는 재벌과 토건족, 이들과 동맹을 맺고 국가 정책과 재정을 집행하며 각종 자료를 독점하고 사적 이익까지 추구하는 관료 집단입니다. 


그리고 이를 용인하고 그 속에서 자신들도 사적 이익을 챙기면서 아닌 척 포장하는 것에만 골몰하는 정권과 무책임한 여러 정치 세력들도 빠질 수 없습니다. 집값 상승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본 자 역시 ‘투기의 몸통들’입니다. 


지금의 집값 폭등은 대다수의 국민을 소외시키고 관료와 재벌, 소수 기득권만을 배불리는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정권, 관료, 재벌이 조장한 부동산투기가 이 나라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는 “서울 아파트값이 14% 올랐다”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주거권을 희생시키는 경기 부양용 부동산 정책을 포기하지 않은 채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와 가짜 논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평당 500만 원이면 가능한 일을 공공과 재벌이 1000만 원, 2000만 원에 팔아 폭리를 취해 수조 원대 이익을 누리고, 개인 중 일부는 눈 뜨고 코 베이면서도 ‘집값이 오를 것이니’ 참고 인내하며, 접근조차 어려운 개인 다수는 분통을 터트리며 박탈감을 느끼고 주거 불안정에 노출됩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는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 정확히 반대로 작동됐습니다. 주택임대사업자 특혜로 50만 투기 세력이 생겨났고, 주택 100만 채가 ‘사재기’ 됐습니다.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한 도시재생 뉴딜(50조), 3기 신도시(150조 예상), 한국형 뉴딜 SOC(30조 이상) 등에 엄청난 규모의 돈이 몰립니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은 ‘4대강 사업’을 진행한 MB보다 이미 더 많습니다. 세율을 올린다고 하지만 ‘진짜 부자’인 재벌과 법인의 토지 세율은 건드리지 않고(보유세 최대 0.7%) 개인만 들쑤십니다. 


부동산 투기와 집값 폭등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정권뿐만 아니라 투기의 또 다른 몸통, ‘관료’와 ‘재벌’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국토부는 매해 1800억 원을 들여 공시지가를 조사하고 관련 통계를 작성합니다. 그 결과가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 14% 상승”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관료들이 ‘정권 교체에 영향 받지 않고’ 주요 부동산 정책의 틀을 짜고 집행한다는 점입니다. 관료들은 기록, 정보, 자료를 가지고 있지만 관계 법령을 이유로 전혀 시민에게 공개하지 않습니다. 


‘국민의 머슴’이어야 할 관료들이 실제로 챙기는 집단은 바로 ‘진짜 부자’ 재벌입니다. 한국의 재벌은 겉보기에는 물건을 팔아 이윤을 남기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토지 불로소득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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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현대차, 롯데 등 재벌들이 부동산 개발, 임대, 매매를 통해 얻는 이익은 수십조 원에 달합니다. 이들은 개인과 비교할 수 없는 보유세율 특혜와 공시지가 조작 특혜를 누리고 있습니다.

 

또한 재벌들은 자신들의 수십 개 건설 계열사를 통해 재개발, 재건축, 신도시 사업에 참여하는데, 사업 진행 과정에서의 이윤뿐만 아니라 시민을 상대로 판매 ‘바가지’를 씌움으로써 집값 상승의 최고 수혜자가 됩니다. 재벌들은 지난 10년간 생산을 위한 일자리가 아니라, 부동산 계열사를 늘려왔습니다. 


대안은 무엇일까요. 기본적으로 집값을 경기 관리용이 아닌 주거권 보장 수단으로 여기는, 진짜로 집을 사는 게(buy) 아니라 사는 곳(live)으로 보는 정치 세력이 등장해서 개혁을 진행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주요 정치인이 다주택자, 부동산 자산가, 토건족, 재벌 친화적인 상황부터 타파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정치 세력이라면 펼칠 수 있는 정책 대안은 단순하면서도 무궁무진합니다. “대통령만 의지가 있다면 집값 낮추는 건 쉽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먼저 지금처럼 공기업이 재벌 흉내를 내며 땅장사, 건물장사를 하게 놔둘 것이 아니라 ‘3대 권력’(토지수용권, 용도변경권, 독점개발권)을 국민을 위해 사용하도록 해 강력한 조치들을 취해야 합니다. 지금은 이 권한을 기득권을 위해서만 쓰는 게 문제입니다. 


여기에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상한제, 후분양제 등을 섞어 적정건축비를 도입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을 쓰면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도 2억 원 이내로 30평대 아파트를 분양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반값 아파트’로, 꾸준한 공급 신호가 확실하다면 집값은 반드시 떨어집니다. 


공급 시스템 개선이 없는 현 상황에서는 재개발, 재건축을 허가하지 말아야 합니다. 고쳐 쓰면 되는 아파트를 부수고 새로 짓는 일은 이제 끝나야 합니다. 공공이 건물만 분양해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다주택자들의 버티기도 불가능합니다. 


집값을 잡으면 그에 연동되어 움직이는 전월세도 기본적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무주택자, 전월세 세입자, 청년을 위한 정책 방향을 잡고 관료와 재벌의 입김에서 벗어나 국민 기본권 보장의 입장에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 이상 권력자들의 감언이설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 자신의 주거권,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직접 나서는 게 중요합니다. 불로소득만 폭증하는 ‘불로소득주도성장’, 가계부채만 늘려놓은 ‘부채주도성장’, 집과 건물과 땅을 사고팔아 성장률 수치만 떠받치는 ‘콘크리트주도성장’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됐습니다.


이 책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수십 년간 수집한 꼼꼼한 자료를 근거로 성역 없는 강력한 비판을 통해 현 정부 부동산 문제의 팩트를 체크합니다. 그러면서 문제를 일으킨 세력의 구체적인 정체를 밝히고, 앞으로의 주거기본권 대안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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