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분'은 내가 듣는 '지금 이것'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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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분'은 내가 듣는 '지금 이것' 때문

[책으로 보는 세상] 사운드 파워
미테일러 치호 지음, 이정미 옮김, 더숲 펴냄

[지데일리] 마트에서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을 느린 것으로 바꾸면 매출이 32%나 증가합니다. 술집에서 빠른 음악을 틀어놓으면 테이블당 주문하는 술이 평균 세 잔 많아집니다. 와인가게에 클래식을 틀어놓으면 비싼 와인의 구매율이 높아집니다. 이처럼 소리의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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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여 해당 기업에 호감을 갖게도 만들고, 먹고 있는 음식의 맛을 변화시키기도 하며, 공포감과 고통을 덜 느끼게도 하고, 회사의 생산성을 높여주기도 하며, 잘못 사용할 경우에는 건강까지 해치게 만듭니다.


청각에서 얻은 정보는 시각 정보보다 두 배 빠르게 뇌에 전달됩니다. 소리는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할 뿐, 인간의 의식과 감정 그리고 의사결정에 강력한 영향을 줍니다. 나아가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특정 행동을 유도합니다. 


<사운드 파워>는 경제, 정치,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쓰이고 있는 ‘소리 활용법’을 정리하고, 디즈니·맥도날드·인텔·영국항공 등 세계적 기업들이 소리를 어떻게 마케팅과 브랜딩에 접목시키고, 폭넓은 비즈니스 전략에 활용하고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합니다. 


또한 이 책은 인간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사운드를 디자인해야 하는지,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어떤 소리를 들려줘야 하는지, 듣는 이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는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육아와 교육 분야에 소리가 어떤 효과를 주는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냥 들리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진 존재로 소리를 재조명하고, 소리의 무궁무진한 세계에 새롭게 눈뜨게 합니다.


일찍이 서구의 기업들은 비즈니스를 개선하는 힘을 가진 ‘사운드’의 중요성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디즈니는 '별에게 소원을'이라는 노래를 비즈니스 앤섬으로 선택했는데, 그 멜로디가 현실 세계에서 꿈의 세계로 나아가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노래는 도입에서 음이 1옥타브가 올라가면서 웅대함과 장대함을 느끼게 해주며, 메이저 키에 4/4박자로 밝고 행복함 그리고 전진과 약동의 느낌을 줍니다. 이에 더해 곡의 빠르기를 심박수와 비슷한 58BPM로 맞춰 차분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줍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월트 디즈니의 이념과 이상에 감정적인 연결을 느끼게 해줍니다.


맥도날드의 ‘Ba da Ba Ba Bah, I'm lovin' it.'이라는 사운드는 아주 효과적인 브랜딩 전략이 됐습니다. 이 소리는 언어가 달라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리의 광고 영향력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이 소리만으로 사람들이 패스트푸드에 대해 느끼는 인상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소닉 브랜딩의 성공 사례로 인텔의 ‘D-n, Ba ba ba ban’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소리는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의 하나로 1994년 처음 도입됐습니다. 이 단순한 소리는 25년 전 작곡됐지만 인텔은 이것으로 세계에서 인지도가 아주 높은 기업 브랜드 중 하나가 됐습니다.


이처럼 사운드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기업 브랜드와 소비자를 새로운 차원에서 연결할 뿐 아니라 소비자가 더욱 디지털화·모바일화하는 세계에서 쇼핑, 생활, 지불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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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각각의 소리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먼저 높은음은 감정을 들뜨게 합니다. 그래서 쇼핑몰에 음이 높은 밝은 이미지를 주는 메이저 사운드를 틀어놓으면 사람들의 쇼핑과 식사에 대한 의욕을 높입니다. 식당에서 느린 음악을 틀면 사람들은 더 오랫동안 식당에 머물게 됩니다. 

 

물론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음식 주문량이 크게 늘지는 않습니다.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이 머무르는 시간에 비례해 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꽃을 파는 가게에 로맨틱한 음악을 틀어놓으면 고객들이 사가는 꽃의 종류와 수가 늘어납니다. 고객이 꽃에 대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로맨틱한 음악이 자극해 구매를 늘리는 결과로 이어진 것입니다.


마트에서도 상품 코너마다 각기 다른 배경음악을 틀어놓으면 구매를 늘릴 수 있습니다. 매장 입구에는 신나고 리드미컬한 음악을 틀어놓으면 쇼핑몰로 들어가는 소비자의 기분을 좋게 만듭니다.


채소와 과일 코너에 냇물 소리나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틀어놓으면, 눈에 보이는 상품이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매장 가운데 영역에서 사람 목소리 없이 악기만으로 구성된 메이저의 느린 연주곡을 틀어놓으면, 고객들이 매장에 오래 머물며 이곳저곳을 둘러보게 만듭니다. 


컨트리음악은 칫솔과 같은 실용적인 상품 구매를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높은 주파수는 과일과 단 음식 매출을 높이고, 낮은 주파수는 맥주 등 쓴맛이 연상되는 상품 매출을 높입니다.


심지어 소리는 인간의 미각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비행기에서 먹는 기내식이 유독 맛이 없게 느껴지는 이유는 항공기 안의 소리가 단맛을 느끼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대신 감칠맛 감각은 높입니다. 비행기 안에서는 감칠맛이 풍부한 토마토주스나 블러디메리를 주문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이에 영국 항공은 소리와 요리를 함께 즐기는 사운드 페어링 메뉴를 개발하기에 나섰습니다. 거기엔 단맛을 강화하는 고음을 디저트와 페어링하고 쓴맛을 이끌어내는 저음을 초코릿과 페어링했습니다.


이 책은 소리에 반응하는 인간의 감각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이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할지에 대한 다양한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CEO 및 비즈니스맨들에겐 마케팅 전략에 대한 새로운 힌트를, 일반인들에겐 소리를 활용해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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