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못 살겠다" 지구지킴이가 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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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못 살겠다" 지구지킴이가 된 사람들

[오늘을 읽는 책] 적당히 불편하게
김한솔이 외 지음, 키효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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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환경을 보호하고 지구를 지키는 일에는 딱히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 평생의 과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을 통해 뜨겁게 퍼지고 있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시작된 #용기내챌린지! 밀폐용기부터 도시락 통, 뚜껑 달린 냄비 속에 디저트와 음식을 담아가는 인증사진들이 늘어가며 일상 속에서 환경을 지키려는 마음이 커지고 있다. 

소소한 실천들이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를 단박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가파르게 달려가는 지구의 시간을 조금은 느리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와 비건이 될 필요는 없다. 의욕이 앞서 처 발부터 완벽한 통제를 하려고 하니 오히려 금방 흥미를 잃었다. 나는 이제 실패에 연연하지 않는다. 무력함이 느껴질 때는 ‘나는 아직 인턴이야. ‘수습기간에는 누구나 잘할 수 없어’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러면 내일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조그맣게 생겨난다. 편하게 살던 시간만큼 불편함에 좌절하는 시간도 견뎌야 하는 법이다. 내공은 쌓이기 마련이다. 수습생이 정직원이 되는 것처럼, 언젠가 나의 수습 기간도 끝날 것이다. 불완전한 지향의 힘을 믿는다. 완벽을 향해 걸어가는 착실한 관심만큼 지구의 시간은 분명히 느려질테니까.’
 
 
처음부터 ‘쓰레기를 0(zero)으로 만들어보겠다’며 의욕적으로 나설 필요는 없다. 시작부터 목표를 너무 높게 설정하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쉽게 지치기만 할 뿐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로 웨이스트’라는 단어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끼고, 완벽하게 실천할 자신이 없어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일상을 조금 바꾼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저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일상을 조금씩 바꿔보는 것이다. 여기에서 느리거나 빠른 것은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페이스대로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출근길 우리 손에는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가 들려 있다. 지구 환경을 생각해서 텀블러를 챙기기도 하지만 잊어버리기 다반사다. 

그러면서 우리는 플라스틱을 가득 삼키고 죽은 고래를 위해 기꺼이 후원한다. 모순적이지만, 현실적인 모습이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도처에 널린 이 세상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 언제나 쓰레기를 만들기 일쑤다.

이런 우리들이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게 가능할까. 개인의 ‘1’은 참 별것 아니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1’을 줄인다면 전 세계의 쓰레기가 100분의 1만큼 줄 것이기에 100분의 1만큼 자원을 아낄 수 있고, 환경 오염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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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플라스틱 빨대 쓰지 않기. 일주일에 플라스틱 빨대를 최소 3개 사용한다고 계산하면 일 년 동안 우리는 평균 240개의 빨대를 소비한다. 반대로 말하면 1년 동안 240개의 빨대를 줄이는 셈이다. 열 명이 함께한다면 2400개, 백 명이면 2만4000개다. 고작 빨대 하나라고 치부하기엔 큰 숫자가 아닌가. 더운 날 빨대로 쭉 빨아먹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맛이 그리울 때면 속으로 외친다. 나는 지금 고작 한 개의 빨대가 아니라 240개의 빨대를 줄이고 있는 거야! 라고 말이다.’
 

불필요한 빨대 사용을 하지 않고, 비닐봉지 대신 손수건을 쓰는 일은 번거로움을 수반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따른다. 혼자 하는 것이 막막하다면 쓰레기 줄이는 데 관심이 많은 친구를 만들어 연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나 혼자 결심하고 나 혼자 실행하는 제로 웨이스트는 그나마 쉽다. 직장생활에서나 여행지에서 혹은 생일파티에서 타인들과 함께 있을 때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적당히 불편하게>는 SNS와 출판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6명의 일러스트 작가들이 모여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환경 문제, 비건, 제로웨이스트, 동물보호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상툰, 오일파스텔, 에세이, 일러스트 등 무겁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게, 누구나 쉽게 일상 속 실천을 시작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마음을 글과 그림으로 채운 것이 눈길을 끈다. 
 
 
‘귀찮음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미니멀리스트로 살 것인가로 고민하는 것에서 다큐멘터리를 보고 ‘왜’ 미니멀리스트가 되려고 하는지에 집중하다 보니 조금 더 목적 의식을 갖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어떻게?’의 방법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자의 목적인 ‘왜’ 나는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은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성향일 다르듯, 미니멀한 삶을 살고 싶은 이유도 다양할 것이다. 단지 시대의 흐름이 미니멀한 삶을 지향하니까, 미니멀리스트가 말하는 삶이 적게 소유할수록 행복하다고 말하니까 나도 해보자는 식의 이유는 잠깐은 미니멀한 삶으로 이끌 수는 있어도 지속적으로 실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건 다른 이의 것이지, 나의 것이 아니니까.’
 
 
소소한 실천으로 환경론자가 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지구파괴자에서는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마치 습관처럼 처음에 어렵게 느껴지던 일도 조금만 관심을 갖고 하나씩 바꿔나가다 보면 점차 일상이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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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진 성향이 다르듯이 습관이나 행동력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내 생활 패턴에 맞게 필요 없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줄여나가는 것. 그 시작만으로도 의미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이 그동안 쌓아 올린 것들을 따라가다 보면 각자 나만의 지구를 지키는 방식을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완벽한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자는 목표가 아니라 나 스스로 재밌고 행복한 만큼의 실천을 행하는 법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일상을 180도 바꾸지 않으면서 삶의 소중한 것을 지키는 기분 좋은 습관들이 바로 이 책 안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