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기억하세요, 플라스틱은 그대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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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기억하세요, 플라스틱은 그대로 남습니다

[오늘을 읽는 책] 플라스틱 세상
나탈리 공타르·엘린 세니에 지음, 구영옥 옮김, 폭스코너 펴냄

[지데일리] 많은 사람이 심각한 플라스틱 공해를 알게 된 후 플라스틱을 안 쓰기로 결심하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한다. 

 

빨대, 물티슈, 면봉, 일회용 컵, 샴푸, 린스, 주방세제 등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많은 것들이 플라스틱 공해를 유발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편리함은 거의 대부분 플라스틱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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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세상>은 프랑스 국립농학연구소장이자 오랜 기간 유럽위원회에서 최고의 플라스틱 전문가로 활약해온 나탈리 공타르와 언론인 엘린 세니에의 ‘플라스틱 폭주와 중독’에 대한 경고를 담은 책이다.


나탈리 공타르는 플라스틱에 대한 세계적인 전문가이자 과학자다. 사실 그도 처음에는 당시의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플라스틱이라는 신소재에 완전히 매료되어 적극적인 활용을 위한 연구로 경력을 시작했다. 


불과 수십 년 만에 세상을 완전히 사로잡은 플라스틱의 폭주를 일선에서 지켜보고, 점점 속출하는 폐해와 중독성을 깨달은 후 그의 연구는 방향을 틀었고, 이제 플라스틱 세상에 대한 단호한 고발자가 됐다.


이 책은 그의 오랜 연구와 그 여정을 담은 동시에 플라스틱에 대한 가장 확실한 지식을 쉽게 설명하고, 우리가 막연하게만 이해하고 있는 플라스틱 문제의 논쟁적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준다.


플라스틱이 유리, 금속, 목재, 나뭇잎과 같은 오래된 재료들을 밀어내고 세계를 점령한 것은 순식간이었다. 불과 수십 년 만에 세상은 플라스틱 없이는 돌아가지 않을 정도가 됐다. 

 

그렇다면 플라스틱이 세계를 매료시킨 이유와 강점은 무엇일까. 또 어째서 플리스틱의 발명가와 개발자들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플라스틱의 사용 후 처리’ 같은 문제들을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일까.


책은 플라스틱의 화학구조가 지닌 마법 같은 능력과 함께 경제성장과 혁신에만 눈이 멀어 플라스틱 쓰레기가 자연순환에 합류하지 못하는 위험을 도외시한 과정을 설명한다. 플라스틱을 매력적인 재료로 만든 바로 그 성질들이 플라스틱을 가장 위험한 유산으로 만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탈리 공타르는 플라스틱에 대한 모호한 개념들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재활용,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 생분해 플라스틱 등 오늘날 플라스틱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되는 개념들은 과연 제대로 정의되고 엄격한 기준에 따라 사용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엄중히 묻는다. 


모든 플라스틱은 재활용되지도 않을뿐더러 재활용되는 플라스틱도 온전히 혹은 무한히 재생되는 것은 아니다. 바이오 기반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하기에는 식량자원의 고갈 문제와 같은 다른 사항들도 고려해야만 한다. 


생분해의 기준 또한 모호하고 혼재돼 있어 특정한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해서 사실상 자연 상태에서는 생분해된다고 볼 수 없는 플라스틱조차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분류되는 것이 현실이다. 나아가 그 개발의 수준 역시 아직은 너무 미미하다.


모호한 개념은 언제든 오용되고 남용될 소지가 있어, 이른바 ‘그린 워싱’의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일례로 우리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한다고 안심하며 더 많은 플라스틱을 생산하거나 맘 편히 사용하고, 실제로 고온에서만 생분해되는 플라스틱을 자연순환하는 플라스틱으로 여기고 안도하며 사용하기도 한다. 

 

‘재활용’과 ‘생분해’는 플라스틱 문제의 주요한 해법 중 하나이긴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고 불완전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나탈리 공타르는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정립할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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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오염에 대한 여러 이미지들 덕분에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우려는 이제 전 세계적 관심사가 됐지만, 결국 토양으로 돌아올 해양 쓰레기와 매립된 플라스틱은 이미 우리가 발 디딘 땅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플라스틱에 오염된 해산물과 토양의 소산물들을 통해, 그리고 잘게 분해돼 우리 주변을 떠도는 미세입자를 흡입하며 플라스틱은 우리의 몸속까지 침범하고 있는 현실이다.


당장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함을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이 순간에도 플라스틱은 우리의 미래를 잠식하고 있다. 

 

저자는 지금 우리가 저지르는 무분별한 사용의 폐해는 우리의 다음 세대에서는 반드시 심각한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물질주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비전을 정립할 것을 요구한다. 


과학적 연구가 문제를 해결하는 불확실한 미래를 꿈꾸기 전에,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해야만 한다. 바로 얼마간의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플라스틱의 무분별한 사용과 개발이라는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무심코 사용하던 플라스틱에 대해 다시 한 번 숙고하고 인식을 재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플라스틱 문제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만큼이나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환경 이슈이기 때문이다.


또한 책은 이 여정을 직접 걸어오며 나탈리 공타르가 여성 과학자로서 겪었던 어려움도 토로한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녀의 경고가 묵살되거나 가볍게 치부됐던 사례들이 언급된다. 


아울러 업계의 무심함과 편법, 법망을 피해가려는 교묘함에 대해서도 고발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점진적으로 법안들을 통과시키고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정립해온 연구자로서의 뚝심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책의 후뱐부에는 플라스틱 사용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제한된 세상에 대한 그녀의 상상이 담겨있다. 미래 세대가 과거 세대의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을 이기적인 행태로 인식하는 모습이 정말 상상에 불과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미래 세대에 온전한 삶을 물려주기 위해, 또 머지않아 더 심각한 형태로 들이닥칠 플라스틱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바로 지금 우리 모두가 들어야 할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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