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사람과 도시에 반응하는 생명체 [G-SEEKin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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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사람과 도시에 반응하는 생명체 [G-SEEKinBOOK]

그를 만나면 그곳이 특별해 진다
조진만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지데일리] 좋은 도시에는 다양한 삶을 수용하는 다양한 형태의 건축이 있다. 다만 모양이 다른 건축이 많다고 해서 좋은 도시가 되지는 않는다.

 

이탈리아 피렌체가 아름다운 것은 위용을 자랑하는 성당의 첨탑 뒤에 규칙적인 붉은 집이 있기 때문이며, 서울의 북촌이 매력 있는 것은 그곳에 자리한 한옥들이 질서를 갖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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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집이나 빌딩, 다리 등의 건축물을 설계에 따라 짓는 행위를 가리키지만, 단순히 그러한 설명만으로 건축을 정의할 수는 없다. 건축물이 완성되려면 가장 먼저 구조와 물리, 설계 등 공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건축의 수많은 과정 중 최초의 단계일 뿐이며, 작업이 진행될수록 본격적으로 더 많은 요소들이 개입하기 시작한다. 

 

지형적 특성이나 물리적인 과학기술뿐 아니라 그 지역의 사회적 성향, 국가의 경제 상황, 그리고 당대의 철학과 예술, 문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다른 학문 또한 마찬가지겠지만 건축은 매우 다양한 분야와 연관돼 있다.


일명 ‘도발하는’ 건축을 표방하는 조진만 건축가는 젊은 건축가상, 김수근 건축상 프리뷰상, 디자인 뱅가드상 등 국내외 굴지의 건축상을 휩쓸며 주목받고 있는 건축가다. 


조진만은 <그를 만나면 그곳이 특별해진다>에서 인문학과 건축학을 아우르는 통찰력으로 특별한 공간과 건축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더불어 건축 밖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고민이 무엇인지도 함께 제안한다. 


오랜 시간 ‘짓는’ 일에 몸담아온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건축의 정의와 역할, 사랑받는 도시를 만드는 건축의 비밀, 좋은 건축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진지한 성찰을 건넨다.


뇌과학자 정재승이 “공간에 대한 통찰만큼이나 인간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긴 책”이라고 말했듯이 그는 건축을 ‘구조물 공학’에서 나아가 ‘관계를 만들고 사회를 형성하는 틀’로써 바라본다. 


문화유산의 날림복원이 일상화된 우리와 달리 복원에 대한 과감한 태도를 보여주는 ‘노트르담 대성당’ 화제, 오사카의 상징에서 한순간에 수치로 전락한 ‘도시의 큰 나무 프로젝트’, 범죄소굴이 돼 사라진 최고급 아파트 ‘프루이트 아이고’와 세계 최고층의 수직형 빈민가가 된 ‘다비드 타워’ 등 흥미진진한 사례를 읽다 보면 사회와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건축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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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는 건축과 도시의 변화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공원과 청계천 등 자연을 가까이하려는 움직임을 통해서는 ‘녹지화’라는 키워드가 대두됐고 병원, 학교, 회사와 같이 많은 이들이 모이는 공간은 또 다른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의 병원 건물에 대해 “효율적이고 숭고하며 건강을 고려한 대성당을 세운 기술이 이번에는 그 대성당을 폐허화시킬 것이며, 그때가 오면 거대한 신앙은 갈 곳을 잃고 홈닥터의 책상 속으로 깔끔히 수납될 것이”라던 건축학자 알렉산더 초니스의 말처럼 건축은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한 변화의 진통을 겪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도시 건축에 대한 논의가 큰 이슈다. 서울, 뉴욕, 상해와 같은 대도시가 발전할 수 있는 근간이었던 모빌리티와 건축의 접목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할 것이고, 유럽의 광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우리의 ‘골목길’과 ‘동네’라는 키워드가 떠오르기도 한다.


고가하부, 지하벙커, 옥상 등 유휴공간은 새로운 문화복합시설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진행했던 서울 곳곳의 공공건축 사례를 소개하고 이런 시도가 계속됐을 때 핀란드의 지하수영장이나 런던의 옥상 목욕탕 극장처럼 흥미롭고 의미 있는 건축과 공간이 더욱 본격화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모든 것은 건축이다”라는 건축계 거장 한스 홀라인의 말처럼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것 중에는 놀랍게도 새로운 건축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것들이 많다. 

 

마찬가지로 “기술적이거나 예술적인 ‘건축술’보다는 ‘건축에 대한 사유’에 방점을 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전혀 새로운 혁신과 발상의 전환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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