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데일리] 한국 경제의 기적을 일궈낸 주역이자 온갖 적폐의 주범,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유일무이한 형태의 경제권력. 바로 재벌(재벌대기업)이다. 다른 나라에도 막강한 경제권력을 행사하는 대기업은 많지만, 한국의 재벌은 그 형성 과정부터 국가에게서 온갖 특혜와 지원을 받아 성장해왔던 게 사실이다. ⓒ 채이배 재벌은 자신들이 누렸던 특혜가 어느새 자신들이 당연히 누릴 특권인 줄 아는 오만한 집단이 됐다. 특히 한국의 재벌은 유독 혈연 중심으로 경영권이 승계되고, 눈앞의 ...
[편집자의 페미노트] 지금으로부터 4년여 전인 2016년 5월 우리 모두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며칠 후, 추모를 넘어선 담론의 장이 서울 신촌 거리 한복판에서 열렸다. 거리에 선 페미니즘은 담담하면서도 절절했던 그 8시간의 기록이다. 대독을 포함해 40여 명의 자유발언자들은 성추행, 성폭력 경험부터 외모로 인한 압박과 옷차림에 대한 검열, 대중교통에서 겪는 문제, 여전히 가족 내에서 존재하는 차별에 대한 이야기 등을 힘겹게 고백하며, 여전히 두렵고 불안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여성의 삶...
[편집자의 페미노트] 1974년생 젊은 록산 게이는 나쁜 페미니스트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 책은 미국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으며, 우리 시대 페미니즘의 새로운 고전으로 떠올랐다. 록산 게이는 페미니즘이 더 많은 연대를 이끌어내면서 조화로운 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차이를 포용해야 하다고 주장한다. 페미니즘이라는 높은 기준을 세워놓고 그 기준에 못 맞추면 끌어내리려고 한다면 누구도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유명한 테드 강연인 '나쁜 페미니스트의 고백'에서 이...
[편집자의 페미노트] 페미니즘 일각은 취사선택되거나 왜곡된 통계와 사실관계를 유포함으로써 공포를 확산시키는 황색저널리즘과 공포상업주의에 호소해왔다. 한편에선 남성집단 전반에 ‘잠재적 가해자’ ‘혐오성향’ ‘한남’ 등의 낙인 프레임을 씌움으로써 사회적 연대의 가능성을 봉쇄하고 분리주의 성향으로 치달았다. 물론 이러한 페미니즘 일각의 문제는 페미니즘 자체의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 유리된 ‘정치적 올바름’의 규범에 집착하는 진보·좌파 일각의 잘못된 경향은 글로벌한 문제이기도 하다. ‘정치적 올바름’에 집착...
[편집자의 페미노트] 태어나는 순간부터 강요받아 온 ‘남자다움’에 대한 강박이 우리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 비교적 열린 성의식을 가진 미국에서조차 남성에 대한 성역할은 여성의 그것과는 다른 의미로 보다 폭넓게 강요돼 왔다. 맨박스의 저자인 토니 포터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남자다움’을 의심한다. 그는 남자를 둘러싼 고정관념의 틀을 ‘맨박스(man box)’로 규정하고 이를 깨부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모든 남성이 남들보다 우월하지 않아도 괜찮고, 느낌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하며, 그냥 친구로...
[편집자의 페미노트] 4년여 전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캐서린 스위처는 등번호 261번을 달고 42.195킬로미터를 완주했다. 50년 전인 196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달았던 그 번호다. 캐서린 스위처는 당시 남성의 영역이던 마라톤에 참가해 주최 측의 격렬한 제지에도 불구하고 풀코스를 달렸다. 그녀는 ‘달리는 여성’을 수면 위로 끌어내고, 마라톤에 있어서 견고했던 ‘금녀의 벽’을 사라지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금도 달리기를 하는 여성들이 온전하게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영국에서 2000 명의...
[편집자의 페미노트] 현대문학에서 버지니아 울프를 부르는 가장 일반적인 호칭 중 하나는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는 모더니즘 작가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페미니즘 작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두번째 호칭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의견을 같이한 것은 아니다. 특히나 리얼리즘 계열의 페미니스트 비평가들은 그녀의 페미니즘을 호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비판들은 사실 리얼리즘 비평의 쇄도가 사라지는 것과 같이 그 목소리의 힘을 잃어갔고 후기 구조주의와 해체비평이 시작된 이후에 그녀의 문학 세계에 대한 논의는 더욱 활발해져 ...
[편집자의 페미노트] 나는 엄마가 힘들다는 일본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비평가인 사이토 다마키와 일본의 유명 문인들이 대담 형식으로 모녀 갈등의 양상과 원인에 대해 분석하고 모녀 관계의 회복을 고민한 일종의 ‘모녀 관계 보고서’다.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모여 실제 경험담을 토대로 모녀 관계를 둘러싼 현실과 여성의 삶을 깊이 있게 토론하며 많은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냈다. 쇼핑부터 여행까지 모든 일상을 함께하는 단짝 친구 같은 모녀가 있는가 하면, 소위 ‘전쟁’을 겪고 있는 모녀도 있을 것이다. 모녀 관계는 사랑과 연민, 원...
남성들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다고 여성들을 ‘된장녀’라고 칭하고, 더치페이를 안 한다고 ‘김치녀’라고 부르며, 애를 데리고 밖에 나가는 여성에겐 ‘맘충’이란 딱지를 붙였다. 지하철에서 여자가 말싸움이라도 하면 ‘지하철 ○호선 막말녀’란 이름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고, 그 영상들에는 여성을 욕하는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다. 도대체 남성들은 왜 이렇게 여성을 혐오할까. '기생충 박사'로 불리는 서민의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는 우리 사회에 넓게 퍼진 여성 혐오와 차별의 실태를 본격적으로 파헤친다. 저자는 여성 혐오가 얼마...
[편집자의 페미노트] 한국 사회, 아니 이 지구상의 거의 모든 여성은 살면서 다양한 성폭력과 여성혐오 공격의 피해자가 되는 경험을 한다. 여성을 향한 갖가지 폭력이 인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끈질기게 있어 왔다는 증거는 사실 도처에 널려 있다. 그 안에는 공격성, 지배욕, 약자에 대한 차별, 권력의 독점과 남용 같은 가부장제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들어 있다. 다행히 세상은 보편적 인권과 평등을 향해 느리게나마 움직여왔고, 어느 장소들에선 여성 폭력을 문제시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문제는 내면에 축적된 황폐함이 어떤 촉발...
[편집자의 페미노트] 한때 사람들이 기피하는 단어였던 페미니즘은 이제 패션, 영화, 연예인의 도움으로 새로운 브랜드로 변신했다. 최근에 페미니즘은 남성을 혐오하는 여성들의 공격적인 운동이라는 과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세련되고 재미있는 이미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페미니즘 문구는 티셔츠부터 스마트폰 케이스, 에코백 등 온갖 상품에 멋스러운 상표처럼 등장한다. 'We Should All Be Feminists'(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Girls Can Do Anything'(여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편집자의 페미노트]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여자는 얌전해야 하고, 외모를 가꾸되 티 날 정도로 과하게 꾸며서는 안 되며, 늘 남에게 친절해야 했다. 남자는 울거나 삐치면 안 되고, 언제나 씩씩하고 강인하고 활발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 기준 바깥의 아이들은 여자답지 못한 아이, 남자답지 못한 아이 취급받으며 타박과 놀림, 교정의 대상이 되곤 했다.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에는 이같은 일반적인 분위기 속에서 있는 모습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기까지 고군분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홍혜은은 ‘여자는 긴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