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진단] "대통령 COP26 산림복원, 정책 변화 뒤따라야"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와 진단] "대통령 COP26 산림복원, 정책 변화 뒤따라야"

시민사회, ‘산림·토지 이용 글래스고 선언’ 환영.. "국내 정책은 역행"
"산림파괴·기후변화 대응 위해선 바이오에너지 지원 축소 우선해야"

  • 이종은 sailing25@naver.com
  • 등록 2021.11.04
  • 댓글 0

[지데일리] "COP26의 약속을 지키지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산림과 에너지에 관한 정책 수정이 불가피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제26차 유엔기후변화기본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산림 부문에 대한 언급과 ‘산림 및 토지 이용에 관한 글래스고 정상선언’에 공식적인 지지를 발표한 것과 관련, 이같은 결정은 환영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정상선언과 정면 배치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고 있는 COP26에서 “‘산림 및 토지 이용에 관한 글래스고 정상선언’을 공식 지지하며 개도국의 산림 회복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글래스고 정상선언은 오는 2030년까지 산림파괴와 토지 황폐화를 중단하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포용적인 지역 전환을 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다만 여기서 산림파괴는 산지의 농지와 타 개발 용도로의 전용을 뜻하는 것으로 대규모 벌채로 인한 산림훼손과 파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게 시민사회의 지적이다.

 

g.jpeg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이에 시민사회는 120개가 넘는 국가가 서명한 글래스고 정상선언에 우리나라가 동참하는 것에 의미를 두면서도 "열대림 복원과 선주민·지역사회 지원을 위한 12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산림재원 서약’과 산림파괴 없는 무역체계를 위한 ‘산림·농업과 상품무역(FACT) 대화’ 참여도 고무적으로 평가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러나 이러한 이니셔티브도 한계가 분명하며 우리나라의 현행 산림 및 에너지 정책은 이들 선언이 그나마 내세운 목표마저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목재 수확을 위해 천연림을 베고 경제림을 조성하는 행위는 생물다양성을 파괴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해 정상선언이 다루는 산림파괴와 다를 바 없는 실정이다. 한국을 포함한 28개국이 참여한 FACT 대화도 무역·시장 내 지속가능성과 공급망 내 투명성·추적가능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지에서 이뤄지는 팜유와 코코아, 쇠고기, 목재 등의 생산을 위한 산림파괴를 멈추지 않는 한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막는 것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번에 공개된 ‘FACT 대화 행동 로드맵’에서는 이해관계자 위원회가 제안한 생산·소비에 대한 국제 지속가능성 기준이 빠졌으며, 정부 간 무역 투명성 공개·보고에 대한 합의도 선언적인 수준에 머문다. 

 

COP26에서 진전을 이룬 부문도 그 함의와 요구를 한국 정부가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나무를 키우고 산림을 되살리는 일은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한 해결책”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기조발표에 반해, 우리나라는 숲을 베어 대형 화력발전소에서 태우는 바이오매스 지원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바이오매스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발급량은 해마다 늘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 중 2위를 기록한다. 산림청의 목재수급통계에 의하면 2020년 국산 목재 가운데 12.4%가 바이오매스로 태워졌는데 이는 제재목 수급량과 비등한 규모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가운데 대부분은 무분별한 모두베기를 통해 생산되는 방식이다. 일반 원목을 섞어 미이용바이오매스로 증명을 받거나 예정 수집량을 과다 계산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양의 증명서를 발급받는 부정행위도 끊이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매스는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알려졌으나 연소 시 배출량을 고려하면 원단위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화석연료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jpg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가운데 대부분은 무분별한 모두베기를 통해 생산되는 방식이다. 일반 원목을 섞어 미이용바이오매스로 증명을 받거나 예정 수집량을 과다 계산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양의 증명서를 발급받는 부정행위도 끊이지 않고 있어 논란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3위의 목재 펠릿 수입국으로 그 대부분을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수급 과정에서 산림파괴와 지속가능성 인증서 위조 정황이 계속 발생해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는 올해 아시아산 목재 펠릿에 한해 특별조사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유럽연합, 미국, 일본에서는 지속가능성 인정 기준을 도입했거나 검토 중이지만 우리나라는 최소한의 품질 기준만 적용한다는 지적이다. 합법 벌채 허가서만 제시하면 아무런 제약 없이 목재를 수입할 수 있어 COP26 약속을 담보할 방법이 없는 것이란 주장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이미 2014년 뉴욕산림선언을 통해 2020년까지 산림파괴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글래스고 선언은 인도네시아, 러시아, 브라질 등 주요 산림 국가가 모두 동참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FACT 대화의 소작농 지원 워킹그룹에도 참여한 한국 정부도 COP26을 내년 있을 세계산림총회(WFC)를 홍보의 장으로만 보지 말고, 지금껏 지적받아왔던 산림 및 에너지 정책을 수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게 시민사회의 주장이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한국은 이미 부족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늦은 탈석탄 목표 연도로 국제사회의 혹독한 검증에 직면해 있다"며 "산림과 토지 이용 부문마저 기존의 반기후적인 정책을 유지한다면 ‘역시 기후악당’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