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힐링] ‘DMZ 평화의 길’ 친환경 쉼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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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힐링] ‘DMZ 평화의 길’ 친환경 쉼터로

DMZ, 되살아난 생명으로 풍요로운 자연생태계 이뤄
서부 DMZ, 철새 이동경로서 중요한 중간기착지로
중서부 온대림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식물군 분포
산남습지 등 생태적으로 중요한 습지 경관 연출

[지데일리] "이제 전쟁의 상처가 남아 있는 비극의 땅이 아닌, 생명과 평화의 땅입니다."

 

과거 비무장지대(DMG, Demilitarized Zone)는 민족 간에 비극이 벌어졌던 고통의 땅, 지금도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위기의 땅이었다. 하지만 이제 DMZ는 생명의 숨결이 저절로 살아나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풍요로운 자연생태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다. 

 

이는 자연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가장 중요한 의미로, 이 생명들을 돌보면서 더 이상 전쟁이 없고 평화가 넘치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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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평화공원을 향해 달리는 열차

 

 

더 이상 사람들의 욕심으로 생명을 짓밟고 자연을 황폐화시키지 않아야 하며, 전쟁과 개발보다는 생명과 평화가 숨 쉬는 공간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 이유다.


지난 1950년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을 안은 채 70여 년이 지난 지금, 풍요로운 생명과 생태계가 만발한 DMZ는 우리에게 그 해답을 알려준다.

 

DMZ가 우리에게 즐거운 상상의 공간이 될 수 있다면,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이 DMZ에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면, DMZ는 우리가 이념을 떠나 함께 꿈꿀 수 있는 지상의 마지막 낙원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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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이른 겨울 경관을 살피며 자유의다리를 거닐고 있다.

 

 

1953년 정전협정을 통해 DMZ가 만들어진 이후 남과 북은 철책을 세워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다. 비록 군사작전 상의 이유로 키 큰 나무들을 베어버리거나 경계초소를 만드는 등의 작은 개입은 이뤄졌지만, 7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인간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았다. 

 

이에 자연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빠른 속도로 되살아났다. 지금 DMZ는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생태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가 DMZ의 자연친화적 환경을 비교적 가까이에서 접할 방법은 민간인통제구역을 방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험준한 동부 산악지대는 사실상 접근이 어렵지만, 철원으로부터 서쪽 방향인 서부 DMZ 일원은 접근도 쉽고 생태관찰도 용이하다. 

 

때문에 DMZ의 자연생태가 궁금한 이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분단의 역사와 DMZ의 자연을 안내하는 현장체험학습 장소로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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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DMZ는 동아시아에서 호주로 연결되는 철새 이동 경로에서 중요한 중간기착지이자 월동지다.

 


서부 DMZ의 식물상은 생육지 특성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임진강변과 농경지, 웅덩이, 자연하천 등에서는 비슷한 습지식물들이 군락을 이룬다. 

 

또 산지나 들판에서는 한반도 중서부 지역 온대림에서 볼 수 있는 식물군이 다양하게 분포했다.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지역답게 간혹 희귀한 식물도 볼 수 있다. 때문에 흔한 식물과 희귀한 식물, 고유종과 귀화식물 등을 모두 살펴볼 수 있다.

 

DMZ의 새들은 자유롭게 철책을 넘나든다. 분단된 하늘을 새들만이 이어주고 있는 것이다. 서부 DMZ는 동아시아에서 호주로 연결되는 철새 이동 경로에서 중요한 중간기착지 혹은 월동지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주목받는 이동성 물새들이 이곳을 드나든다.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지정 조류들부터 작고 흔한 새와 크고 보기 드문 새까지, 다양한 물새들과 산새들을 사계절 내내 볼 수 있는 것도 이 곳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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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의 새들은 자유롭게 철책을 넘나든다. 분단된 하늘을 새들만이 이어주고 있는 것이다.

 


서부 DMZ 일원은 구릉지 같은 산과 평지가 많고 다양한 형태의 습지가 발달한 모습이다. 비무장지대의 사천강에서 흘러나온 지류가 남방한계선을 따라 흐르면서 산지에서는 산상습지를, 평지에서는 자연하천을 이뤘다. 

 

아울러 임진강이 한강과 예성강을 만나 서해로 이어지는 이곳은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며 다양한 모습의 습지가 나타났다. 시암리습지, 산남습지, 공릉천하구습지, 성동습지, 장단습지, 문산습지, 임진각습지, 초평도습지 등 생태적으로 중요한 습지가 독특한 생태와 경관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DMZ는 남과 북이 서로 함부로 넘나들 수 없는 관계로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는 땅이다. 멸종 위기의 동물들과 식물들이 숨 쉬고 있는 곳으로 한강 하구나, 습지 등 자연 생태계도 본래의 모습이 잘 보존돼 있다. 

 

더욱이 군사적으로 중요한 곳이라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유적지가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이처럼 DMZ는 그 보전 가치가 뛰어나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생명과 평화가 우리 모두의 희망임을 떠올리면 DMZ는 생명의 땅이며, 희망의 땅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