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그린노트] 물고기의 '암호 같은 행동', 어라 저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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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그린노트] 물고기의 '암호 같은 행동', 어라 저게 뭐지?

‘바다’(Sea). 원시 지구의 비밀을 품은 생물종이 살고 있으며, 지구 역사 속에서 진화, 멸종, 새로운 종의 탄생이 반복되는 다채로운 생명 현상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이다. 극지, 온대, 아열대, 열대 바다에는 다양한 해양생물이 가득하고, 여전히 연구해야 할 미지의 영역이 가득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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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무늬

 

우리가 사는 지구에는 무려 3만3600종이 넘는 물고기가 있다. 매년 새롭게 250종이 추가로 발견되고 있으니, 그 수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 엄청난 종류는 포유류, 조류, 양서류, 파충류를 다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어류는 지구상에서 종류가 가장 많은 척추동물이지만, 아주 깊은 물속에 살거나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비밀들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물고기는 다양한 모양과 크기를 갖고 있다. 아주 깊은 바다부터 얕은 연못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나 살고 있으며, 버스처럼 거대한 것부터 엄지손가락 크기의 아주 작은 종까지 다양하다. 모든 물고기는 중요하고 자연 세계가 얼마나 놀라운지 잘 보여준다. 

 

<물고기의 모든 것>(더그 맥케이-호프, 사람의무늬)에서는 그중에서도 특히 매혹적인 50종을 선별해 아름다운 수채화로 그린 삽화와 함께 소개한다.

 

금보다 비싼 대서양참다랑어부터 여러 단어를 말할 줄 아는 브라질의 붉은배 피라냐, 물 밖에서 여러 달 생존할 수 있는 북아프리카의 표범폐어와 수컷이 새끼를 낳는 바기반트 피그미 해마까지, 모든 물고기들은 저마다 놀라운 이야기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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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물고기는 머리가 나쁘다고 말한다. 하지만 물고기는 어리석지 않다. 각 종은 저마다 독특하며, 어떤 종은 놀이에도 참여하며 심지어 고통을 느끼는 종도 있다. 

 

대표적으로 금붕어의 기억력이 5초밖에 못 간다는 말은 것짓이다. 실제 어항에서 살면 계속 맴돌며 헤엄을 쳐야 하기 때문에 금붕어가 화가 난 상태일 수도 있지만, 기억력에 관해서는 사실 그 반대다. 오히려 금붕어는 기억력이 매우 좋다. 심지어 얼굴 인식 훈련을 받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속임수를 기억할 수 있다고 하는 다른 동물보다 훨씬 영리하다.

 

금붕어는 다른 대부분의 어종과 마찬가지로 배가 찼을 때를 알지 못하고 먹이가 있으면 계속 먹는다. 이에 사람들은 금붕어의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사실 야생에서 너무 많이 먹는 것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음 먹이가 어디에서 언제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먹이가 있을 때 최대한 먹어두는 것이 생존을 위한 방법이다. 하지만 애완용으로 키워질 때조차 이 본능 때문에 배가 찼는데도 계속 먹게 되는 것이다.


홍연어는 민물에서 부화하여 바다로 이동했다가 몇 년 후 번식을 위해 태어난 강으로 회귀하는 다섯 종의 태평양 연어 중 하나다. 연어의 행동 중 놀라운 것은 민물과 바닷물 양쪽으로의 이동을 위한 삼투압 조절만이 아니다. 

 

홍연어는 번식할 준비가 되면 같은 강의 똑같은 웅덩이로 돌아간다. 최소 4년, 어쩌면 더 긴 시간 동안 그 장소를 본 적도 없었는데 그저 낳을 낳고 죽기 위해서 돌아간다.

 

산란 후에 죽는 연어가 다소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최근 밝혀진 연구는 이 행동이 매우 현명한 생존 전략임을 보여준다. 홍연어가 번식하는 고지대의 차가운 개울은 자연 발생의 샘에서 시작되며 필수 요소가 결핍된 경우가 자주 있다. 

 

연어가 거의 산란을 하자마자 죽을 때, 수백만 마리가 죽기 때문에 대체로 커다란 새와 포유류에게 충분한 먹이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들의 사체에서 빠져나온 인, 질소, 칼슘, 마그네슘이 서서히 물에 확산되면서 다음 세대는 필수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다.

 

다음 세대의 물고기만이 아니라 수천 만 마리의 곰, 늑대, 흰꼬리수리, 심지어 나무들까지도 연어의 죽음에 의존한다. 실험 결과 태평양 북부 나무들은 모두 연어의 몸에서만 나올 수 있는 해양성 인을 흡수해 번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기적을 행하는 연어들은 자기 몸을 변형할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 자기 생명도 포기하면서 주변 전체 삼림 생태계에 영양분을 제공한다. 특히 지구에서 가장 큰 생물학적 다양성 일부와 대규모의 이산화탄소 흡수지 중 하나를 유지시킨다.

 

책은 ‘위험하고 치명적인 물고기’, ‘초미니 물고기’, ‘거대한 물고기’, ‘생소한 물고기’, ‘극한의 환경에서 사는 물고기’, ‘오래된 전설들’ ‘세상을 돌아다니는 물고기’ 이렇게 일곱 개의 주제에 따라 50종의 물고기를 소개한다. 

 

그러면서 각 종의 독특하고 때로는 당혹스러운 행동, 초감각과 독소, 전기충격 등 물고기의 신체 작용에 대한 미스터리는 물론 지구 생태계에서 물고기가 맡고 있는 중요한 역할까지 차근차근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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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해부도감>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바다 위아래의 세상에 관한 거의 모든 지식이 담겨 있는 책이다.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조석 작용에서부터 바닷물은 왜 짠지, 바다 깊이에 따른 구역, 산호초의 세계, 해변의 생김새 등 바다를 둘러싼 모든 풍경이 이해하기 쉬운 그림으로 곳곳에 펼쳐져 있다.


생명체들에 관한 이야기들도 흥미를 끈다. 먹잇감을 두고 서로 경쟁하지 않고 훌륭하게 협력하는 능성어와 곰치 이야기, 몸길이의 3배에 이르는 배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를 세우고 바다 밑바닥에서 숨을 죽인 채 먹잇감을 기다리는 세다리물고기, 부비강을 통해 고음을 내보낸 다음 되돌아오는 반향을 해석해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돌고래, 다른 생명체에 비해 상어 이빨 화석이 흔히 발견되는 이유, 펭귄이 미끄러운 얼음판 위에서 배를 바닥에 대고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이유, 포식자를 피해 해삼의 항문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기술을 발전시킨 숨이고기 등 매 페이지마다 생존을 위해 투쟁하고 연대하며 극복해 나가는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책에는 반가운 이름도 실려 있고,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명칭과 정보도 많이 등장한다. 일례로 펭귄은 크기에 따라 황제펭귄·임금펭귄·전투펭귄·마카로니펭귄·훔볼트펭귄 등으로 나뉘는가 하면, 어류의 지느러미는 배지느러미·뒷지느러미·가슴지느러미 등 해당하는 각기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상어의 종류 또한 표범상어·백상아리·망치상어·레몬상어·청상아리·수염상어 등으로 다양하다. 먼바다에서 삶을 이어나가는 새들이 있는가 하면 가까운 바닷가에서 살아가는 새들도 있다. 

 

생명의 보물창고인 해변의 모래 역시 산호, 화산암, 석영, 조개껍데기 등 여러 광물질로 이뤄져 있다. 이렇듯 저자는 우리와 함께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들의 이름과 그들의 특징을 일일이 불러주고 언급한다.


저자는 지금 바다가 직면하고 있는 전 세계적 문제를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일부 지역의 해면은 청소 도구로 이용하려는 인간의 오랜 채취 행위로 훼손되어 왔는가 하면,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사이에는 대한민국 면적 16배 크기의 쓰레기섬이 존재한다. 

 

상업주의 어업에서는 전체 어획량의 40%에 이르는 '의도하지 않은' 어획물이 폐기처분 된다. 온순한 채식주의자 매너티들은 해수면 근처에서 졸다가 보트에 부딪혀 새마다 수십 마리씩 목숨을 잃는다. 

 

인류 문명 때문에 7종의 바다거북 중 6종이 위기근접종과 멸종위기종에 이르렀다. 기후 변화로 앞으로 30년 후면 여름철 북극에서는 얼음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죽은 향유고래의 배에서 5.9킬로그램의 플라스틱이 나온 적도 있다.


책에서는 지구 표면 대부분을 덮고 있는 바닷속 탐험을 통해 흥미롭고 놀라운 지구별과 그 안의 신비로운 생명체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이야기 속에는 ‘이 지구상에 함께 사는 존재들에 대한 존중’이 담겨 있다. 저자는 말한다. 지구는 더 이상 인간만의 세상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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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공인 물고기 박사 명정구 교수. 그는 40여 년간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수중탐사를 통해 다양한 물고기를 만나고, 수중세계를 연구해 왔다. 평생을 물고기와 해양생태계, 수산자원 탐구에 매진해 온 그는 연구자 생활을 마치며 그간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인 <물고기 박사가 들려주는 신기한 바다 이야기>(산지니)로 엮었다. 

 

수중탐사를 통해 알아낸 물고기의 생태에 대해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바다와 생명에 관한 저자의 철학, 바다를 꿈꾸던 바다소년이 해양생물학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풀어냈다.


저자는 지구의 진정한 터줏대감은 물고기라고 말한다. 육지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물고기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인간은 육지뿐 아니라 해양생태계까지 침범해 그 환경을 파괴해 왔지만, 물고기를 비롯한 해양생물들은 수억 년 동안 생태계의 질서를 지켜 왔다. 

 

수중세계에는 상어나 고래와 같은 포식동물과 멸치, 정어리, 고등어 등 작은 물고기가 생태적 균형을 이루며 살아간다. 저자는 "상어 지느러미 요리를 위해 수천만 마리의 상어를 잡아들이고, 수산 어종을 남획하는 인간에 의해 수중의 먹이사슬이 파괴되고 있다"며 "조화롭게 절제하며 살아가는 물고기의 모습을 인간이 배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특히 세계 곳곳의 바다를 탐사한 저자는 우리나라 바다의 아름다움과 생태적 우수함을 강조한다. 뚜렷한 사계절을 가진 위도상의 특징, 다양한 해류와 물덩이, 갯벌과 다도해 등 연안의 특성이 복합되어 만들어진 환경으로 우리나라 바다에는 다양하고 많은 수의 생물종이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동양의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독도와 울릉도는 저자가 꼽는 최고의 수중경관이다. 20여 년간 바다목장화 사업에 매진해 온 저자는 "우리 바다의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수중세계를 잘 아는 전문 연구자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최근 낚시산업의 발달로 증가한 유어 자원관리, 해양 쓰레기, 수산자원 남획, 어업민과의 갈등과 같은 문제들 역시 바다라는 대자연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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