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그린노트] 그렇게 모른 척, 하는 척?.. 환경탐구생활 '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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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그린노트] 그렇게 모른 척, 하는 척?.. 환경탐구생활 '엄지 척'

[지데일리] 자연에는 쓰레기가 없다. 오직 인간이 만든 제품만이 쓰레기가 된다. 

 

하천과 바다를 점령한 미세플라스틱, 전국에 방치된 쓰레기산, 코로나 이후 늘어나는 쓰레기 문제가 기후위기로 번져가고 있어 과연 미래가 지속가능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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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지구는 어쩌면 타이타닉호의 비극을 향해 치닫는 듯 보인다. 지금 환경오염뿐 아니라 기후위기, 자원고갈, 자연재해, 에너지 문제 등 인류가 대처해야 할 위기가 너무 커졌다.


2018년 기준 하루에 발생하는 우리나라 쓰레기 양은 43만 톤이다. 1년에 1억5700만 톤의 쓰레기가 우리나라 곳곳에 쌓인다. 쓰레기 소각시설은 점점 줄고, 매립시설은 이제 28%의 용량만 남았다. 


지금처럼 쓰레기가 쌓이면 수도권 매립지는 2024년에 문을 닫게 된다. 타이타닉호의 비극보다, 지구의 상황은 참혹하다.


2015년 이, UN에서 범세계적으로 추진 중인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쓰레기를 그저 쓰레기로 보지 않고 자원으로 보는 인식 전환을 위해 자원순환기본법이 제정되었고, 2021년 8월 31일에는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 기후 위기에 대한 범국가적인 대응을 법제화했다. 정부는 그린뉴딜과 같은 적극적인 정책도 추진 중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다. “당신들은 자녀들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것은 자녀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는 것입니다.” 2019년 툰베리가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한 연설이 폐부(肺腑)를 찌르지만 우리의 생활과 행동이 변화하지 않았다.


우리는 더 많은 실천을 해야한다. 가장 손쉽게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실천은 쓰레기 분리배출이다. 기후위기의 위험성과 적극적인 대응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이유는 귀찮아서거나 어려워서다.


<쓰레기 사전>(안지훈 지음, 정독 펴냄)은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말 그대로 쓰레기 사전이다. 지금까지 분리배출을 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겠다고했던 사람들에게 더 이상 변명이 통할 수 없게 하는 책이다.


쓰레기 분리배출을 잘 하고 있는 사람들도 공부를 해야한다. 재활용이라고 생각하고 배출했던 쓰레기 중 상당수가 자원으로 순환되지 않고, 잘못된 분리배출법으로 버린 쓰레기는 우리의 시간만 낭비하는 것만 아니라 자원으로 쓰일 쓰레기마저 버려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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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제로(0)는 궁극적으로 4R, 즉 감량(reduce),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 에너지회수(recovery)를 실천해야 한다.


우선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생산과 소비습관을 바꿔야 한다. 소비를 통해 스스로의 존재와 정체성을 드러내는 소비문화시대에 소비를 줄이는 일은 힘들다. 소비문화의 악순환을 끊는 전지구적 대전환이 시급하다.


감량이 국가와 사회의 변혁을 통해 이뤄진다면 재사용과 재활용은 개인과 지방정부의 영역에 가깝다. 물론 최초의 상품을 만드는 단계를 고려해야한다는 점에서 더 큰 고민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해답은 개인의 행동에서 시작된다.


재사용과 재활용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재사용은 이미 사용한 물건을 본래의 의도와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고, 재활용은 본래의 의도와 목적에 용도를 더하거나, 손질을 가해 활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재사용은 물건을 더 많이 사용할 방법과 더 사용할 사람을 찾는 일이고, 재활용은 본래 용도를 넘어선 다양하고 획기적인 물건의 용도를 찾고, 손질 방법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지구를 위한 개개인의 작은 실천은 큰 변화를 이룬다.


마지막으로 에너지회수다. 에너지회수란 분리배출, 유용자원매립의 최소화, 폐자원의 에너지화를 의미한다. 


에너지회수는 자원순환계획에서 규정한 4단계(생산-소비-관리-재생) 중 관리단계와 재생단계에 해당한다. 우리가 소비한 제품을 어떻게 분리배출해야 매립과 소각을 최소화하고 재활용률과 에너지화를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한다면 그 답은 또 다시 개인으로 이어진다.


한정된 천연자원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를 매립하거나 태우지 않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정부, 기업, 개인 모두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지금 바로 우리가 당면한 빙하 앞에 선 타이타닉호를 멈춰 세우려면 우리 개개인의 일상의 전환만이 길이다. 꼼꼼하게 따져하는 바른 분리배출만이 쓰레기 제로(0) 시대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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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매커니즘은 생명체 못지않게 복잡하고 정교하다. 생태계와 먹이사슬의 구조는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고, 해류와 바람, 식물의 광합성과 지열 등 지구의 탄생부터 함께해온 자연 현상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하다.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지구야 미안해’라는 말을 직접 내뱉지는 않더라도,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간주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이 필요하다. ‘Mother Earth’라고도 불리는 지구를, 어머니처럼 사랑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존중을 해야한다.


‘지구 시점’을 적용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하나의 생명체인 지구의 입장에서 개인의 일상을 살펴보는 일이다. 그렇게 살펴보면 마음에 걸리는 행동을 발견할 수 있다.  <전지적 지구 시점>(정원 지음, 마음의숲 펴냄)의 저자는 사소한 행동을, 일상을 조금씩 바꿔간다. 


누구나 한 번쯤 물건을 구매한 뒤 후회한 때가 있다. 물건이 예상보다 사용성이 떨어져서, 충동적으로 구매한 뒤 방치되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이유가 어떻건 간에 현대의 인류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일상의 불편이 지저분한 물건들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저자는,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아가는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한다.


물건은 필연적으로 소모적인 성격을 가진다. 물건을 살 때도, 그것을 팔거나 버릴 때도 시간과 돈을 소모해야 한다. 물건을 살 때의 행복은 금방 사라지며, 샀는데 행복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욕망에는 끝이 없을뿐더러 당신의 자원 역시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물건이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을 버리는 순간 당신과 지구 모두 ‘물건으로부터의 해방’, 즉 자유를 얻게된다.


'국내의 한 심리학 연구 논문에 따르면, 한국어에서 좋은 감정을 표현할 때 쓰이는 단어 중 가장 많은 사람에게 꼽힌 단어는 ‘홀가분하다’라고 한다. 이는 불편했던 무엇이 없어졌음을 의미하는 단어다. 공간에 뭔가를 채우는 대신 덜어내는 게 일상의 ‘홀가분 지수’를 높이고 단순해지는 방법이겠다 싶었다. 생각을 단순하게 하는 것보다 물건을 줄여서 주변을 단순하게 하는 편이 쉽게 사는 지름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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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물건을 유지하는 미니멀 라이프가 물건이 가져다주는 피로에 시달린 개인의 행복을 되찾는 행동이라면, 제로 웨이스트는 지구의 환경 회복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이 역시 개인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마찬가지다. 당신을 둘러싼 환경을 쾌적하게 바꾸는 일이다. 이 책은 저자만의 유별나면서도 실용적인 제로 웨이스트 실천 방법과 에피소드를 자세히 소개한다. 


제로 웨이스트가 필요한 이유는 쓰레기의 생산이 곧 자원의 낭비를 증명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이다. 인간은 지구가 베푸는 자원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데, 지구는 기후 위기에 급속히 고갈되고 불안정해졌다.


특히 플라스틱은 각종 연구와 지표에서 기후 위기를 촉발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플라스틱 소비 감축은 이제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여러모로 유용한 플라스틱을 아예 안 쓸 수는 없는 일이지만 해법은 간단하다. 이 책에서 당신의 눈에 띈, 간단한 실천부터 시작하면 된다.


플라스틱은 장점이 많다. 싸고 가벼우며, 견고하면서도 유연해 가공이 쉽다. 이 좋은 걸 안 쓰는 건 손해라는 생각마저 든다. 플라스틱을 가급적 쓰지 말자는 것이지 모든 플라스틱을 없애자는 주장을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대체재가 있는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


나 하나 신경 쓰기도 버거운 삶, 때로는 실천에 대한 압박감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저자는 자신도 그렇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리고 말한다. 여러 번 강조한 원칙, 당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하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게임의 퀘스트를 클리어하듯 재미있는 것만 하라고. 즐거운 실천이 모여서 세상은 바뀌었노라고.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다. 시장에 열 번 갔을 때 다섯 번은 비닐을 챙겨가고 다섯 번은 그러지 못했다 해도, 당신은 친환경을 실천하는 사람이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는 사람이다. 뭐라도 하려는 마음은 언제나 아름답다.


갈수록 나빠지는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부담감으로 바뀌어 당신을 짓눌렀다면, 환경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심각해지고 무거워지는 분위기가 불편했다면 이 책을 통해 당신의 그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함께하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는 것이 적잖은 힘이 된다. 특히 우리가 살 만한 환경에서 오래도록 건강할 수 있기를 바라는 행동의 힘이 더욱 그렇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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