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RE:포트] 꿀벌과 공생하는 지속가능한 아몬드 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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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RE:포트] 꿀벌과 공생하는 지속가능한 아몬드 재배

꿀벌 개체수 매년 25퍼센트 감소세.. 기후변화 피해 직격탄
식물 군락 다양화 통한 서식지 확충·생물 다양성 증진 나서
농가·민·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전략적 협력 괄목 성과

  • 이종은 sailing25@naver.com
  • 등록 202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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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지난 2006년 가을 미국의 플로리다주에서 꿀벌 실종사건이 보고됐다. 한 양봉장 벌통 안에 있어야 할 2000만 마리의 꿀벌들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으로, 이는 전 세계 양봉 종사자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됐다.


지구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의 약 3분의 1이 곤충의 수분 활동으로 열매를 생산하는데, 그 중 80%가 꿀벌을 통해 이뤄진다.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지구상의 동물이 먹을 수 있는 열매의 상당수가 사라지게 되고, 식물들도 번식을 할 수 없게 되는 현실에 직면할 전망이다.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중 70% 이상의 수분 활동을 책임지는 꿀벌의 개체수 급감으로 인한 문제가 전세계적이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꿀벌 실종 사건 이후 세계적으로 꿀벌의 수는 매년 25퍼센트 정도가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꿀벌 실종 사건이 우리에게 아주 심각한 위기로 다가오는 이유는 인류의 생존과 밀접하게 연관돼서다. 꿀벌 연구자들은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간도 멸종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시 꿀벌이 사라진 사건의 원인으로는 휴대 전화의 전자파, 농약, 꿀벌 진드기(바로아 응애) 등이 지목됐지만 확실한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 최근 설득력을 얻는 것은 사람들이 먹을거리를 만드는 데 꿀벌을 지나치게 혹사시키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줘서 꿀벌이 사라지게 됐다는 논리이다. 사람들의 지나친 욕심으로부터 비롯된 이 사건은 그 자체로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UN 산하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가 발표한 ‘수분 및 수분 매개체 평가서’에 따르면 과거 50년간 전 세계 벌의 개체수는 37%가 감소했다. 일부 유럽 지역에서는 현재 40%이상의 벌이 생존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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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꿀벌의 수는 매년 25퍼센트 정도가 감소하고 있다. ⓒpixabay

 


꿀벌 개체 수 감소는 국내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겨울 국내에서 월동 중인 사육 꿀벌 가운데 약 78억 마리가 집단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꿀벌의 개체수 감소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온실가스 증가로 따뜻한 겨울이 지속됨에 따라 빨라지는 개화 시기를 따라잡지 못해 꿀벌의 화분 채취 시간이 부족해지고, 꿀벌의 먹이인 벌화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 꿀벌은 영양 부족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져 병충해에 취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로 인한 꿀벌 멸종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꿀벌과 공생하는 지속 가능한 아몬드 재배를 위한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의 지속적인 노력이 눈길을 끌고 있다. 


수분 활동이 100% 꿀벌에 의해 이뤄지는 아몬드 나무는 열매를 맺기 위해 꿀벌이 반드시 필요한 작물로 꼽힌다. 꿀벌에게 필요한 10종류의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는 아몬드 꽃가루는 겨울을 지낸 꿀벌이 섭취하게 되는 첫번째 영양 공급원으로서 지속적인 수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이렇게 아몬드와 공생관계에 있는 꿀벌을 위해 협회는 지난 1995년부터 꿀벌 건강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는데, 지금까지 작물 협회 중 가장 많은 130개 이상의 꿀벌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후원해왔다. 지난 2020년엔 ‘5대 꿀벌 계획(Pollinator Protection Plan)’을 통해 꿀벌을 보호하고, 건강과 서식 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꿀벌을 연구하기 위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계획에 따라 수분 활동을 하는 동물과 서식 환경을 보호하는 비영리단체 ‘폴리네이터 파트너십’과 손잡고 캘리포니아 아몬드 농가들이 꿀벌 친화 농업(Bee Friendly Farming)’ 인증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기준 약 6600만 평에 달하는 아몬드 농장들이 꿀벌 친화 인증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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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개체수 감소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온실가스 증가로 따뜻한 겨울이 지속됨에 따라 빨라지는 개화 시기를 따라잡지 못해 꿀벌의 화분 채취 시간이 부족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협회는 꿀벌 연구기관인 프로젝트 아피스엠 폴리네이터와도 협력해 아몬드 농장 주변에 꿀벌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꿀벌을 위한 씨앗 프로그램(Seeds for Bees)’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135개 아몬드 농가가 프로젝트에 참여해 아몬드 농장과 주변에 다양한 꽃을 심어 아몬드 개화 전후에도 꿀벌에게 충분한 먹이를 제공할 수 있는 서식지를 만들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22%가량 꿀벌 서식지가 확대되는 등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아몬드 농장을 넘어 캘리포니아 전역으로 꿀벌 보호 활동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폴리네이터 파트너십’을 진행하는 한편 캘리포니아 농무부와 협업해 ‘캘리포니아 폴리네이터 연합(CPC)’을 창설했다. 

 

연합체는 캘리포니아의 농장주와 농경지를 대표하는 20개 이상의 농업과 보전 조직들로 구성된 곳으로 꿀벌을 포함, 화분 매개 곤충의 서식지 확대를 통한 생물학적 다양성 증대와 식량 생산과의 선순환을 위해 협업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기후 이상과 토지 오염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이슈들을 해결할 데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꿀벌 보호에서 나아가 미량 관개 방식 도입을 통한 수자원 절약, 기후스마트농업, 아몬드 재배 시 발생하는 폐기물을 없애는 제로 웨이스트 등 환경 보호를 위한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