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진단]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세계적 성장 아닌 공존하는 지역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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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진단]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세계적 성장 아닌 공존하는 지역 성장

[미-친-책 365] 본지가 2022년 독서문화 진흥 캠페인 '미-친-책 365'를 진행합니다. 베스트셀러나 신간 도서에 밀려 독자들과 '미처 친해지지 못한 책'을 찾아 소개하고 일독을 권장함으로써 다채로운 독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나아가 다양한 콘텐츠와 온라인 플랫폼이 넘쳐나는 시대에도 책을 찾는 이유를 생각해보고 편독 없이 다양한 주제의 책을 제안해보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편집자 주>

  • 이종은 sailing25@naver.com
  • 등록 2022.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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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한때는 우주의 멋진 오아시스로 아름답고 시원하고 푸른 행성이었지만 지금은 너무 덥고 너무 춥고 너무 습하게 변해버린 지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은 인간의 능력으로 이룩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특정한 기후 조건에서 가능했던 우연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빙하기에는 너무 추워 농사를 지을 수 없어서 한 곳에 정착할 수가 없어 문명도 탄생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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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68년 12월 달 주위를 공전하던 아폴로 8호 우주비행사는 ‘지구돋이’라 불리는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사진 속 지구는 파랗고 소용돌이무늬가 있는 구체로 생명 없이 척박한 달과는 대조를 이루는 말 그대로 우주의 멋진 오아시스였다. ⓒpixabay

 

 

간빙기가 돼 약 1만2000년 전에 기온이 안정되고, 약 7000년 전 해수면 변동이 끝나고 나서야 농경 생활이 가능해지고 문명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을 추정된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해수면 상승이나 생태계 파괴 등 대규모 환경 재앙이 일어나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옛 지구는 이전에 누구도 본 적 없는 나쁜 방식으로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옛 모습이 일부 남아 있지만 근본적으로 새로운 행성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갈수록 뜨거워지고 추워지고 습해지는 환경을 피할 길은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피한 현실이다.

 

자연과 단절된 현대인은 인공 시설과 인간이 만든 시스템을 단단하고 영구적인 것처럼 여기며 인간이 자연의 일부이며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수도를 열면 물이 나오지만 그 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가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산업과 소비가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으며 그 결과 인간은 기후위기를 유발해 지구상 모든 생명체를 멸종 위기로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지구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산화탄소가 만들어낸 새 지구는 옛 지구와 대체로 닮았지만 매우 달라졌다. 우리는 옛 지구로 되돌릴 수도 없는 상태에서 이곳에 계속 살아가야 한다. 


지난 1968년 12월 달 주위를 공전하던 아폴로 8호 우주비행사는 ‘지구돋이’라 불리는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사진 속 지구는 파랗고 소용돌이무늬가 있는 구체로 생명 없이 척박한 달과는 대조를 이루는 말 그대로 우주의 멋진 오아시스였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그 지구 위에 살고 있지 않은 현실이다. 지구는 날마다 오아시스와는 더 멀어지고, 더 사막이 되어가는 중이다. 육지 위를 강타하는 큰 폭풍은 이제 번개를 더 많이 내리친다. 북극에는 이제 한 덩어리의 얼음도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지구 표면의 4분의 3을 덮고 있는 대양은 산성화가 뚜렷해지면서 해수면도 상승 중이다. 높아지는 수온 탓에 허리케인과 사이클론도 더 강해지고 있다. 안데스산맥과 히말라야산맥의 광대한 내륙 빙하, 미국 서부 산맥의 눈이 빠르게 녹고 있어 수십 년 안으로 하류 쪽 수십억 명이 물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할 전망이다.  

 

아마존의 거대한 우림지역은 가장자리가 이미 마르고 있는데다 중앙 부분 역시 위협 받은 오래다. 북미의 거대한 아한대 산림에서는 나무들이 수년 안에 모두 죽을 운명이 처해 있다. 이에 더해 지구 지각층 아래의 거대한 석유 저장고는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변화가 국제적인 의제가 된 지 30여년 가까이 되고 교토 의정서가 나온 지도 25년여이 다 되어 가건만 그간 세계 각국이 대기에 방출하는 탄소의 총량은 오히려 크게 늘어났다. 가난한 국가는 개발을 위해 돈과 기술을 원한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는 자원을 자신들에 유리한 쪽으로 계속 이용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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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를 조금이라도 더 낮추기 위해 지구 곳곳의 사람들이 태양열 전지를 쓰고, 공동체 정원을 만들고, 자전거 길을 만들며, 공동체를 강화하는 것과 같이 상황은 끔찍하지만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며 생존해낼 방법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정확히 보면 기후변화는 항상 일어났던 일이라 할 수 있는데 빙하기와 간빙기가 번갈아 찾아왔던 사실이 이를 대변한다. 90만 년 전부터는 약 10만 년 단위로 간빙기와 빙하기가 교대로 일어났는데 그때 기온 차이가 4~5도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약 100년 만에 기온이 약 1도 올랐다. 4~5도가 오르내리는 데 10만 년이 걸렸는데 현재는 단 100년 만에 1도가 오른 셈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는 이번 세기 내에 기온 상승 제한 목표를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했을 때 1.5도 이내로 잡은 바 있다. 산업혁명 이전보다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하게 되면, 그 이후에 일어날 일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부유한 나라의 에너지기업들은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이윤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 전세계가 힘을 모아 탄소 방출을 제로로 감소시킨다 하더라도 지구온난화는 상당 기간 진행될 전망이다. 

 

이러한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먼저 성장지상주의를 새로고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간 이어온 성장을 향해 속도를 내다가는 지구의 자원은 그야말로 고갈 상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성장을 어느 정도 희생해야 한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절약이다. 번영하는 법이 아닌 생존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인데 큰 것보다는 작은 것에서 원칙을 지키고 질주보다는 공존으로 역동이 아닌 안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공동체라 할 수 있다. 전 지구적 경제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립적 안전망을 확보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일례로 미국 식품경제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농민시장은 사라졌던 네트워크를 재건하는데 괄목한 만한 성과를 냈다. 

 

워싱턴 주 벨링햄은 지역 생활 경제를 위한 기업연합을 구성해 지역 구매의 의존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매사추세츠 서부 버크셔에 유통되는 ‘버크쉐어’ 같은 지역화폐 프로젝트도 좋은 사례가되겠다. 

 

물론 지역적인 것들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더 큰 것과의 연결을 버린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지역화폐를 쓴다고 미국 달러를 안 쓰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속화된 세계적인 성장이 아닌 공존하는 지역의 성장이 절실하다 하겠다.


무엇보다 지금의 지구는 인간이 저지른 가장 심각한 실패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가 만든 이 세상에서 계속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 빌 매키번의 <우주의 오아시스 지구>는 바로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해 우리가 회복시켜야 할 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조금이라도 더 낮추기 위해 지구 곳곳의 사람들이 태양열 전지를 쓰고, 공동체 정원을 만들고, 자전거 길을 만들며, 공동체를 강화하는 것과 같이 상황은 끔찍하지만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며 생존해낼 방법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