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책] 온몸으로 듣고 마음으로 기억한다.. 김지희 'G는 파랑'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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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산책] 온몸으로 듣고 마음으로 기억한다.. 김지희 'G는 파랑' 外

  • 손유지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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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는 파랑 - 피아니스트가 음악을 기억하는 방법 

김지희 지음, 윌북 펴냄


‘감상은 ‘감각으로 하는 상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품을 만날 때는 최대한 많은 감각을 동원해 자세한 상상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솔은 파랑’이라는 뜻의 <G는 파랑>은 피아니스트 김지희가 지금껏 만나온 클래식과 재즈를 그만의 특별한 감상법으로 안내하는 책이다. 


감상이란 ‘감각하는 상상’이라고 말하는 그는 음악을 청각은 물론 시각, 촉각, 후각, 미각까지 총동원해 상상해보고 마음에 남긴다. 


마치 칸딘스키가 음악을 색채로 표현했던 것처럼 공감각을 통해 음악을 세세히 묘사해보는 방법이다. 흔히 클래식 음악은 어렵고 비싸다는 편견이 있다.


이 감상법에는 음악적 지식이나 경험이 필요하지 않다. 누구나 지금 당장 음악을 틀고 상상해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아주 자세하고 구체적인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김지희는 말한다. 


만약 음악을 듣고 떠오른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어떤 옷을 입고 있고, 어떤 향기를 풍기는지, 음악을 들을 때 어느 쪽 귀에 먼저 이어폰을 꽂는지 등까지 세세히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방법으로 100여 곡의 클래식과 재즈를 소개한다. 클래식을 소개하는 많은 책 중에서도 가장 다정한 방식으로 음악 세계를 소개하는, ‘좋은 음악을 좋아하는 음악으로’ 만들어주는 보석 같은 음악 에세이다. 담백하면서도 유려한 그의 묘사를 읽고 있으면 어느새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피아니스트는 우리와 다르게 음악을 들을까. 그리고 피아니스트는 그 수많은 음악을 어떻게 듣고, 어떻게 기억할까. 이 책은 ‘피아니스트가 음악을 기억하는 방법’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피아니스트가 음악을 어떻게 접하고, 듣고, 기억하는지, 나아가 어떻게 자기 것으로 만드는지 풀어낸다. 


처음으로 ‘몸으로 기억하기’에서는 말 그대로 온몸을 통해 음악을 듣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감상법이 모여 있다. 하나의 음악을 들어보고, 만져보고, 맡아보고, 먹어보면서 음악을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또한 피아니스트로 살아가며 기억하게 된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다. 가령 엉덩이에 물집이 생길 정도로 연습을 하고 나서야 들리기 시작한 음악 이야기,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 이야기, 음악과 수학을 비교하면서 새롭게 들리게 된 음악 이야기 등이 있다. 


다음 ‘마음으로 발견하기’는 음악에 대한 고민이 곧 삶과 사람에 대한 고민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피아니스트가 해주는 이야기다. 첫사랑과 함께 듣고 잃었던 음악, 동료 음악가 친구들을 시샘했던 솔직한 기억, 어두운 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와의 재회, 현대음악이라는 낯선 장르를 좋아하게 된 계기 등 피아니스트만이 할 수 있었던 경험과 생각이 담겼다. 


이 장의 가장 특별한 점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한 인간 김지희가 삶을 통과하면서 예술가 김지희로 점차 변해가는 과정이 무척 사랑스럽게 묘사되어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그가 보여주는 삶의 통찰력은, 그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우리까지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그리고 ‘음악으로 살아가기’는 말 그대로 음악을 곁에 두고 살아가는 그의 이야기다. 일기보다 솔직하게 쓰인 이번 장은 앞에서 차곡차곡 쌓아 올려진 김지희라는 사람의 이야기로 장식한다. 


자칫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로 읽힐 수 있는 이 장의 중간중간에는 음악 용어를 설명하는 에피소드가 함께 엮여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감각’으로만 들어왔던 음악을 ‘앎’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첫 장부터 순서대로 읽으면 피아니스트 김지희가 읽히고, 순서에 상관없이 읽고 싶은 음악과 에피소드부터 읽으면 통찰력과 묘사된 에세이를 읽을 수 있다.


미국에서 클래식 피아노를, 프랑스에서 실내악을, 영국에서 오페라 코칭을 배운 피아니스트 겸 오페라 코치 김지희는 음악적 성취 이외에도 글쓰기에 내내 관심이 있었던 이야기 많은 음악가다. 


저자는 탄탄한 바탕 위에서 누구나 음악의 진정한 기쁨을 맛보고 사랑할 수 있도록 온 마음에 스며드는 음악인의 음악 감상법을 이 책에서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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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  

박영서 지음, 들녘 펴냄


조선의 역사를 마치 오늘 일처럼 생생하게 펼쳐 보여주는 저자는 조선의 부동산사(史)를 돌아보며 21세기 대한민국의 진정한 ‘부동산 개혁’을 위한 공동의 인식을 만드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모든 국가가 멸망하게 된 기원을 살펴보면 언제나 부동산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고려 역시 그러했다. 권력가들의 토지 겸병은 무수한 폐해를 낳았고, 결국 고려를 망국으로 이끌었다. 태조 이성계를 위시한 조선 건국 세력은 새 왕조의 문을 열며 토지 개혁도 단행했다. 


이들은 고려의 폐해를 바로잡아, 모든 백성이 배불리 먹고 평안히 살며 국력이 부강한 나라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개혁은 실패했고, 조선의 역사는 탐관오리의 횡포와 고통받는 백성들의 눈물로 얼룩지고 만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조선이 토지 개혁 과정 중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하고 만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은 조선의 역사를 따라가며 조선의 부동산 개혁이 좌절된 까닭을 추적해나간다. 그리고 조선왕조에서 발생한 문제와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무척 닮았다는 것을 발견한다. 


대한민국 또한 수차례 부동산 개혁을 시도해왔으나, 대체로 개선보다는 부작용이 컸다. 특히 최근 속출하는 전세 사기 피해 사례는 더욱 위기감을 고조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와 현실의 배경 위에서 책은 질문한다. 


왜 개혁은 항상 실패할까? 그리고 과거 조선의 실패로부터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한다. 여전히 늦지 않았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조선의 경제사, 그중에서도 부동산사가 친근한 문체로 재미있게 쓰여 평소 경제사가 생소했던 사람이나 청소년도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역사는 우리의 사상과 인식을 형성하는 양분이라 믿으며 그로부터 오늘을 사는 지혜와 통찰을 얻기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은 두 개의 부로 이루어진다. 처음에는 조선의 토지 제도를 살핀다. 조선의 신진사대부는 모든 백성에게 일정한 생업을 보장하고, 힘 있는 자들이 땅을 독점하여 불로소득을 얻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토지를 국유화하고자 했다. 


그러나 결국 그들도 현실과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국공신에 대한 보상적 특권으로서 사유지를 제공한 것이다. 작은 ‘예외적 허용’이 시간이 지날수록 어떻게 틈을 벌리며 불평등을 유발하고 조선을 망국의 구렁텅이에 빠뜨렸는지 추적한다.


다음으로 한양을 중심으로 조선의 주택 거래 역사를 살핀다. 조선시대에는 땅과 집의 개념이 오늘날과 달라, 대체로 집은 땅을 거래할 때 딸려 오는 부속물 정도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인구가 밀집되었던 행정·문화·경제 중심지 수도 한양에서만큼은 달랐다. 


한양에서는 좁은 땅뙈기에 자리한 작은 집 한 채를 두고도 첨예하고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 점은 ‘서울 공화국’이라 불리는 오늘날 대한민국을 연상시킨다. 이 시기 한양 사람들은 신분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주택난에 시달렸다. 


연암 박지원조차 환갑이 될 때까지 자기 집을 마련하지 못해 셋방살이를 했다고 한다. 조선 사람들도 오늘날 우리와 마찬가지로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으려는 집주인과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누군가는 집을 구하지 못하는 처지를 자조하며 한탄하는데, 누군가는 좁은 한양 땅 안에도 집을 여러 채 가지고서 이를 담보로 새로운 부동산 투자 기회를 만들었다. 2부에서는 조선 조정이 한양의 주택난과 집을 둘러싼 갈등 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했는지 알아볼 것이다.


말미의 <다시 여는 글>에서는 책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종합하여 오늘날 우리가 역사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 사유하며 새로운 논의의 장을 연다. 책의 전반에 걸쳐 조선의 왕과 대소신료부터, 평범한 백성에 이르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 책 한 권 안에 조선의 부동산사를 펼쳐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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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가 되는 시스템 

도널드 밀러 지음, 이민희 옮김, 윌북 펴냄


‘특히 소규모 비즈니스 대부분은 목표가 있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 팀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이해할 만큼 명확하지 않다. 만약 목표가 ‘고객 만족과 신뢰 확보’라면 팀원들은 갈피를 못 잡을 것이다. 그런데 목표가 ‘향후 1년 안에 코칭 고객 수를 3배로 늘리는 것’이고, 핵심 행동이 ‘고객들에게 코칭 프로그램에 대해 아는지 묻는 것’이라면 팀원들은 행동에 나설 것이다. 왜? 미션이 구체화되고 핵심 행동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 사업인데 어느 순간부터 지지부진한 성장을 면치 못한다면 그 이유는 뭘까. 사장과 직원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데도 수익이 제자리걸음 하는 일은 왜 벌어질까.


<무기가 되는 시스템>은 제대로 된 규모와 비전이 있는 사업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시스템’의 운용 요령을 직관적인 6단계 공식으로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 도널드 밀러는 컨설팅 기업 CEO로서 3000개의 기업을 구원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비즈니스가 성장하지 못하고 추락하는 가장 흔한 원인, 그리고 근본적인 원인으로 ‘시스템의 부재’를 꼽는다. 


비즈니스 영역을 단계별(리더십/마케팅/영업/제품/경비운영/현금흐름)로 나눠서 관리하는 효율적인 시스템이 필수라는 것이다.


도널드 밀러는 이 6단계 필수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비즈니스를, 이륙한 비행기에 빗대어 각 영역의 중요성과 특성을 직관적이고도 효과적으로 쉽게 풀어 설명한다. 여기에 생생한 기업 사례까지 상세히 덧붙여, 그야말로 비즈니스 전쟁의 야전 교과서로 불릴 책을 완성했다. 


나아가 회사마다 사업 특성에 따라 목표와 미션을 설정하기 좋은 워크북 형식의 틀을 제공하여 비즈니스를 관리하는 누구나 효과적으로 궁리하고 실행할 수 있다.


회사를 살아남게 하고 잠재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혜안과 실천력이 필요하다. 불안 속에서도 더 큰 도약을 꿈꾸는 1인 기업 경영자부터, 정체되는 성장 때문에 고민하는 중견 기업의 경영자까지, 이 책은 비즈니스 전쟁터 가운데서 살아남는 단계에서 더 나아가 성장 비전을 스스로 설계하고 포인트별로 실현하는 사업을 일구어가는 데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다.


책 제목이 표현하듯, 잘 돌아가는 비즈니스에는 반드시 제대로 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업체의 25퍼센트가 시작한 첫해에 문을 닫는 피튀기는 비즈니스 전쟁터에서, 작은 가게든 커다란 회사든 경영자 혼자 싸운다면 지치고 말 뿐이다. 이 책은 어떤 비즈니스든 간에, 필수 영역 여섯 가지가 각각 완벽하게 수행되면서 맞물려 돌아가는 시스템이 경영자로서 성공의 키임을 강조한다. 


그 6단계 시스템을 잘 구축한 뒤 알아서 굴러가도록 하는 것이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핵심 전략이다. 시스템 설계에 필요한 경영의 공식을 예시와 함께 차근차근 설명하는데, 저자 자신조차 기업 컨설팅 사업을 하면서 한참 동안 씨름하던 문제였기에 독자에게도 생생하게 읽힌다. 


전작에서 실제 증명된 효과로 큰 호응을 얻은 저자의 마케팅 전략이 ‘스토리텔링’이었다면 이번에도 실제 자기 사업의 성장을 통해 증명한 비즈니스의 핵심 성공 전략은 바로 ‘시스템 설계’인 셈이다.


이 책에서는 특히 시스템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비행기’ 구조에 빗대어 설명하는 저자의 탁월한 비유가 빛난다. 양 날개와 엔진 모두 안전하게 잘 설계한 비행기로 효과적인 항로를 택해 목표지까지 날아가는 것이 비행기의 목표라면, 비즈니스가 순항하고 성장하는 일도 이와 똑같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의 여섯 가지 핵심 영역을 비행기의 조종석부터 양 날개, 연료 탱크까지 세부 구조에 하나씩 대응시켜 누구나 쉽게 6단계 전략을 실제 적용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여섯 가지 핵심을 그림을 통해 아주 효과적으로 설명한다. 비즈니스의 기본 체계에 대한 이해를 확실하게 잡아주는 책이다. 직관적인 그림을 동원한 효과적인 비유와 설명으로 독자의 눈에는 자기 사업 시스템의 각 영역에서 해야 할 일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명확히 보이게 된다.


한때 저자가 비즈니스 운영의 부침을 겪으며 가장 좌절했던 지점은 수천 달러의 가격을 한 견고한 대기업 위주의 운영 컨설팅은 전혀 자신의 회사에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의 소중한 경험이 녹아들어 있는 이 책은 도널드 밀러가 특히 소규모 기업의 경영자에게 선사하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책 속에서 적재적소마다 제공되는 워크시트는 당장 개별 회사의 목표와 실천 과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실행하게 하는 툴이다. 경영자나 내부 구성원이 직접 회사가 당면한 과제에 대해 스스로 점검하고 답을 찾으며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는 퀘스트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전략에 대한 설명과 예시가 앞쪽에 잘 제시되어 있어 작성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이렇게 작성한 내용은 경영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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