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책] 도시, 뭐하고 있니?.. 서현 '도시논객'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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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산책] 도시, 뭐하고 있니?.. 서현 '도시논객' 外

  • 손유지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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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RE: 신간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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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논객 - 우리 사회를 읽는 건축가의 시선 

서현 지음, 효형출판 펴냄


'성탄절이 되면 무신론자 건축가에게도 그의 진정한 실체가 궁금하기는 하다. 그러나 인간의 무성 생식, 생명체의 사후부활을 믿지 않는 자에게 그게 중요할 정도는 아니다. 진실로 중요한 것은 목수가 죽음을 무릅쓰고 남긴 평화의 당부다. (...) 그래서 우리의 도시 구조물은 방치나 장식의 양극단으로 치달았다. 경향 각지에 나비, 고추, 사과, 두루미를 매단 육교나 가로등, 심지어 보가 세워졌다. 왜 필요한지 알 수 없는 곳에 논리적 근거도 없는 형태의 현수교와 사장교가 랜드마크라며 세워졌다.'

 

대한민국 도시와 사회는 많이도 변했다. 외양상 선진국에 들어섰다고 인정도 받고 있다. 그러나 도시에서 펼쳐지는 여러 현상을 흐름이나 맥락에서 보면 여전히 의문점은 가득하다. 


건축과 도시에 연관된 것들로 한정될 때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은 언제나 구태의연했고, 결론은 쳇바퀴만 돌았다.


저자는 빗살무늬토기로부터 집과 도시의 기원을 유추한다. 조목조목 그 탄생 원리를 찾아 추론하기에 이른다. 나름 빗살무늬토기도 주어진 조건에 최적화된 형태라고, 그 뿌리를 짚어낸다. 


요즘 관점으로 비유하면 전력이 없던 시대의 횟집 수족관이라고 한다. 잉여를 담기 위해 태어난 토기도 건축으로 번역하면 창고이며, 나아가 창고의 잉여는 교환의 장에 놓이고, 결국 인간이 살아야 하는 곳이 ‘서식지’에서 도시로 발전했다고 본다.


구둣방 이야기에서 언급되는 ‘찍새’와 ‘닦새’. 번득이면서도 흥미진진한 단어 선택이 지니는 상징성이 돋보인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유통업이야말로 ‘찍새’의 극적인 분화라고 본다. 결국 도시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흐름을 이 두 단어로 설명했다. 


‘도시의 정치화’를 다루는 꼭지에선 냉철한 시각을 넘어 신랄한 비평으로 이어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호한 정책들이 대안 없이 질러졌다. 새만금의 신기루들이 오방색 현수막에 실려 5년마다 나부꼈다. 책임 소재는 그때마다 사라졌고 새만금의 꿈은 부평초처럼 떠다녔다. 


이때 물 좋고 그림 좋은, 논란을 한 방에 잠재울 수 있는 이벤트가 등장했으니 바로 잼버리대회다. 정치가 한 번 내건 공약은 결코 접지 않는 관성을 지녔으니 무책임은 다음 세대로 거리낌 없이 넘어갔다.


‘역사로 읽는 도시’ 장에선 저자의 생각은 더 깊어지고 건축철학은 보다 구체적으로 된다. 세종로 한편의 의정부 복원 과정은 희극을 보는 듯하다고 한다. 철거 후 발굴조사에서 드러난 ‘시대가 중첩된 기초군’을 보호 지붕으로 덮기로 했는데 여기서 ’관의 논리‘가 느닷없이 등장한다. 건물을 복원해야 한다고. 


흐릿한 흑백 사진 몇 장과 대충 그려진 배치도를 근거로 왕조의 자부심을 복원해야겠다고 한다. 저자는 왕조의 흔적을 모조품이라도 도시에 늘어놓겠다면 우선 역사관에 대한 치열한 질문부터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건축가답게 바람직한 건축관도 명쾌하게 제시한다. 세계에는 민주국가라고 표방해도 작동 방식으로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다. 대한민국도 그런 면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는 것. 


용산의 대통령 청사를 예로 든다. 대통령의 집무실이라면 그 외양만이라도 대한민국의 꿈과 야심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그것은 건축으로 표현된 민주주의 작동 원리인데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국방부 청사로 쓰였던 그 건물은 무심한 콘크리트 덩어리라고 규정했다. 국방부가 지닌 정체성에 걸맞게 위계와 상명하복의 원리를 담고 있는 것이 확연한 건물이기에 하는 말이다. 


저자는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지난 세기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에 충실한 소비에트 블록 관청사라고 칭하면 딱 들어맞는 모습이라고 본다.


이 책은 우리 일상에서, 거리를 거닐면서 맞닥뜨리는 풍경을 다소 미시적이고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그 부조리와 불협화음에 가차 없이 메스를 댄다. 그러나 그 제안의 실천은 결코 멀지도 불가능하지도 않고 우리 삶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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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리브랜딩 - 도시다움을 만드는 새로운 변화 

박상희‧이한기‧이광호 지음, 오마이북 펴냄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답’이 아니라 ‘해답’을 찾아내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역이 더불어 잘사는 나라가 될 것인지,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되고 인구가 소멸되는 위기의 미래를 맞이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과 노력에 달려 있다. 분명한 것은 로컬 브랜드 육성이 중요한 해답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모든 로컬 브랜드가 글로벌 브랜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글로벌 브랜드는 로컬 브랜드에서 시작되었다.'

 

브랜드 전문가로 다양한 현장을 경험해온 교수, PR 컨설턴트, 30년차 기자가 ‘도시’와 ‘브랜드’를 주제로 현실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다. 


기업과 제품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에도 브랜딩이 필요하다. 살고 싶은 도시, 일하고 싶은 도시, 여행하고 싶은 도시로 선택받고 살아남으려면 ‘도시다움’을 만드는 철학과 비전, ‘차별성’을 통한 지속가능성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도시 리브랜딩은 도시 이미지, 핵심가치, 정체성을 다시 돌아보는 일이다. 사람과 환경을 위한 장소가 되도록 끊임없이 돌보는 일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도시에 대한 끝없는 책임이다. 이것은 결국 인간다운 삶을 지향하는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기후위기, 지역소멸의 문제가 심각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로컬과 도시를 살리기 위해 우리는 삶의 방식을 점검하고 현재 단계에서 새롭게 쌓아올리며 변화해야 한다. 


도시 브랜드를 평가할 때는 도시의 실체를 잘 드러내고, 도시의 정책을 잘 담아냈는지가 중요하다. 그런 전체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뉴욕, 베를린, 포르투를 꼽을 수 있다. 세 곳은 각기 명확한 장점을 갖고 있고, 세계 여러 도시의 벤치마킹 대상이기도 하다.


오래됐고 가장 널리 알려진 ‘아이 러브 뉴욕(I♥NY)’ 슬로건은 어찌 보면 사실 평범하다. ‘아이 러브 홍콩’, ‘아이 러브 서울’처럼 어느 도시에나 쓸 수 있다. 


그런데 ‘아이 러브 뉴욕’은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마케팅을 참 잘했다. 평범해 보이지만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간 로고타이프도 스타 디자이너의 작품이었다. 


오랫동안 도시 마케팅을 잘해내면서 범죄도시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해 누구나 한 번쯤 여행해보고 싶은 선망의 도시로 뉴욕을 탈바꿈시켰다. 브랜드의 실체인 뉴욕의 도시 정책이 함께 변화했다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베를린은 전범국가의 대표 도시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고했다. 그러다 보니 소득이나 교육 수준이 높아도 뭔가 죄책감의 그늘이 드리워 있었다. 그래서 만든 슬로건이 ‘비 베를린(be Berlin)’이다.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2000년 전 로마 시민이 자긍심의 단어였다면, 이제는 베를리너가 그런 단어가 될 것”이라고 한 말에서 착안해 ‘비 베를린’이라는 캠페인을 펼쳤다.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는, 철저한 시민 중심의 캠페인이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트와인의 도시이자 도루강 하구 언덕에 펼쳐진 아름다운 도시 포르투는 도시 브랜드 디자인을 가장 잘한 곳으로 꼽힌다. 


여러 가지 역사적 상징을 디자인에 잘 녹여냈다. 도시환경 정비부터 도시 경관에 이르기까지 시각적으로는 가장 우수한데, 그게 ‘포르투닷’ 브랜드의 강점이다.


그 도시만이 갖는 비교우위의 차별성이 있으면 시민들은 자부심을 느끼고 도시에 강한 애착을 가진다. 다른 도시와의 경쟁우위를 통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도시 재정과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런 경쟁우위는 그 도시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에도 큰 보탬이 된다. 시민으로서, 국민으로서 자부심이 높아진다. 


물론 도시 브랜딩의 성공을 경제적인 성과만으로 따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고 해도 거주민들의 불쾌지수를 높이고 거주 만족도를 떨어뜨렸다면 잘된 브랜딩이라고 할 수 없다.


책은 우리의 도시를 더 매력적이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만들어나가는 데 실질적인 영감과 전략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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