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서 ‘탄소 발자국’을 지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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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서 ‘탄소 발자국’을 지우는 방법

[미-친-책 365] 본지가 2022년 독서문화 진흥 캠페인 '미-친-책 365'를 진행합니다. 베스트셀러나 신간 도서에 밀려 독자들과 '미처 친해지지 못한 책'을 찾아 소개하고 일독을 권장함으로써 다채로운 독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나아가 다양한 콘텐츠와 온라인 플랫폼이 넘쳐나는 시대에도 책을 찾는 이유를 생각해보고 편독 없이 다양한 주제의 책을 제안해보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편집자 주>

  • 손정우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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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오늘날 세계 식량·농업 시스템의 붕괴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학비료에 기초한 세계 농업 시스템에서 매년 240억 톤의 비옥한 토양이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토질 악화는 청정수 감소, 기후변화, 식량불안, 나아가 빈곤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현실이다. 

 

음식을 먹는다은 행위는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자주 내리는 정치적 의사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자주 먹고 거부하는지는 그 사람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배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더 나은 세상을 바란다면 식탁에서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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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를 중심으로한 세계화는 지구와 인류를 파괴했다고 할 수 있는데, 바야흐로 지역 경제, 지역 푸드 시스템에 집중하는 새로운 생산·유통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같이 지역을 살리는 시스템이 인류에게 지속가능한 식량을 가져다준다는 것은 자명하다. ⓒpixabay

 

 

이런 맥락에서 비옥한 토양은 식량 생산의 기초할 할 수 있다.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내는 것은 군집의 형태로 토양 내 먹이 그물을 구성하는, 무수히 많은 토양 유기체들인데 생물 다양성을 비롯해 유기 물질이 풍부한 토양은 기후 적응과 수자원 보존을 위한 최고의 방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물은 살아 활동하는 토양에 반드시 필요한데 유기농법은 유기물 재순환을 통해 토양의 보수력을 키워 물을 보존하는 특징을 지닌다. 이런 토양은 더 많은 물을 흡수하고 이를 통해 농업용수 사용량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기후변화 회복력에 도움을 준다.

 

무려 7000종이 넘는 생물이 인류를 먹여 살려왔으나 오늘날에는 단 30종의 작물이 인류의 식단에서 90%의 칼로리를 제공한다. 

 

아울러 쌀과 밀, 옥수수 등 3종의 작물이 칼로리 섭취의 50% 이상을 맡고 있다. 이는 식품 대기업들이 획일적인 단일경작에 집중함해 생물 다양성이 사라지고 결과적으로 우리 식탁의 안전에 위험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은 산업농이 말하는 것과 달리 살아 숨쉬고 있는데, 이 자연의 다양성이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 이에 단일경작에서 다양성으로의 전환, 단위 면적당 산출량이 아닌  단위 면적당 영양과 건강의 총량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우리의 식탁에 식량을 제공하는 건 전 세계의 소농들이라 할 수 있는데, 이들이 토양과 식물, 동물을 잘 살피고 생물 다양성을 키워내고 있어 화석연료나 유독성 화학물질, 부주의한 기술로 대체하는 대규모 산업농보다 오히려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게 된다. 

 

현재 세계의 소농은 세계 자원의 30%만 사용하면서도 세계에 필요한 식량의 70%를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크고 작은 텃밭들을 추가한다면 사람들이 먹는 식량의 대부분이 작은 규모의 땅에서 재배된다는 것은 더욱 확실해진다.


세상의 모든 존재가 음식에 각각 다른 방식으로 개입하며 모든 문화나 지역이 자체적으로 음식을 생산한다. 세계화는 결과적으로 인류에게 농업 위기, 식량 위기, 감염병, 음식 폐기물과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생태 위기를 남겼다. 

 

무엇보다 탄소를 중심으로한 세계화는 지구와 인류를 파괴했다고 할 수 있는데, 바야흐로 지역 경제, 지역 푸드 시스템에 집중하는 새로운 생산·유통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같이 지역을 살리는 시스템이 인류에게 지속가능한 식량을 가져다준다는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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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인 산업 패러다임에서 토양과 동식물과 인간의 건강을 증진하는 생태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만이, 산업화·세계화된 푸드 시스템에서 생태 친화적이고 인간 친화적인 푸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만이 지구의 안녕과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다.

 


이처럼 오늘날 우리의 식탁이 위험에 몰린 상황이다. 현재  직면한 먹는다는 것의 문제는 유해물질 규제 등 안전 관리의 문제를 넘어 음식과 그 세계를 대하는 패러다임의 문제인 동시에 일상생활에서 권력까지를 포괄하는 식량 민주주의의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반다나 시바의 <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는 이는 누구인가>는 음식에 대한 총체적이고 통합적인 시각에 기초해 음식과 농업을 둘러싼 지식과 사유와 실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야기한다. 현재 인류가 직면한 식량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탐욕과 이윤을 동력으로 하는 세계화된 산업농이 자연의 상호 연결성과 생물 다양성에 기초한 소농을 파괴한 데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음식은 단순히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일상적인 행복, 문화에 대한 소속감으로 변화시키기 어려운 영역이라 할 수도 있다. 가공육 업계가 베이컨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감춰온 방식이나 대체 우유가 실제 영양분과 상관없이 각광받는 것이나 비거니즘에 대한 거센 반발은 모두 이런 맥락에서 나타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폭력적인 산업 패러다임에서 토양과 동식물과 인간의 건강을 증진하는 생태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만이, 산업화·세계화된 푸드 시스템에서 생태 친화적이고 인간 친화적인 푸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만이 지구의 안녕과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전환은 인류의 생존 자체와 직결된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대중 매스컴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먹방의 시대에 맛과 영양과 이윤의 차원을 넘어, 씨앗에서 식탁까지 아우르는 시각을 확장하는 저자의 판단은 먹는 인간인 우리로 하여금 먹는 것과 먹는 일, 나아가 이를 둘러싼 넓고 깊은 생명의 그물을 일깨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농생태학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단지 당위 차원에서 강변하지 않는다. 지구와 생명, 여성의 권리를 지키는 다양한 행동에 힘써온 저자는 자세한 실태와 자료를 통해 산업농 시스템의 허구적 신화를 냉철히 진단하는 한편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식탁을 위한 행동에 대해 가감없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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